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담으로 장애인 해외여행 시킨 게 죄가 되나요?
자부담으로 장애인 해외여행 시킨 게 죄가 되나요?
  • 조현성
  • 승인 2019.12.20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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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구청, 장애인보호센터 고발 "구청장 승인없어 지방재정법 위반"
검찰 "자부담으로 여행 건 것은 지방재접법 적용 안돼" 무혐의 처분
장애인 보호센터 해외여행을 고발한 울산동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보호센터 관계자가 올린 호소문이 있다
장애인 보호센터 해외여행을 고발한 울산동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보호센터 관계자가 올린 호소문이 있다

설렜던 장애인과 가족들의 해외여행 계획

지난해 12월 9일부터 13일까지 3박5일 동안 울산 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소속 장애인 등 27명이 베트남 다낭을 여행키로 했다. 시설이용 장애인 12명, 부모 11명 그리고 인솔자 4명이다.

2,119만7,000원이 소요되는 이 여행은 출발 한 달 전인 작년 11월 23일 계획이 확정됐다. 사회심리재활 일환으로 "고고!! SINGSING 가족과 함께 떠나는 다낭여행'이었다. "이용자들에게 해외여행의 기회를 제공, 자연과 여행이 주는 치유체험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가족들의 양육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경감하고 심리적 안정과 흇힉을 제공해 가족 유대감을 항상한다'는 게 목적이었다.

발달, 지적 장애 또는 정신지체 1급인 장애인들을 부모가 단독으로 해외 여행시키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이번 해외여행이 더 설레는 이유였다.

센터장은 진 모씨는 11월 26일 장애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이른바 후원금 계좌에서 여행경비를 지출했다. 구청에서 지원하는 보조금과는 전혀 다른 계좌였다.

울산동구청 여행 이틀 전 여행불허 딴지, 고발까지

순조롭던 여행 계획은 출발 이틀 전인 12월 7일 울산동구청에서 제동을 걸면서 혼란이 일었다. 구청장 허락 없이는 여행을 갈 수 없다면서 취소하라고 연락이 왔다. 보조금이 아니라 자부담으로 가는 것이어서 구청장의 허락이 필요없다고 해명했지만 다음날인 토요일(8일) 팩시밀리와 이메일로 여행불허 공문이 날아왔다.

센터 측은 이미 경비를 여행사에 송금해 돌려 받을 수 도 없는데다 한달전부터 해외여행 소식에 들떠있던 장애인들을 설득할 재간도 없었다.

결국 예정대로 여행을 다녀왔으나 여행 중인 10일 울산동구청장 명의의 고발장이 접수됐다. 자부담으로 지출된 계좌 등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에 적용하는 지방재정법 위반을 이유로 센터장, 동구복지관 관장 권한대행, 법인 대표인 비구니 스님등 3명이 피고발인이었다.

경찰은 조사 후 기소의견으로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센터 측은 보조금과(301-0089-****31)과 후원금(825-01-****51) 계좌를 분리해 운영했다. 11월 26일 장애인들이 십시일반 모은 이른바 후원금계좌에서 경비 전체를 지출했다.

울산 동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호소문. 장애아동 등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갔다가 고발됐던 센터장 A씨가 올린 글이다. 이 글은 조회수 1만을 넘겼다
울산 동구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의 호소문. 장애아동 등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갔다가 고발됐던 센터장 A씨가 올린 글이다. 이 글은 조회수 1만을 넘겼다

검찰, 자부담 여행은 지방재정법 위반 아냐 “무혐의”

검찰은 최근 이 고발사건을 무혐의처분을 했다. 검찰은 “보호센터는 지방보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업계획안에 없는 내용을 변경하기 위해 고발인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입법취지는 지방재정의 건전하고 투명한 운용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 점, 여행의 경비는 보호센터의 자부담금으로 전액 집행되어 지방보조금이 전혀 사용되지 않은 점, 행정안전부의 담당 주무관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입법취지에 반하거나 지방보조사업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지방보조사업에 드는 경비의 배분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또 “고발인의 장애인주간보호센터 해외여행 볼승인 통보는 지방재정법의 정지명령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피의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정했다.

구청 "가지말라고 했는데 갔으니 고발할 수밖에"
센터 "첫 여행도 아니고... 법적 책임 묻겠다" 

이에 대해 울산동구청 관계자는 “법리해석을 (사법기관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갔으니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며 “장애인복지사업 중에 그 여행은 계획서대로 이행한 것이 아니었다. 사업계획변경 승인 등이 없었기 때문에 고발한 것이다. 수탁계약이 계속되면 차기년도 보조금 지급 등 계도할 수 있는데, 2018년으로 계약이 끝나니 고발 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센터장 진 모씨는 “여행경비가 자부담이기 때문에 동구청의 해명은 말이 안 된다. 이 센터가 장애인들을 데리고 다녀온 여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3월부터 2018년 5월까지 8차례에 걸쳐 국내외 연수를 다녀왔다. 단 한 차례도 울산동구청은 지도감독이나 행정초지가 없었다. 이번에도 감사도 없이 바로 고발조치를 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센터장 진 씨는 지난 10일 울산동구청 자유게시판에 ‘호소문’을 올렸다. 20일 현재 이 게시물은 1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진 씨는 국민신문고에도 같은 글을 올려 울산동구청의 사과를 촉구했다. “장애인 데리고 여행 갔다는 이유로 관청으로부터 고발당해 억울하다.” “돌아온 것은 격려나 감사가 아닌 형사고발이었다.” “동구청장님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없었습니까?” 등 내용의 글이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보호센터 측은 울산동구청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해당 공무원들이 ‘직권남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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