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 이어 범어사도 가세?
해인사에 이어 범어사도 가세?
  • 불교닷컴
  • 승인 2006.12.13 1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일보 김일규 논설위원] "금정산을 그대로 두라"

불교계는 전통적으로 환경 파괴나 개발 행위에 대해 부정적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유욕을 경계하고 무욕(無慾)을 중시하는 경향도 적잖은 작용을 한 듯싶다.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구간 공사,북한산국립공원 관통도로 개설,서해안 새만금 방조제 사업 같은 굵직한 국책사업에 대한 반대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몇몇 스님들은 격한 방식으로 결연한 반대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지율 스님의 단식,수경 스님의 삼보일배가 그렇다. 불교계의 이 같은 전통은 기회만 되면 드러내는 개발 논리 저지에 큰 기여를 해왔다.

특이한 것은,근년 들어 일부 대형 사찰이 환경 논리에 대해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책사업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계획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면,스스로는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대규모 불사(佛事)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경남 합천의 해인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해인사는 인근에 건립 예정이던 해인골프장과 가야산 관통도로 개설사업을 앞장 서서 저지했다. 그래서 환경보전 운동의 상징적 사찰이라는 이미지를 널리 각인시켰다. 그런 해인사가 몇해 전 국립공원인 가야산 안에 대형 불사 계획을 발표했다. 수행공간 확보를 위해 제2 사찰을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부지 면적 8천600평에 사업비만도 235억원이 드는 대대적인 불사를 구상한 것이다. 이 같은 계획은 당장 반대에 부딪혔다. 전국의 불교관련 단체뿐 아니라 해인사 스님들까지도 반대에 가세했다. 해인골프장과 가야산 관통도로 반대 전력을 상기하며 이율배반적 처사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결국 해인사측은 계획 자체를 없었던 일로 백지화했다.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鎭山)이자 부산 시민의 가장 친근한 자연 공간이다. 이 금정산이 해인사와 유사한 이율배반적 개발 논리에 훼손당할 위기에 처했다. 해인사는 사찰 단독의 개발 구상이지만,금정산은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한 것이 다르다면 다르다. 금정산 자락의 범어사와 관할 관청인 금정구청이 최근 들어 이상한 개발 구상을 하고 있다. 금정구청이 지난달 말 밝힌 '금정산 관리 사업'이 그것이다. 훼손된 등산로를 복원하고 나무 계단과 안전펜스를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식물원~산성고개 구간에는 길이 50m의 구름다리도 놓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다. 이미 정도 이상으로 사통팔달 등산로가 뚫려 있는 산에 자연 치유를 돕지는 못할망정 구름다리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구청과 범어사는 현재 일방통행인 범어사 일주도로 중 하행선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할 계획이다. 통행 차량의 쌍방 교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주차장 1만5천평도 만들 계획이다. 사업비만도 213억원이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이 도로 확장이 초대형 개발 사업의 기반시설 구축 작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초대형 사업이란 범어사가 추진 중인 '선(禪)문화 체험타운'조성 계획이다. 민간자본 2천500억원과 국비·시비를 유치해 범어사 일대에 100만평 규모의 세계적인 '禪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해인사 불사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의 예산과 면적이다.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은 어디서 조달할 것이며,그렇잖아도 맨살이 드러난 금정산은 또 얼마나 더 깎여 나갈지 참으로 걱정이다. 한술 더 뜨는 것은 부산시다. 부산시는 금정산에 선문화 체험타운 개발을 위한 공원 9만8천평을 신설하겠다는 부산도시관리계획 재정비 계획까지 수립했다. 다소 거칠게 말하면,부산시 금정구청 범어사 3자에 의해 금정산이 결딴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주지가 부지런하면 절을 망치고,게으르면 온전히 보전된다'고 했다. 해인사가 그러했듯,범어사측도 지나치게 부지런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 지나친 부지런함에 힘을 실어주는 부산시와 금정구청도 너무 부지런한 건가?

mrilgyu@busanil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