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재산
스님의 재산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4.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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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어느 꼬마가 배가 아프다고 칭얼대자 어머니가 이렇게 타일렀다.

"아무것도 먹지 않더니 속이 비어서 그래. 그러니 뭣 좀 먹고 속을 채우면 괜찮아질 거야."

그러는 사이에 교회의 목사가 심방을 왔다. 그런데 목사의 안색이 좋지 않아보이자 어머니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목사님 얼굴이 안 좋으신데 어디 불편하세요?”

그러자 목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골머리가 조금 아플 뿐이니까요.”

이 말을 들은 꼬마가 크게 소리쳤다.
“목사님도 골이 비었군요! 그러니까 엄마가 내는 헌금으로 골부터 채우셔야죠.”

신도들의 헌금으로 세운 교회를 사유재산처럼 가족에게 물려주는 풍토가 보편화 되자 그러한 성직자를 비웃기 위해 만들어진 우스갯소리라고 한다. 교회뿐 아니라 ‘무소유’를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 승가(僧家)에서도 사찰재산인 삼보정재를 마치 자신의 사유재산인 냥 임의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유출시키는 경우가 다반사인 모양이다.

그래서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사찰재산의 유출을 막기 위해 스님들의 사유재산을 종단이나 문중, 사찰 등에 귀속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사후재산 출연령’이 그것으로 스님이 입적 한 뒤에는 개인명의의 모든 재산을 종단에 귀속시키겠다는 유언장을 제출받는다는 것이다.

사찰재산은 신도들의 시주에 의해 형성된 것인 만큼 오롯이 부처님의 뜻을 세우고 불교를 발전시키는 일에 사용되는 것이 마땅하다. 관리를 하더라도 최소한 사찰명의로 관리되어야지 그것이 어떻게 개인 명의의 사유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부조리를 개혁하는 일에 종단의 최고 어른이신 법전 종정께서 앞장 서셨다고 한다. 지난 23일 종정께서 사후재산 출연령에 따른 유언장을 작성하는 자리에서 “승려는 그 몸뚱이까지도 시주물이므로 종단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하물며 재산은 말할 것도 없다.”는 말씀으로 종단의 개혁안에 강한 지지의사를 표명하신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총무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원로의원, 중앙종회의원 등 종단 지도자들의 유언장 제출이 줄을 잇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일부 스님들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거센 모양이다. 노후문제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종단의 자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갈수록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종단차원의 노후보장에 대한 대책이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스님들에 대한 노후대책이 없으니 은밀하게 사유재산을 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에는 귀속된 사유재산 가운데 일정부분을 스님들의 노후복지비로 사용하겠다는 안이 명시되어있다고 한다. 이번 개혁안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 것이다.

각설하고, 노후보장을 위한 목적이든 무엇이든 스님들의 사유재산 축적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 승속(僧俗)의 경계가 무엇인가? 아무리 가사장삼을 둘렀다 해도 소유욕에 대한 집착을 끊지 못한다면 속인에 다름없다. 하물며 무욕(無慾)을 수행의 근본으로 삼는 것이 불가의 법도인바에야 사리사욕에 눈먼 스님을 누가 존경하고 따르겠는가.

아무쪼록 종단의 개혁안에 모든 스님들이 동참하여 승속의 경계뿐 아니라 불교와 타종교간의 경계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소유를 실천함으로써 타종교에 비해 도덕적우월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교발전에 공헌해야 할 불제자의 도리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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