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으로 우울증 이겨낸 인디안 ‘리자베쓰’
참선으로 우울증 이겨낸 인디안 ‘리자베쓰’
  • 현안 스님
  • 승인 2019.12.20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 미국서 출가한 한국인,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9
리즈는 결가부좌를 하고 참선과 나무 아미타불 염불을 매일 합니다
리즈는 결가부좌를 하고 참선과 나무 아미타불 염불을 매일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참선 교실을 운영하면서 만난 많은 학생들 중에서 라자베쓰는 학생이면서 또한 좋은 도반이고 친구였습니다. 그녀는 인디안 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서 뛰어난 기감을 타고 났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느끼고 아는 것도 많으면서도 말을 많이 아끼는 편입니다.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지난 2016년 여름이었습니다. 공원에서 참선 교실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아주 길게 늘어뜨린 한 여자분이 와서 “명상 교실 참여비가 얼마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네? 당연히 무료랍니다”. 그러니 그녀는 매우 반가워하며, 아들하고 공원에 나왔는데 같이 참여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물론이죠. 이제 막 참선 교실을 시작할 것이니 함께 앉아요”. 리자베쓰(우리는 그녀를 짧게 ‘리즈’라고 부릅니다)는 처음 참여하는데도 불구하고 결가부좌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모든 설명에 동의를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런 불편한 자세로 앉으라 하며,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설명에도 리즈는 내가 하는 말이 모두 다 옳다며 기뻐했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당시 리즈는 한 쪽 무릎에 압박붕대를 차고 왔는데, 아무런 거리낌없이 결가부좌로 앉았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처음 참선 교실에 온 날 결가부좌를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이 자세의 이점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학생들을 돌아가면서 쳐다보면서 설명하는 동안 속으로 ‘아 처음 온 저 여자분은 무릎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너무 억지로 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이미 그녀는 결가부좌 자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프다거나 불편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앉자마자 하는 말이 “와 어머 너무 좋네요”였습니다. 그리고 여러 학생들과 다 함께 15분~20분 정도 좌선에 들어갔습니다. 참선을 마쳤을 때, 그녀가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참여한 학생들도 그녀가 좀 달라 보인다 했습니다. 리즈는 참선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 졌다고 하면서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들과 함께 매주 거의 빠지지 않고 열심히 공원에 찾아와 참선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 다음 해에는 공원 대신 영화 스님이 지도하는 토요 참선 교실에 참여했습니다.

리즈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매우 열심히 참선을 하고, 절에도 자주 와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하는 참선 워크숍에도 적극적으로 같이 와서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결가부좌, 참선 그리고 염불로 어떻게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는지 경험을 나누며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며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얼마 전 저는 그녀에게 연락을 해서 지난 3년 동안 수행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지 다른 이들과 나누면 어떻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매우 흔쾌히 자기 자신의 내면과 주변 가족들과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서 보내주었습니다. 보통 개인적으로 겪는 심각한 심적 괴로움과 가족 문제는 쉽게 공개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일인데, 그녀는 주저하지 않고 흔쾌하게 경험담을 나눠주었습니다.

위산사 법당에서 참선 중인 리즈
위산사 법당에서 참선 중인 리즈

 

리즈는 38세로, 미국 인디안 종족인 야키족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인디안 야키족과 노르웨이 혼혈이고, 미국 북가주에서 태어났고, 아버지는 스페인계와 후이촐족 혼혈 미국인인데, 멕시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어릴 때 부모님은 별거를 하였습니다. 리즈는 타코타라는 16살의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도 엄마와 함께 참선 교실에 와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처음 리즈가 참선을 시작한 이유는 우울증 때문이었습니다. 그녀를 만나면 몸도 건강하고 목소리도 우렁차며 매우 긍정적인 태도에 잘 웃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그녀가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리즈가 처음 참선 교실에 참여할 즈음 당시 배우자와 이혼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는 양극성 우울증이 있고, 여동생은 장애가 있습니다. 또한 여동생은 식구들과 늘 싸우려 들기 때문에 리즈는 이런 어머니와 여동생 둘 다 모두 돌보아야하는 상황입니다.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은 매우 착하고, 엄마를 잘 이해해 주는 편이고, 선생님들도 그의 이런 착한 성품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런 가정 환경에 있다 보니, 이런 착한 아들조차 그 영향을 받기 시작해서, 학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리즈는 혼자 차에 앉으면 자주 눈물이 흘렸습니다. 자주 화가 나는 자기 자신이 싫어졌고, 어떤 날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어떤 날은 너무 잠을 많이 잤습니다. 자주 낮잠을 자는 날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무릎 부상과 허리 통증도 있었습니다. 사는 것이 전체적으로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결가부좌로 앉아서 아미타불을 염불하기 시작했을 때, 리즈는 온 몸이 치유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있었던 무릎 부상도 빨리 회복되었고, 허리 통증도 많이 완화 되었습니다. 몇 달간 수련해서 매일 결가부좌로 한 시간씩 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피로회복도 훨씬 잘 되었습니다. 곧 불면증도 없어졌고, 밤에 뒤척이지 않고, 잠도 편히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많이 잠을 잔 것도 아닌데 아침에 일어나면 심신이 더욱 개운했습니다. 점진적으로 복잡한 생각들도 정리가 되기 시작했고, 집중력도 향상되었습니다. 더 이상 화나거나 우울하지 않아서 생각도 더욱 명확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처럼 사람들의 행동에 즉시 반응하지 않고, 인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동생은 리즈와 있으면 더욱 차분하고 편안해졌고, 더 이상 그녀와 싸우려 들지도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양극성 우울증도 전보다 심하지 않았고, 본인 건강에 대해서 해주는 조언도 더 잘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성적도 향상되었고, 리즈도 아들이 하고 싶은 일에 더 잘 지원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들도 함께 참선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리즈의 영적인 뿌리는 미국 인디안 전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는 종교가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인디안 전통에서 배운 그녀의 영성은 다른 종교에 대하여 관대하고 포용합니다. 리즈는 과거부터 여러 성자들의 가르침에 대해서,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면 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돌보고, 주변의 다른 이들을 보살피기 위하여 불교의 ‘선’을 선택하였고,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리즈는 챤 메디테이선 (참선)을 통해 여러 다양한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도움이 된 부분은 스스로의 마음, 즉 마음에 있는 여러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것입니다.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마음이 예전만큼 많이 흩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느낍니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에 장학생 (Honored program)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른 이들의 기대에 맞추려 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면서 낭비했던 시간도 명확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삶의 값진 순간들을 예전보다 더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리자베쓰의 참선 경험담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DS3y4dxcF80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