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져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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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도겸
  • 승인 2020.01.0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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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33

모든 수행의 방편들은 석가모니께서 공성의 지혜를 얻기 위해 설하신 것이다. 모든 고통을 소멸시키려면 먼저 지혜를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다. 숨겨진 한정적이고 세속적인 진리[俗諦]와 지고한 의미를 가진 궁극적인 진리[眞諦]라고 하는 두 가지의 진리(二諦)가 있다. 진제는 분별 인식의 대상을 초월한 것이며, 속제는 분별 인식되는 진리를 말한다.

이에 세상을 요가 세간과 세속 세간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세속 세간은 요가 세간에 의해 논파된다. 요가 행자들 중에서도 지혜가 더 뛰어난 사람들이 낮은 차원을 논파하곤 하는데, 양쪽 다 역시 인정하는 예증에 한할 따름이다.

세간 사람들은 사물을 보고 마치 실재하는 바른 성품인 양 분별하고 환(幻)과는 다른 것이라며 요가 행자와 논쟁한다. 그러나, 물질(色)이 직접 지각(現量)가능한 것이라고 해도 보편적인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간 사람들을 이끌기 위하여 부처께서는 사물이 있는 것처럼 설하신 것일 뿐이지, 실제(眞如)로는 그것들은 무상할 따름이다. 요가 행자는 착오가 없기에 세간에서 의지하는 현상의 본성(自性) 자체를 꿰뚫어 본다. 모든 것이 무상하므로 여인이 영원히 아름답지 않으며 불결하다는 본성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면 세간은 이를 논파하려 들 것이다.

(부처도 환일진데) 허깨비와 같은 부처에게 공양을 올리는데 어떻게 공덕이 생기는가! 만일 유정이 허깨비 같은 것이라면 '죽고 나서 어떻게 윤회전생해서 다시 태어날 수가 있는가! 하지만, 인연들이 모여 있는 한, 허깨비도 역시 생긴다. 그렇다고 해도 단지 오랜 동안 지속된다고 해서 중생이 어찌하여 진실로 실재한다고 할 수 있는가!

허깨비를 죽여도 (허깨비에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죄도 없다. 그러나 허깨비가 믿는 마음이 있으면 그에 따른 선[공덕]과 악[죄과]이 생겨난다. 주술이나 진언으로는 마음을 만들 힘이 없기 때문에 허깨비를 믿는 마음이 생겨날 수 없다. 허깨비는 다양한 연(緣)으로 생겨난 것이기에 허깨비도 역시 다양한 성품을 지니게 된다.

'진제는 열반이며 윤회는 속제'라면 부처도 역시 윤회한다는 말이 되는데 그럼 누가 뭐하러 부처가 되기 위한 보리행을 힘들게 하려고 하겠는가. 계속되는 연(緣)들의 흐름을 끊지 못한다면 허깨비도 사라지지 않는다. 연(緣)들의 흐름을 끊을 수만 있다면 세속도 역시 다시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착각할 만한 그 무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되는데 어떻게 허깨비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허깨비와 같은 성품이 없다면 [볼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이 보인다는 말인가. 하지만 만일 뭔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다름이 아닌 심성(心性)에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심성이 허깨비와 같다면 그때는 무엇이 무엇을 본다는 말인가! 세간의 보호자인 부처님께서도 역시 '마음은 마음을 볼 수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칼이 스스로를 벨 수 없는 것처럼 마음도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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