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 진정으로 모셔야 할 삼존불
조계사에 진정으로 모셔야 할 삼존불
  • 불교닷컴
  • 승인 2006.11.21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님이 사회 변방에 밀려난 까닭 "출가자 지상주의 탈피를"

조계사 대웅전에 높이(17자) 5m20cm의 대형 삼존불이 모셔졌다. 불교는 -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에 펴는 운영체계로서의 - 그 빛이 바랬고, 지금도 바래가는 것이 사실이다. 조선시대의 정치적 법난에 이은 일제 강점기 하 왜색불교, 그리고 해방 후 비구 대처 분쟁과 간단없는 종권다툼, 대형사찰 주지직을 둘러싼 끊임없는 싸움에 이젠 불자들까지도 등을 돌리는 마당이다. 오죽하면 “절에는 부처님 뵈러 가지 솔직히 스님 보러 가지 않는다.”는 말을 공공연히 입에 올릴 정도가 되었다.

국민의 희망을 넘어 세계인의 희망이었던 우리 불교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무엇으로 인해 원장스님까지 직접 나서서 어린이 포교를 선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가 말이다. 누가 뭐라 해도 그것은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이른바 중진승려 그룹의 책임성 결여와 개혁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할 것이다.

이 땅을 수놓은 유무형의 불교문화유산과 아직도 현대사회에서 일상용어로 사용되는 수많은 불교용어들은 불교가 우리 민족에 어떤 존재였으며 어떤 위치에 있었던가를 가늠하게 한다.

과거 우리의 선사(先師)들이 ‘방편’이라는 이름으로 수용하고 활용하여 사회 발전에 기여했던 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서구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현대성을 대표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나, 비유하자면 현재 사회용어 개념으로서 회자되는 컨텐츠(Contents), 커뮤니티(Community), 커머스(Commerce)가 그것일 것이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수행 그리고 조계사와 주변의 문화유산들을 어떻게 현대적 개념으로서 재해석하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하여 활용할 것인가 하는 컨텐츠(Contents),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포교의 확장과 조직체로서의 커뮤니티(Community), 사찰의 유지와 사회활동에 필요한 삼보정재의 확보, 그리고 현대적 사원경제 운용 및 사회인들의 경제활동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뿌리 내리게 할 커머스(Commerce)다. 이것이 바로 참배객에게 이질감을 주며, 어딘가 조화롭지 못한 17자 높이의 거대 삼존불을 모시기 그 이전, 우리 불교를 지속가능케 할 선행의 불사라는 생각이다.

오늘날 불교가 미래의 대안이나 발전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이유는 사고의 폭과 시각이 멀리는 당송시대, 가까이는 해방 전후의 인식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출가자들은 수행자로서는 당당할지 모르나 현대 사회의 경영마인드는 가지고 있지 않다. 사회 현실과 시대상황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고, 승려로서 그러한 분야에 대한 수업이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계사를 예로들면 불교 발전을 위한 현대적 의미의 삼존불을 모시려면 우선 선결 되어야할 세 가지가 있다. ①삼보정재의 투명화 - 돈의 흐름을 항상 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②운영의 현대적 전문화 - 법회 집전 및 기타 의식을 제외하고 사찰 살림과 관련한 모든 것은 당해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 운영케 하거나 필히 자문을 받아야 한다. ③투명한 발전 계획안의 제시 - 조계사를 현대 도시사찰의 모범으로 만들겠다는 장기적 안목의 비전이 세워져야 하고, 이에 대한 주지스님의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

조계사만의 불교 컨텐츠·커뮤니티·커머스의 개발을 위해서는 검증된 전문가의 종합적인 종무 진단이 필요하다. 법회에서부터 신도관리, 행정체계, 종무원 운용, 시설의 운영과 수입된 삼보정재를 어떻게 유무형의 가치로 확대 재생산 할 것인가가 논의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착안 사항은 수도서울의 중심사찰로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접근할 것이며, 그들을 조계사에 어떻게 접근하도록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전문적 고찰이다.

위압적이고 조화롭지 못한 불상 봉안 불사는 현 시대에는 그 전파력이 오래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복잡 미묘한 현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제 종단을 위시한 각 사찰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 혁신을 해야 한다. 필자의 마음 같아서는 조계사를 경영에 한하여 한 3년간 사회의 전문 연구기관에 위탁관리했으면 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은, 과학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그 기초 원리는 불교 안의 그것이다. 사회가 아무리 복잡하게 변화하거나 돌출된 역사 단계가 도래한다 해도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이러한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한 스님들만 동떨어져있거나 시대의 주류에서 변방으로 밀려나 있다. 과거 우리의 선사들은 당대의 최고 학문과 정보를 생산하고, 그 정보와 학문의 중심에 있었다. 한 사찰에서 수 천의 승려가 살았으며 엄청난 규모의 사원 경제를 꾸려냈다. 종무행정에 컴퓨터가 이용된다 하여 그것을 현대화된 종무행정이요 경영이라 판단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고 행동이다. 대(산)중공의라는, 모범적인 불교의 정치 체계에 현대화된 경제 사회 문화 복지 정보 경영기법의 도입이 바로 그것이다. 잘나가는 기업도 수시로 경영을 진단하고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있다. 부처님 ‘최고의 가르침’과 현 시대 ‘최고의 경영마인드 기법’을 조화롭게 접목하는 일이 당장 해야 할, 살아서 움직이는 부처님을 점안하는 불사일 것이다.

조주(趙州)도 야보(冶父)스님도 외쳤다 ‘쇠로 만든 부처는 용광로를 건너가지 못하고’ ‘나무로 만든 부처는 불을 건너가지 못하며’ ‘흙으로 만든 부처는 물을 건너가지 못하는 법이다’ 참된 부처는 오직 자신 속에 앉아 있을 뿐이다.

/ 法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