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애꿎은 종무원 해고…삼진아웃 적용
조계종, 애꿎은 종무원 해고…삼진아웃 적용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12.0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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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 변별력 있나 의문…총무원은 “원칙대로 부서별 평가 그대로 적용”
조계종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이 입주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조계종 총무원 등 중앙종무기관이 입주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조계종 총무원이 일반직종무원에게 삼진아웃제를 적용했다. 인사고과에서 3차례 연속 하위5%인 경우 해고하는 것으로 불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총무원은 인사 규정대로 처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조계종이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해고시키기로 한 종무원은 교육원 소속의 K씨다. 인사위는 지난 3일 제16차 회의에서 최근 3년 연속 하위 5%에 해당하는 종무원을 내년 1월 3일자로 면직(해고)시키기로 결의했다. 해당 종무원에게는 9일부터 직권 면직일인 내년 1월 3일까지 자택 대기발령을 시행한다.

인사위는 K씨 외 종무원 6명에게 하위 5%에 해당한다는 자체 인사결과를 바탕으로 개별면담하고, 서면 통보할 예정이다. 하위 5%에 해당하는 6명의 종무원 중 다수가 조계종 노조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활동 과정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종무원 여러 명이 인사 평가 점수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은 게 하위 5%에 끼도록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승 전 원장의 생수(감로수) 비리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조계종 노조 집행부 구성원들에게 정직 처분하고 이를 인사평가에 반영해 하위 5%에 포함시키면서 ‘노조 탄압’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인사관리규정은 인사평가결과가 최근 3년 연속 최하위 5%인 경우 직권면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계종이 시행하는 ‘삼진아웃제’는 노동 현장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현행 노동관련 법령에도 맞지 않는 적법하지 않은 행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인사 고과에 따라 삼진아웃제를 적용하는 조계종의 행태는 ‘신심 페이’로 일하는 종무원들이 불편부당한 문제에도 의견조차 내지 못하게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K씨가 하위 5%에 3년 연속 들어간 이유는 ‘리더십·소통 부재’ 때문이라는 전언이지만, 리더십과 소통 부재를 어떤 변별력을 갖춰 점검하고 평가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조계종의 인사평가가 변별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인사평가는 일반인사 평가(연 2회)와 업무성과 평가(연2회)로 이루어지는 게 규정이지만, 현실은 연간 1차례 이루어지는 일반인사평가 1회 뿐이다. 100%의 인사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25%의 평가로 승급, 직위, 배치 등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가 배분은 팀원이 대상일 경우 차장이 있는 부서는 부장 10점, 국장 20점, 차장 20점, 팀장 30점, 동료 20점 등 100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차장이 없는 부서는 부장 20점, 국장 20점, 팀장 40점, 동료 20점 등으로 이뤄진다. 팀장이 평가 대상이며 차장이 있는 부서는 부장 30점, 국장 20점, 차장 20점, 팀원(상향평가) 20점, 동료 10점의 비율로 평가한다. 차장이 평가 대상일 경우 부장 40점, 국장 30점, 팀장(상향평가) 20점, 동료(상향평가) 10점의 비율이다. 인사평가는 정량평가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업무 능력을 숫자로 매길 수 없는 상황에서 정성평가처럼 평가가 진행돼 적확한 변별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조계종은 인사규정에 평가대상은 평가기간 중의 근무상황에 한정시켜야 하며, 종전의 평가결과에 따라 좌우돼선 안 된다고 정하고 있어, 삼진아웃제는 인사 규정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자승 전 원장을 고발한 노조의 구성원에 대해 승려인 부·국장이 정당한 평가를 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종무원 사회가 관료화되고, 개별 종무원의 정치적 성향, 민주노조(조계종노조)와 기관노조(종무원노조) 등 복수노조의 현실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란 더욱 어려워 보인다.

특정 종무원에 대한 ‘정직’도 논란이다. 지난달 6일 초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일하는 A 팀장은 자승 전 원장의 달력 판매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내부 문건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 등으로 정직 1개월과 대기 발령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팀장은 관련 사건이 일면서 내부 자료를 출력해 팀원들과 논의한 일이 있지만 문건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총무원은 파일을 출력했다는 기록을 주요 근거로 징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역시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아 다음 인사 평가에서 하위 5%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조계종 제16차 인사위 결의 사항(승급자 포함).
조계종 제16차 인사위 결의 사항(승급자 포함).

조계종 총무원의 인사 관리 행태는 상식적이지 않다. 상명하복의 분위기에서 문제의식이 있는 종무원은 주요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거나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인사위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대기 발령을 받고, 종단 내부 통신망인 세피스에 접속할 권한도 사라진다.

세피스는 종무원의 업무와 일상을 감시하는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내용물을 프린트해 누가 어떻게 사용 했는지 모두 파악이 가능한 현실에서 찍히면 삼진아웃제로 가는 문을 열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조계종의 삼진아웃제는 근로자의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 노동에 의한 생존을 확보하는 노동법에도 저촉되는 제도이다. 노동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분위기에서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결국 노동 탄압으로 이해 될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조계종노조에 대한 차별 인사는 없었다고 전면 부인한다. 민주노조 집행부 구성원들의 인사는 해당 부서의 직원들이 평가한 것이며, 인사위원회가 별도 평가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관·민주 노조에 대한 차별 없이 인사이동과 승급 조치를 취했고, 승급 과정에서 인사평가 점수 그대로 적용해 차별이나 불이익 시비를 없앴다는 것이다. 승급자에 민주노조의 노조원도 포함된 것이 이를 증빙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면직된 K씨는 2년 동안 최하위 평가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부서원들과 화합하지 못했다며 최대한 구제책을 고민했지만 현행 인사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삼진아웃제가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이란 의견이 있어 인사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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