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표 ‘육포’ 선물로 불교계 조롱 논란
황교안 대표 ‘육포’ 선물로 불교계 조롱 논란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1.20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식 금지하는 대승불교에 말린 고기 선물이라니…긴급회수 소동
일부 교역직 선물 못 받아 선별 논란도 한국당 “잘못 배달, 사과했다”
지난해 5월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대표. 관불의식 순서로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불리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TV안중규 갈무리
지난해 5월 12일 경북 영천 은해사를 찾은 황교안 대표. 관불의식 순서로 황교안 대표의 이름이 불리자 손사래를 치고 있다.ⓒ TV안중규 갈무리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합장하지 않아 불자들의 공분을 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번에 조계종 총무원장 등에게 고기를 말린 ‘육포’를 설 선물로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명의로 ‘육포’를 설 선물로 보냈다가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등에게 황 대표 명의의 설 선물이 도착했다. 모 백화점에서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황 대표의 설 선물은 고기를 양념에 재워 말린 ‘육포’였다. 선물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보좌하는 조계종 사서실장과 조계종의 입법부인 중앙종회 의장 등에게 배송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황 대표의 설 선물이 '육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혹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측에서는 조계종에 육포 선물이 전달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당일 직원을 보내 해당 선물을 긴급 회수했다.

한국당 측은 한 언론에 "대표님이 올해 설 선물로 육포를 마련했지만, 불교계 쪽으로는 다른 선물을 준비했던 것으로 안다"며 "다른 곳으로 갈 육포가 잘못 배달됐고, 이를 안 뒤 조계종에 사람을 보내 직접 회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수하면서 잘못 배송이 됐다고 조계종 측에 사과드렸다"고 덧붙였다.

초기불교에서 붓다석가모니는 무조건 육식을 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승불교권에서는 육식을 매우 엄적하게 금지한다. 부처님은 재가자들에게 "산 것을 몸소 죽여서는 안 된다. 또 남을 시켜 죽여서도 안 된다. 그리고 죽이는 것을 보고 묵인해도 안 된다. 난폭한 짓을 두려워하는 모든 생물에 대해서 폭력을 거두어야 한다."( Suttanipata (=Sn), ed. D. Andersen and H. Smith, (London: PTS, 1913), p. 69. )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대승불교에서는 스님이 사찰에서 육식을 먹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조계종은 대승불교에 속한다.

<범망경>에서는 “고기를 먹으면 자비의 종자가 끊기므로 중생들이 보고서 버리고 도망가니 일체 보살들은 고기를 먹지 않아야 하느니라”고 설하고 있다.

<열반경>은 불식육계(不食肉戒)를 불성계(佛性戒)로 이해하고 있다.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의 사상을 주장한 경전이기 때문에 모든 생물의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전에서는 "고기를 먹지 말라."라는 학처(學處)를 식세기혐계(息世譏嫌戒)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능가경>은 단순히 불성 때문이 아니라 뭇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체의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매우 강경한 식육금지 사상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범망경>은 불식육을 계율로 제정한다. 48경계(輕戒) 중 세 번째 계율이 바로 그것이다. “불자들이 고의로 고기를 먹겠느냐 일체의 고기를 먹지 말 것이니, 대저 고기를 먹는 자는 대자비의 불성종자(佛性種子)를 끊는 것이어서 일체중생이 보면 곧 버리고 도망하느니라. 그러므로 일체의 보살은 모름지기 일체 중생의 고기를 먹지 말 것이니 고기를 먹으면 한량없는 죄를 얻느니라. 만일 짐짓 먹는 자는 경구죄(輕垢罪)를 범하느니라.(<梵網經盧舍那佛說菩薩心地戒品> 卷10下)

따라서 대승불교에서 식육은 엄격히 금지된다. 우리나라 불교는 대승불교에 속한다. 때문에 과거부터 육식은 엄격히 금지되어 왔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육포’를 조계종 스님들에게 선물로 보낸 것은 그의 종교관의 일면을 또 한 번 보여준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로인 당 대표가 불교에 대해 얼마나 무심하고 무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의 이 같은 무례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부처님오신날 경북 영청 은해사를 찾은 황 대표는 법요식에서 합장조차 하지 않아 크게 물의를 일으켰다. 황 대표는 개신교 장로이다. 황 대표는 불교계 반발이 거세지자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불교계에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종교편향’ 논란까지 일으킨 황교안 대표가 이번에 ‘육포’ 선물로 조계종과 한국불교 신도들에게 모욕감까지 주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의 설 선물은 인터넷 상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육포 선물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댓글에는 황 대표를 질타하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댓글에는 “사이비 교주 전광후니 한테 배웠으니 오죽하겠냐? 합장도 안해, 살생을 금하는 불교계에 육포를 보내, 이건 뭐 불교계를 무시하고 조롱하는거잖아”라고 적었다. 또 한 댓글에는 “아무리 기독교 신자라고 해도 너무 모르네요. 사이비 신자가 아닌지요. 최소한 상대의 종교도 존중할 줄 알아야하는것이 아닌지요.”라고 했고, 또 다른 댓들에는 “황교안이 대통령되면 종교 분쟁 일어날 거야. 생각만해도 무서운 일이야.”라고 까지 질타하고 있다.

더욱이 황 대표는 선물을 조계종에 보내면서 스님들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댓글에서는 “고기 먹으란 법이 불교에 없다. 냉면에 고기 쫙 깔아 드시는 데 뭘, 족발과 치킨도 보내지 그랬냐”고도 했다.

황 대표의 선물은 조계종 총무원 사서실장 등은 받았지만, 일부 스님들은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선별적으로 선물을 보낸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총무원 교역직 한 스님은 “나는 선물을 받지 못해, 내용물이 뭔지 모른다”고 했다.

문재인대통령 내외는 불교계 스님들에게 설 선물로, ‘전주 꿀’ ‘김해 봉하 떡국 떡’, ‘양양 한과’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보냈다.
문재인대통령 내외는 불교계 스님들에게 설 선물로, ‘전주 꿀’ ‘김해 봉하 떡국 떡’, ‘양양 한과’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보냈다.

한편, 문재인대통령 내외는 불교계 스님들에게 설 선물로, ‘전주 꿀’ ‘김해 봉하 떡국 떡’, ‘양양 한과’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보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선물과 함께 “설날 떡국을 나누며 나이테 하나 늘어납니다. 몸과 마음도 겨울처럼 단단해지길 기원합니다.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100년을 보낸 지난해 100년 전 그날처럼 우리는 ‘나’의 소리를 찾았습니다. 서로 응원하고, 가족을 응원하고, 자신을 응원하며 2020년, 새로운 100년의 희망이 시작되길 빕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평화와 번영을 향해 변함없이 함께 걷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0년 1월 25일 대통령 내외 문재인 김정숙”이라는 편지를 동봉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