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감독 문소리가 2019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이 주최하는 여성영화인축제는 올해로 20회를 맞이해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이중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은 국내 유일의 여성영화인 시상식으로 매해 가장 뛰어난 성과와 전문성, 활발한 활동을 보여준 여성영화인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문소리는 지난 16일 오후 6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린 2019 여성영화인축제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시상식에서 사회도 맡았다.
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엄마이기도 한 문소리의 진행은 여성영화인들과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문소리는 남편을 감독으로 둔 고충(?)을 재치있는 농담으로 나누기도 했고, 육아에 매진하기 힘든 엄마 영화인들의 심정도 어루만졌다.
특히 돋보였던 대목은 일부 수상자들이 "가족에게 고맙다"는 수상 소감을 전하면서도, 정작 가족들은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문소리는 "다음 시상식부터는 아이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즉석에서 밝히며 워킹맘들을 격려했다. 문소리 역시도 같은 이유로 가족들이 불참한 것이여서 더욱 큰 공감을 자아냈다.
문소리는 수상 소감으로 "이 상을 주신 것은 여성영화인모임의 일꾼이 필요하신게 아닐까 싶다"며 "앞으로 또 어떻게 갚아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수상자가 아닌 사회자 문소리는 진행 와중에 자연스레 몇가지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이날 공로상을 수상한 배우 윤정희와의 에피소드.
문소리의 배우자는 장준환 감독으로, 배우 윤정희는 그때까지 배우 전도연이 영화감독과 결혼한 것으로 알고 있었던 것. 문소리는 "윤정희 선생님이 "그 사람이랑 결혼한 사람이 전도연이 아니고 문소리였어?"라고 놀라며 손을 꼭 잡아주시는데 마치 '내가 너의 마음의 다 안다.' 그런 손길이였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문소리는 영화 <메기>로 기술상을 수상한 김희진 미술감독이 작업하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고, 또 20년전 작품인 영화 <박하사탕> 당시와 변함없는 외모의 설경구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음은 문소리의 수상 소감 및 사회 멘트.
여자모임의 일꾼이 필요하신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이 상을 또 앞으로 어떻게 갚아드려야 하나 걱정이 앞섭니다.
집에 있는 남성영화인에게 축하해주러 와야지 않겠느냐 ...여성만의 축제가 아니다 여성들이 주인공이지만...제안을 했었는데
가사와 육아로...응원만 하겠다고...(지금) 집에 계시는데...(웃음)
"네, 장준환이랑 결혼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머? <지구를 지켜라> 장준환? 그 사람이랑 결혼한 사람이 전도연이 아니고 문소리였어?"
"네, 선생님. 전도연 선배는 다른 사람이랑 결혼했고요..."
"(전도연은) 누구랑 결혼했어?"
"사업하시는 분이랑..."
"아티스트랑 결혼한 게 당신이야?
"네, 제가 결혼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그러면서 제 손을 잡아주시는데
내가 니 마음 안다
어떻게 그런 용감한 결정을 했느냐
여러가지 마음이 담긴....그런 손길이셨어요. (웃음)
손을 꼭 잡고 눈길을 마주쳐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이 상이 그래도 윤정희 선생님의 몇일을 기쁘게 해드리길
투병중이시지만 아름답고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김희진 미술감독이) 싱크대를 진한 녹색으로 칠하고 계시더라고요.
한번도 그런 컬러를 부엌에 칠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서...너무 의아해서...
"저기...그...그 색이 맞나요?" 이런 질문을 드린 적이 있어요.
굉장히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우연한 기회에 박하사탕을 다시 봤거든요
가장 놀라운 점은 설경구 선배가 그대로라는 점
분장이 훌륭한건지 어떤건지
아니면 이 분의 안티에이징의 방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데...(웃음)
놀라울정도로 그 영화에서 나이든 모습과 지금이 거의 유사해요
그 점이 너무 놀랍고 반가운 영상이였습니다.
한편, 제20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수상자는 공로상에 윤정희 배우,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에 ‘엑시트’, ‘사바하’를 제작한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 제작자상에 ‘기생충’ 곽신애 대표, 감독상에 ‘벌새’ 김보라 감독, 각본상에 ‘생일’ 이종언 감독이 선정되었다. 연기상은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배우와 신인 연기상에 ‘엑시트’ 임윤아 배우, 다큐멘터리상에 ‘이타미 준의 바다’ 정다운 감독, 기술상에 ‘메기’ 김희진 미술감독, 홍보마케팅상에 ‘나의 특별한 형제' 딜라이트가 수상했다.
[뉴스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