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한 명씩만 구하면 된다
한 번에 한 명씩만 구하면 된다
  • 현안 스님
  • 승인 2020.01.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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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미국서 출가한 한국인, 현안 스님의 수행 이야기 12

 

필자는 지난 4년 간 미국 여러 도시에서 참선 워크샵을 열어, 미국의 여러 인종과 종교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지도해 왔습니다. 큰 학회에서 초청 강연으로 참선을 소개할 때 100명 이상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참선교실에는 학생이 몇 명밖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큰 스님(영화 스님)은 학생이 많이 오든 적게 오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한 번에 한 명씩만 구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수 만명의 신도가 따르는 것은 관심이 없고, 한 명이 오더라도 수행으로 진정한 변화가 생기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면 그걸로 된다고 하셨지요.

참선 교실을 시작했을 때 좌식 생활에 익숙하지도 않고, 불교나 참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결가부좌 자세부터 소개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서양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명상이란 최대한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듣기 좋은 음악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고 어려운 가부좌로 앉아서 참으라고 해야하니 아무도 따라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개선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고, 인생에 변화가 있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따라왔습니다.

차츰 열심히 수련하여 심신의 변화를 경험하기 시작한 참선 교실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치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일이지만 제가 참선 교실을 운영한다는 것이 이들에게 사실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는 지역 공원에서 하는 참선 교실에서 확장하여 미국 전역의 여러 도시에서 참선 워크숍을 했습니다.

 

작년 저는 아직 출가하기 전이었는데, 사업 상 미국 내 많은 도시로 출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샌디에고,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 덴버, 라스베가스, 마이애미, 시애틀 등의 미국 주요 도시에서 출장의 기회를 이용하여, 참선 워크샵을 열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과 비용을 들여, 혼자서 참선 교실을 위한 장소 섭외, 광고, 웹사이트 업데이트 등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어떤 때에는 참선 워크숍을 하기로 했지만, 광고나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영화 스님은 그래도 괜찮다고 하시면서 무료로 계속 하고, 광고는 걱정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뉴욕 사람들의 명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것을 알아 차리고, 작년 10월 일주일간 뉴욕 내 월스트릿, 미드타운, 브루클린 등 여러 지역에 참선 워크숍을 계획했습니다. 처음 동부에서 하는 수업이니 만큼 참선 워크숍에 많은 사람은 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스님이 직접 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행사 날짜가 가까워지니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이나 불안감으로 마음이 동요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참선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먼 미국 동부에서 하다 보니 행사장을 미리 방문해보지 못하고 정했기 때문에, 막상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어수선한 곳도 있었고, 생각했던 것과 환경이 크게 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참선 워크숍 참여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스승님을 모시고 간 장소가 이리 준비가 제대로 안되어 있어 죄송스러웠는데, 스님은 계속 저에게 “아무 상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와중에 큰스님은 찾아온 미국인 참여자들에게 한결같이 차분하게 선정이 무엇인지, 참선을 왜 하는지, 수행에서 중요한 것은 선정의 힘을 키우는 것이라는 것, 왜 우리가 하는 참선의 자세는 불편한 결가부좌인지 등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또한 이들에게 선정의 여러 단계를 설명하고, 또 불법만이 색계, 무색계를 벗어나 아라한과 이상까지 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있음을 설명하셨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참선이나 불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미국인들에게 왜 이런 설명까지 하시는지 의문스러울지 몰라도, 길게 본다면 이들에게도 불교에서 알고 경험할 수 있는 “깨달음”이라는 것이 있음을 마음 속에 심어주어, 이들이 후에 깨달음을 갈망하는 마음을 심어주신 것은 아닌가 합니다.

참선을 지도할 때 마다 “아무 상관 없다. 모두 괜찮다”는 스님의 말씀을 상기하면서 학생이 한 명만 오더라도, 참선 교실의 장소가 시끄럽더라도, 참석한 학생 열 명이 모두 천주교인이어도, 그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어떻게 수행해야 그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 지도하려 노력해왔습니다. 만약 참선을 지도하면서 “참선 교실을 성공적으로 하고 싶다” 또는 “어떻게 하면 불교 포교를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마음을 냈다면, 참선 교실의 주인공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선생님이 되어 버렸을 것입니다.

인내를 갖고 이런 다양한 학생들이 계속 수행하여 스스로 마음과 몸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우니, 이들도 또한 불교의 가르침들이 가르치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닌, 수행하고 배우는 자를 위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불교 포교에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두니, 이들의 신심도 더욱 깊습니다. 이렇게 불교는 저절로 스스로 널리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현안 賢安 스님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영화 스님을 만나 참선을 접하고, 유발 상좌로 참선 수행을 해왔다. 현안 스님은 출가 전부터 영화 스님의 법문과 책을 통, 번역하는 일을 하였고, 2015년부터 영화 스님의 지도 하에 미국, 캐나다, 유럽, 중남미의 여러 도시를 다니며 참선 워크샵을 해왔다. 현재 전세계의 여러 불교, 명상, 참선에 관련된 신문과 잡지에 집필하고, 위산사에서 수행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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