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구두선 되지 않으려면 과감히 과거와 단절해야”
“‘혁신’ 구두선 되지 않으려면 과감히 과거와 단절해야”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1.2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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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노조, 29일 종무원 동원 상월선원 기도법회 유감

전국민주연합노조 대한불교조계종 지부(이하 민주노조)가 조계종 총무원이 상월선원에 중앙종무기관 종무원들을 동원한 기도법회를 추진한 데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노조는 29일 오전 ‘진정한 소통, 화합, 혁신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종무원을 동원한 상월선원 기도법회에 유감”을 표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22일 오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백만원력결집 불사 원만성취기원 1차 기도법회’를 29일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위례 상월선원에서 시행하다고 공지했다.

이 법회에는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부실장 스님과 국장 스님, 일반직 종무원들이 참석하도록 했다. 총무원은 법회 당일 부서별 2명 이내의 필수인력을 배치하라고 지시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종무원을 강제 동원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법회는 오후 1시 조게사에 집합해 버스를 이용해 상월선원으로 이동하고,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까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3독한 후 총무부장 스님의 법문, 축원, 석가모니 정근 순으로 법회를 열 것으로 공지됐다. 법회를 마치면 다시 버스로 조계사로 이동하는 계획이다. 계획을 공지한 총무원은 설 연휴 후 업무에 복귀하는 28일까지 참석명단을 회신할 것을 지시했다.

상월선원에 대중을 동원하는 데 비판은 이어져 왔다. 종립학교 임직원을 비롯해 초등학교 합창단이 동원되고, 중앙종회가 나서 종회의원들의 기도동참을 독려했다. 여기에 조계종의 종무행정을 책임진 총무원이 종단 행사도 아닌 상월선원에 ‘공무원’인 종무원들을 사실상 강제 동원하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이는 것이다.

민주노조는 상월선원 기도법회에 종무원들을 동원하는 일에 사내 게시판인 세피스와 차팀장 회의에서 상월선원 천막법당에서 백만원력 결집 원만 성취기원 기도법회를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들이 제시됐고, 종무회의 결의도 거치지 않고 총무원장이 아닌 총무부장이 법문하는 법회를 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조는 상월선원의 천막법당 설치 과정부터 줄세우기 식 대중 동원이 불교의 수행전통과 전국 선원의 정진대중을 우롱하고 폄훼하는 처사라고 크게 비판했다.

불법건축물인 상월선원 천막법당과 산림훼손 모습.
불법건축물인 상월선원 천막법당과 산림훼손 모습.

민주노조는 “상월선원 천막법당 설치과정의 문제점, 새로운 수행문화 혁신의 허구성, 동국학원을 비롯한 사찰신도, 박원순 서울시장 및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유력인사들까지 정치적 줄세우기라는 것에 대해 대다수 불자들이 모르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불교의 수행전통과 2천명이 넘는 전국 선원의 정진대중들을 우롱하고 폄훼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건축심의까지 받은 불교문화유산보존센터를 용주사로 옮기고 그 자리에 불법 건축물을 세워 주민 등 각종 민원과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종단은 그동안 일회성 행사나 대중 동원 이벤트를 지양하면서 사부대중의 신행혁신과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시대정신이 없는 건축불사만으로는 위기의 불교를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고 했다.

민주노조는 “지금의 상월선원 모습은 어떠합니까? 어떤 감동과 진정성, 시대정신이 담겨있다는 것입니까? 제방 선방으로 가야할 그 많은 대중공양비를 위례 신도시 건립불사금으로 내놓는다 한들 어떤 공덕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노조는 “제36대 총무원은 ‘소통, 화합, 혁신’을 핵심가치로 정하고, 모든 종무의 기조로 삼고 있다.”면서 “종무원의 종무는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하며, 특정한 목적과 특정한 세력을 위하여 수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종무기관 전체 종무원이 움직이는 사업은 그만한 명분과 타당성, 절차가 있어야 하며 종단의 대표자인 총무원장스님을 중심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조는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했다.

이들은 “낡은 사고와 구시대적 관행으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며 “36대 집행부의 핵심가치인 ‘혁신’이 구두선에 머물지 않으려면 과감한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제방에서 수행과 전법에 전념하시는 수많은 스님과 종도가 종단을 지켜보고 있다. 많은 사찰과 신도들이 종단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며 “종단이 본래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자성과 성찰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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