명진스님 산 바람 좀 쐬고 오시지요
명진스님 산 바람 좀 쐬고 오시지요
  • 성법 스님
  • 승인 2010.03.19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주지 자리 지키기 위해 목숨 내놓겠다니...

▲ 성법 스님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출가자에게 ‘목숨까지 걸 일’이 있다면, 깨달음과 중생구제의 원을 실현하는데 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지 자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 놓다니, 같은 중으로서 대단한 발상(?)이라 여겨집니다.

하기야 1년에 130여 억씩 현금이 쌓이는 절의 주지니, 자고 일어나면 수천만 원씩 재이는 현금을 생각하면 무엇인가 ‘대책’은 내셔야 할 것 같긴 합니다. 더욱이 직영사찰에서 도선사는 빠지고, 봉은사가 날벼락 맞았으니 생애 최악의 순간일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그 원인이 총무원에서 재원을 확실하게 확보하자는 것인 줄 뻔히 아는데, 그냥 당한다면 순진한 신도들이야말로 ‘명진스님이 절 뺐겼다’라고 억울해 하고, 대중 스님들 역시 스님의 무력한 권력에 허탈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은 편하면 안 된다는 선사들의 가르침이 꼭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행무상의 가르침도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총무원이 중앙종회와 합작으로 한 이번의 결정은 여러 경우를 고려해보지 않고 당사자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종단에서 결정하여 통보하듯 해버린 것이 어디 명진스님의 일 뿐이겠습니까?

그런 경우 당하는 스님들은 신도들의 ‘마음’을 저버리는 처사라고 항변하는 게 뻔한 순서입니다. 스님도 역시 그 수순을 따라가고 있으십니다.

그런데 스님,
스님 봉은사 주지 될 때 신도들 동의 받았습니까?
스님, 작년에 1,000일 기도 회향하시면서, 선방에 들어가겠다는 약속은 어찌하시고 그 번잡한 빌딩 숲의 주지실에 미련을 가지십니까?

또한, 권력의 음모 운운하시는데 새삼스럽게 왜 이러십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입이 많은 절의 주지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권력 그 자체 아닙니까?

그리고 좀 불편한 말이지만 내친김에 말씀드리면, 진보적인 것은 모두 옳고 선이다 라는 진보주의자들의 속내를, 출가자인 스님까지도 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유치할지 모르지만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말하면, ‘명진스님 봉은사 주지되서 한국불교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봉은사가 명진스님 주지되서 정법을 실현해 불교 체면 세워졌습니까?’, ‘봉은사 명진스님 주지되서 서울시에 결식아동 줄어들고, 노인들 돈 없어 병원 못가는 불자가 줄어들었습니까?’

민망하게도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무소유’가 불교의 최고의 가치로 주가가 올라가는 시점에, 스님께서는 절 지키려 목숨을 거신다고 단언을 해버리니, 불교주에 관심을 보인 투자자들은 마음을 돌려버릴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들은 불행하게도 봉은사 주지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불교가 얼마가 가치가 있는가를 염두에 두는, 종교 시장 전체를 보는 사람들입니다.

아쉽습니다.
25만의 불자, 1년 수입 130여 억, 이런 절인 봉은사의 주지라면 충분히 수행력을 발휘하여 조용히 해결을 하고, 그래도 억울하면 신도를 동원하고 목숨을 걸고 이래야 명분이 좀 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진보적인 분들이 직설적이고, 다혈질적인 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세상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도, 이번 일에 대한 명진스님의 해법은 뭔가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명진스님, 스님의 처신은 스님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스님은 한국의 승가의 여러 이미지 중, 긍정적 측면을 많이 갖추었던 승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스님을 보면, 수행자에게는 역시 산 속의 청량한 기운과 바람이, 도심 한복판의 수많은 신도들과 돈의 기운보다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잊으신 산속의 기운을 한번 느끼러 나들이를 하시는 것이 스님과 불교를 염려하는 모두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도 어려우시면 지난번 거창하게 회향한 1,000일 기도의 감응이라 여기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존 운영자 성 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