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좌’ 적명 스님 영결·다비식 28일 봉암사서
‘수좌’ 적명 스님 영결·다비식 28일 봉암사서
  • 서현욱 기자
  • 승인 2019.12.26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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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수행·개혁의 정신적 지주 24일 원적
지난 24일 원적한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영결다비식이 28일 오전 10시 30분 봉암사에서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엄수된다.
지난 24일 원적한 봉암사 수좌 적명 스님 영결다비식이 28일 오전 10시 30분 봉암사에서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엄수된다.

지난 24일 입적한 한국불교계 한국 불교계의 대표 ‘수좌’ 적명 스님의 영결 및 다비식이 전국선원수좌회장으로 28일 오전 10시 30분 문경 봉암사에서 엄수된다.

봉암사 태고선원 수좌 적명 대종사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조화나 조의금은 모두 사절하지만, 봉암사 전통에 따라 대중공양비(기부)는 받기로 했으니 혜량해 달라.”고 했다.

적명 스님은 1923년 제주에서 태어나 20살에 나주 다보사 우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6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2018년 5우러 조계종 최고법계인 대종사에 품서됐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대 초반 한 수행승의 지도로 ‘관세음보살’을 염불하며 관(觀)하는 수행을 했다고 밝혔다.

또 훗날 대승경전인 <능엄경>에서 ‘수행 과정에 나타나는 마장들’이 관수행 때의 체험과 너무나 유사해 놀랐다는 수행 체험담도 털어 놓았다. 스님은 “관수행을 통해 천상 천하 극락 지옥을 모두 생시보다 더 생생하게 보고, 굉장한 희열감에 사로잡힌 체험의 자부심 때문에 범어사 동산 스님이나 통도사 경봉 스님 등 선지식들이 화두선을 하라는 부탁도 귀에 담지 않았다.

그런데 25살 때 토굴에서 정진할 때 다 낡은 보조국사의 <절요>에서 ‘수행을 하려면 모름지기 활구참선을 해야 한다’는 글귀를 보고, ‘무(無)자’ 화두를 들기 시작했다. 이후 스님은 전국 선원을 다니면 참선 수행에 매진했다.

적명 스님은 평생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영축총림 통도사 선원장, 고불총림 백양사 선원장, 전국선원수좌회 공동 대표를 거쳐, 2007년부터는 조계종 종립선원인 봉암사 수좌로 지내왔다. 24일 희양산 산행 도중 실종됐다가 인근 계곡에서 발견돼 문경제일병원으로 옮겼으나 입적했다. 법납 59세, 세납 81세.

적명 스님은 평생 수좌였다. 현대 한국불교의 정신적 고향이자 결사 도량인 봉암사의 조실로 추대하려는 수행자들 요청을 마다하고 수좌로 후학을 지도해 왔다. 봉암사는 부처님오신날에만 산문을 열고, 일반인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참선 수행도량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특별선원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최고 어른이었다.

평생 수좌로 산 적명 스님.
평생 수좌로 산 적명 스님.

적명 스님은 ‘수행’ 그 자체이자, ‘개혁’의 정신적 지주였다.

적명 스님은 늘 한국불교의 개혁을 원했다. 특히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 반대와 퇴진을 요구해 왔다. 그는 2013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한국불교를 “1994년 종단 개혁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1994년 당시는 서의현 前 총무원장의 개인비리라고 할 만큼 소수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중앙종회 전체와 총무원이 한 덩어리로 묶여서 총체적 부패를 저지르고 있다.“고 크게 우려했다.

당시 스님은 “백양사 도박사건 이후 자승 원장은 사태를 수습하고 명예롭게 물러나겠다는 것을 포함해 당시 수좌회가 제시한 재정투명화 및 도박 연루자 처벌 등 8개항의 제언을 받아들였지만 조치 결과는 이와 정반대였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법을 위해 몸이 망가지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것까지 피하지 않는 정신으로 정진을 해야 폭력과 타락으로 물든 종단이 환골탈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자기만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재의 상황이 앞으로 30년가량 지속된다면 조계종단이라는 종명이 지속될 수 있겠느냐”며 “더 이상 머뭇거리고 지체할 시간이 없다, 망할 조짐으로 꽉 차있다, 그릇을 확실하게 비우고 새로운 판을 짜야 종단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개혁을 원했던 적명 스님은 2017년 9월 <불교닷컴>과 인터뷰에서는 재가불자들이 종단개혁에 나선 것을 크게 환영했다. 또 재가불자들이 종단과 사찰 운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행자나 주지들이 돈을 만지지 않고 재정투명화가 이루져야 한국불교가 되살아 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당시 스님은 재가불자들이 범불교도대회를 여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미안함을 드러냈다.

스님은 “승려 집안일을 승려들이 정리하지 못해 이런 결과를 나았다. 재가불자들이 목소리 높이고, 종단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데 감사하다.”고 했다.

또 스님은 “불교 집안일에 재야의 많은 분들, 사회원로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는 것이 부끄럽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주도해야 할 인데.”라면서 “종단 문제는 스님들만의 일이 아니다. 스님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데 그렇지 않아 부끄럽게 생각하는 장로들이 많다. 범불교도대회가 총무원장 물러나라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주위에 참석을 독려하겠다.”고 했다.

적명 스님은 또 “총무원장은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왔던 '정치인'들이 아니라 참신한 제3의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또 “불교계에 퍼져 있는 부정부패의 근원은 명백하다. 속된 말이지만 '돈'이다. 부정부패를 추방하려면 딱 한 가지만 하면 된다. 스님들로 하여금 돈에서 멀어지게 해서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사찰의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재정 관리에 신도들이 참여해야 한다. 주지들이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없애면 주지 자리를 탐하는 사람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승려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과 함께 수색을 하다가 24일 오후 4시36분께 희양산 계곡에서 적명 스님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적명 스님은 이날 아침 승려들과 희양산에 올라갔다가 실종됐다. 봉암사 쪽은 이날 오후 3시43분께 적명 스님이 사라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구조대원들은 적명 스님을 들 것으로 봉암사까지 옮긴 뒤 구급차로 문경제일병원에 이송했다. 경찰은 적명 스님이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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