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석주·적음 스님 “선학원은 만해 중심 이판계 수도원”
경봉·석주·적음 스님 “선학원은 만해 중심 이판계 수도원”
  • 이창윤 기자
  • 승인 2019.11.2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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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 만해 추모사업이 역사 왜곡?
▲ 1955년 대법원 민사 1부 판결문. 경봉, 석주, 적음 스님의 증언을 토대로 선학원이 만해 스님을 중심으로 이판계의 수도원으로 창립됐음을 명확히 밝혔다.

불교신문 사실 왜곡, 자의적 해석 연재기사 게재

<법인법>을 제정해 재단법인 선학원을 종단에 예속시키려 획책해온 조계종이 다시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은 11월 2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유화·세속화 되는 선학원’이라는 꼭지명으로 첫 연재 기사를 게재했다. 법등 스님이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직을 사퇴한 이후 한동안 잠잠히 있던 조계종이 다시 분란(紛亂)의 모닥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조계종이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를 재가동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총무부장 금곡 스님을 위원장을 겸직토록 하고,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신문>의 기사는 조계종의 행보를 정당화하고, 여론을 유리한 쪽으로 환기시키려는 의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재단 분란 획책, 여론 유리하게 전환하려는 의도

<불교신문> 연재 기사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역사 왜곡과 자의적인 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사유화·세속화되는 선학원’이란 연재기사 꼭지명부터 사실과 거리가 멀다. <불교신문>은 기사에서 △역사 바꾸기 △정관 개정 △조계종 소속을 유지하려는 분원과 스님에 대한 노골적 압박 △이사회의 사찰 사유화 등을 지적하며 ‘선학원이 사유화, 세속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듯이 주장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실체적인 진실에 근거하지 않은 사실 왜곡과 자의적 해석일 뿐이다.

조계종이 일방적으로 제정한 <법인법>을 수용하지 않고, 재단을 지키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고 해서 ‘사유화’, ‘세속화’라고 몰아간다면 진실을 외면하고 잘못을 정당화하는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불교신문>의 첫 연재기사는 “재단법인 선학원의 설립 주역은 만공 스님이며, 만해 스님을 설립조사로 내세우는 것은 조계종 스님과 사찰에 대한 흔적 지우기를 통해 사실상 탈종을 시도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주다.

만공 스님 내세워 만해 설립조사 위상 깎아내려

<불교신문>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선학원 준공 당시 만해 스님은 서대문형무소에 있었기 때문에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다 △선학원 상량문(1921년 10월 4일)에 백용성, 오성월, 송만공, 강도봉, 김석두 등의 순으로 창건을 주도한 인물이 나열돼 있다 △만공 스님은 선우공제회 창립총회 당시 중앙조직 중 하나인 수도부 수장을 맡았다 △설립 초기에 선학원의 재정이 어렵자 정혜사 토지 6173평을 기부했다 등이다. <불교신문>은 이를 근거로 “선학원이 간월암과 정혜사 소유권을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의도적으로 수덕사를 중창한 만공 스님을 깎아내리는 동시에 조계종과의 <법인법> 갈등에서 벗어나 사찰을 사유화하기 위한 역사 바꾸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왜곡된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불교신문>의 이 같은 주장은 선학원미래포럼(회장 자민)이 친조계종 인사를 내세워 2018년 10월 25일 개최한 워크숍에서 내세운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연재 첫 기사부터 만해 스님을 깎아내리고, 스님의 절친한 도반이었던 만공 스님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선학원을 정상화하자’는 배후에 어떤 이들이 있는지 짐작케 했다.

<불교신문>의 주장이 억지임은 건물과 대지를 되찾기 위해 1953년 재단법인 선학원이 범어사를 상대로 벌인 ‘부동산 소유권리 이전등기 절차 이행 청구’ 소송의 판결문을 보면 쉽게 드러난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당시 법원은 판결문에서 “강도봉, 김남전·김석○ 등은 기미독립운동 당시 ‘33인 중의 1인’이며, ‘이판계(理判系)의 선종의 지도자인 한용운이 복역하다가 단기 4254년도(1921)에 출옥하게 되자 동인(同人)을 중심으로, 사판계(事判系)에 대응하여 이판계의 수도원(을) 창립하고자 신도 최창훈(崔昌勳) 외 다수인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서울특별시 안국동 40번지 대지 190평을 매입한 후 동 대지상에 목조기와집을 건축, 그 당시 범어사에서 인사동포교당(범어사포교당)을 폐지 철거하고 옛 목재와 기와 약간을 (선학원) 건축에 기증”하면서 설립됐다고 일관되게 적시하고 있다. 즉 1921년 11월 30일 준공된 선학원은 만해 스님이 옥고를 마치고 출소할 때를 대비하고, 이판계 수좌들이 친일세력인 사판계에 대응하기 위해 건립됐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이렇게 만해 스님을 선학원 설립의 구심점으로 적시한 것은 선학원 관계자의 증언과 당사자 간 변론 취지를 모두 종합해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1953년 원심(1심) 당시부터 증인인 장창석(張昌奭), 강정일(姜正一), 그리고 1954년 항소심 당시 증인인 김경봉(金鏡峯), 강정일(姜正一), 김상호, 최응산(崔應山) 등의 각 증언에 의하여…”라고 밝히고 있다. 또 “(1954년 항소심 당시) 증인 최응산(崔應山)·최창석(崔昌奭)·김경주(金敬注) 등의 각 증언, 그리고 선학원의 대표자 김적음 본인 심문의 결과, 이에 당사자 간의 변론의 모든 취지(全趣旨)를 종합한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증인으로 참여한 이들은 선학원의 실무를 맡아 누구보다도 선학원 사정에 밝은 분들이다. 강정일, 김경봉, 김적음은 각각 선학원 이사장을 역임한 석주 정일(昔珠 正一, 1909~2004), 경봉 정석(鏡峰 靖錫, 1892~1982), 초부 적음(草夫 寂音, 1900~1961) 스님이다. 특히 적음 스님은 선학원이 설립조사 중 한 분으로 받들고 있는 분이다. 김상호는 만해 스님의 제자이다.

문중·권속 없다고 만해 함부로 폄훼하면 안될 일

<불교신문>이 “선학원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주장한다면 만해 스님이 선학원 설립의 구심점이자 중심인물임을 확인한 여러 큰스님들의 증언부터 비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교신문>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문중과 권속이 없는 만해 스님이라고 해서 <불교신문>이나 선학원미래포럼처럼 함부로 재단하고 강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학원은 만해 용운 스님과 만공 월면 스님은 물론이고 남전 한규, 도봉 본연, 석두 보택, 성월 일전, 용성 진종, 초부 적음 스님 등 여러 스님을 똑같이 평등하게 설립 조사로 모시고 있다. 민족불교를 위해 노심초사하셨던 선학원 설립조사들을 편을 나누어 평가하지도 않는다. 법당 영단에 모셔진 순서만 보아도 만해 스님은 처음이 아니다. 선학원이 만해 스님 선양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법원 판결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선학원이 만해 스님을 중심으로 일제와 일본불교에 대응하는 불교계 항일운동 기관으로 설립된 곳이기 때문이다. 선학원이 만해 스님 선양사업을 펼치는 것은 스님이 선학원 대중의 구심점이었고, 정신적 지주였으며, 설립의 계기를 마련한 분이라는 이유에서다.

<불교신문>의 주장처럼 선학원 설립을 논의하는 과정과 상량문에 만해 스님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선학원 설립조사로서 만해 스님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특정 스님을 앞세우려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역사 왜곡이고 사유화이다.

만해와 선학원은 한국근·현대불교사 이해 실마리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만해 스님과 선학원은 한국근현대불교사를 본질적으로 이해하는 실마리를 지니고 있다”며, “’만공 스님의 업적을 평가 절하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라거나, ‘현재 선학원이 추진하고 있는 만해 선양사업은 몰역사의식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주장은 비이성적이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한국근현대불교사 연구는 그 출발이 일부 문중의 선양사업에서 시작되었을 정도로 체계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하다”며, “선학원 설립 100주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만해와 선학원의 관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이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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