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아가씨'는 봉주 대선사 속칭 18번(애창곡)
"가수생활 44년 만에 스님 장례식장에서 '동백 아가씨' 부르기는 처음입니다."
'동백 아가씨' 가사는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로 시작해서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로 1절이 끝난다.
장례식장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유교적 관점에서 보며 무례(無禮)함이고, 불교적 관점에서는 극히 자연스런 추모 행사이다.
불자 가수 김란영(사진) 씨는 29일 경북 영천 만불사 조실 망우당 봉주 대선사(忘牛堂 奉珠 大禪師) 장례식장에서 가수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를 참으로 맛깔나게 한 곡절 잘도 뽑았다.
'동백 아가씨'는 봉주 대선사의 속칭 18번(애창곡)이었다. 봉주 대선사는 말년 병실에 누워서 몇 날 몇 일간을 '동백 아가씨'만을 들었다고 상좌 학성 스님은 29일 장례식장에서 말했다.
학성 스님은 "죽음은 축제다. 유교적 장례식을 탈피 자유롭게 축제 형식으로 꾸며 고인의 혼을 달래는 것도 불교적이다"라고 했다.
상좌 학성 스님의 회고로 유추해 볼 때 봉주 대선사에게 '동백 아가씨'는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상징으로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가수 김란영 씨는 노래를 부르기에 앞서 "많이 울컥할 것 같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그녀는 봉주 대선사 영정 앞에서 어찌된 영문인지 자연스럽게 뽕짝 특유의 맛인 '꺽기'와 '비음(鼻音)'이 불이(不二)라는 듯 엮어 불러댔다. 한 방울의 조선간장처럼 깔끔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수로 데뷔한 그녀는 "오늘과 같은 날이 내 생애에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가수로서 최고의 영광과 행복을 느낀 하루다"고 심정을 피력했다.
가수 김란영 씨는 학성 스님과 20년 전부터 인연을 맺고, 묵묵히 음성공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