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속환사바 하셔서 불일(佛日) 밝혀 주소서”
“스님, 속환사바 하셔서 불일(佛日) 밝혀 주소서”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1.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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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당 봉주 대종사 영결·다비식 엄수…1천 대중 애도
국악·찬불가 등 공연으로 새로운 장례 문화 시도
29일 영천 만불사 다비장에서 망우당 봉주 대종사의 법구가 다비되는 모습.
29일 영천 만불사 다비장에서 망우당 봉주 대종사의 법구가 다비되는 모습.

망주당 봉주 대종사의 영결·다비식이 29일 경북 영천 만불사 원불인등전과 다비장에서 1천사부대중의 애도 속에 엄수됐다. 이날 장례는 사부대중의 애도와 함께 봉주 스님이 생전 좋아하던 국악과 가요 등 노랫소리가 영결식장과 다비장을 장엄해 슬픔을 여의고 사대육신을 벗어던진 스님의 속환사바를 염원하는 축제의 무대가 펼쳐졌다.

10대 초반인 1949년 해인사 인곡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봉주 스님은 한암 스님에게 도첩을 받고 동산 스님에게 비구계를 수지한 이후 법보전문 강원을 나와 해인사 선원을 비롯해 동화사 금당 선원 등 전국 제방선원에서 수행 정진했다. 수행에 매진하던 스님은 불교정화운동에 나섰고 해인사 감찰원장을 시작으로 진주 응석사 평창 상원사, 청도 용천사, 등 전국 각지의 사찰 주지 소임을 맡아 사격을 일신했다. 5~10대 중앙종회의원을 지낸 스님은 총무원 총무부장, 중앙종회 부의장, 제도개혁위원회 부위원장, 초심호계위원장 등 종단 사판 소임을 맡아 종단 개혁과 안정에 힘을 쏟기도 했다.

영결사를 하는 원로의장 세민 스님.
영결사를 하는 원로의장 세민 스님.

한국불교세계화의 원력이 컸던 스님은 1981년 제3차 세계불교대회, 1984년 전일불교총회, 1986년 제4차 세계불교승가회, 1990년 한중불교대회의 한국대표로 참석했다. 또 1995년 제6차 세계불교승가회 총무위원으로 한국불교응 세계에 알리는 데 헌신했다. 자신의 다비 비용을 외환위기 당시 고통 받는 국민을 위해 기증했다. 2004년 맏상좌인 학성 스님이 창건한 만불산 만불사 조실로 주석하며 한국불교현대화와 세계화에 원력을 쏟던 스님은 지난 1월 23일 새벽 법랍 71세, 세수 84세로 입적했다.

망우당 봉주대종사의 장례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법어를 내리고, 원로의장 세민스님과 부의장 대원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영축총림 방장 원명 스님, 원로의원 일면 스님, 원로의원 원행 스님, 덕숭총림 원로 설정 스님, 봉주 스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태종사 조실 영공 스님 등 원로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은해사 주지 돈관 스님, 조계종 호계원장 무상 스님, 전 봉선사 주지 정수 스님, 전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 전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태원 스님, 통도사 한주 재원 스님 등 200여명의 스님들이 참석했다. 또 이철우 경북도지사, 최기문 영천시장, 박권흠 만불사 명예신도회장, 김부겸 국회의원, 주호영 국회정각회 명예회장 등 사회인사를 비롯해 신도 700여명이 참석했다.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를 대독하는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 스님.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를 대독하는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 스님.

영결식은 명종, 삼귀의례에 이어 어산어장 동주 스님이 영결법요를 진행했고, 통도사 한주 재원 스님이 봉주 스님의 행장을 소개했다.

원로의장 세민 스님은 영결사를 통해 “산과 들에 제 몸에 지닌 것을 모두 내려놓고 비통함에 잠겼다”면서 “산빛도 슬픔을 참지 못해 깊은 침묵에 잠겼고, 새들도 길을 잃고 나눗가지를 옮겨 다니며 울고 바람도 서러워 울먹이며 지나간다.”고 애도 했다.

그러면서 “스님, 비롯 생사의 틀을 바꾸어 적멸의 깊은 곳에서 무생법인을 등득하고 계시더라도 격외의 수단으로 대기대용을 한번 보여 달라.”면서 “여기 대중의 비원을 들으시고 사바의 인연을 맺어 우리 곁에 오셔서 다시 한 번 불일을 밝히시고 조계의 선품을 드날리소서”라고 했다.

종정 진제 스님은 “종사께서는 불교정화불사에 위법망구의 정신으로 헌신하며 오늘날 우리 종단의 본래면목을 찾도록 하셨다.”면서 “망우당 봉주 대종사는 해인사로 입산하여 인곡 선지식을 은사로 불문에 들어온 이래 일생을 수행자의 본분인 정진으로 일관하였음에 이제 육신을 낡은 옷 버리듯 내려놓았으나, 주인옹은 여시 임의자재하니 어찌 사바를 등지고 적멸에 들었다 하리오”라고 법을 설했다.

또 “만고의 푸른 못에 비친 공계의 달은 두서너 번 건져 봐야사 비로소 알리라.”고 했다.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는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 스님이 대독했다.

조사하는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조사하는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해인총림 방장 원각 대종사는 “지난 시절 가만히 돌이켜 보니 가야산에서 출발한 활발발한 긴 여정은 천하의 사방 사유를 수행과 교화로써 주유하시다가 비로소 만불산 자락에서 석장을 멈추니 산봉우리는 고개를 떨구고 물소리마저 잦아듭니다.”라며 “오늘 아침 종사의 일묵에 대지는 망을 잊었지만 백팔범종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법음을 전하고 영롱한 구슬(奉珠)이 소를 따라 본향에 이르니 소도 공하고 망우(忘牛) 사람도 한가합니다.”라고 추도했다.

추모사를 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추모사를 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저희는 큰스님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시고 혼화한 미소를 보여주시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큰스님께서 생전 몸소 실천하며 보여주시던 크신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중생 속에서 정토를 성취하는 보살행을 실천하겠다.”면서 저는 도지사로 현실에 어려워하는 도민들 곁에서 지역의 변화와 혁신을 앞당겨 청년들이 더 잘사는 경북도를 만들고, 큰스님이 남다른 애정을 보이던 불교세계화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추모했다.

최기문 영천시장도 “큰스님께서는 71년 동안 피워온 인연의 푸른 불꽃을 꺼버리고 오늘 환귀본처 하신다. 사대는 원래 무상한 것이요, 오온 또한 본래 공하니 저희는 큰스님의 환신과 자애로운 가르침을 다시보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을 그만 접고자 한다.”면서 “부처와 조사의 연꽃은 불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큰스님께서 원적에 드셨지만 여여한 모습으로 저희들 앞에 시현하시어 뭇 중생들을 지극한 즐거움의 세계로 이글어 주시옵소서.”라고 추도했다.

추모사를 하는 최기문 영천시장.
추모사를 하는 최기문 영천시장.

박권흠 명예신도회장은 “이제 스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부처님 법에 의지하고 실천하며 부처님의 참다운 제자로 진실 되게 살아가고자 한다.”며 “서릿발 같은 출중한 수행으로 쌓으신 복력으로 다시 우리 곁에 오시어 저희의 의심을 풀어주시고 저희에게 보여주신 크신 지혜가 메마른 대지에 꽃비 내리듯 온누리에 퍼져 사부대중을 일깨울 수 있도록 큰 빛이 되어 다시오시옵소서”라고 애도했다.

영결식 후 망우당 봉주 대종사의 법구는 만불산 중턱에 마련된 특설 다비장으로 운구돼 다비됐다. 봉주 스님의 관은 어떠한 장식없이 다듬지 않은 나무로만 짜여 졌고, 평소 입던 가사 한 벌에 덮여 다비장에 안치됐다. 원로의장 세민 스님 원로회의 부의장 대원 스님, 원로의원 일면 스님, 호계원장 무상 스님, 전 봉선사 주지 정수 스님들이 착화에 사부대중들은 “스님, 불들어 갑니다. 어서 나오세요.”라며 소리쳤고, 71년 수행자로 살아온 봉주 스님의 법구는 연기와 함께 허공에 흩어졌다.

망우당 봉주 대종사 영결식 추모공연.
망우당 봉주 대종사 영결식 추모공연.

이날 영결 다비식은 유교식 장례에서 탈피해 생사가 둘이 아닌 붓다의 가르침처럼 헌 옷을 벗어던지는 기쁨을 대중이 함께 누리도록 국악과 트로트 가요로 축제의 한 마당이 펼쳐졌다. 영결식장에서는 국악인 김영진 씨가 춘향가의 한 대목인 ‘쑥대머리’와 찬불가 '무상게'를, 봉주 스님이 평소 즐겨 들었던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불자가수 김란영 씨가 영전에 바쳤다. 또 불자가수 김명산 씨가 어쿠어스틱 기타 반주로 ‘못 잊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을 봉주 스님과 대중에게 헌곡했다.

상주이자 봉주 스님의 맏상좌인 학성 스님(만불사 회주)은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 듯 육신을 벗고 열반의 세계로 나아가는 죽음은 하나의 축제여야 한다.”면서 “유교식 장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례문화로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고자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모습이 낯설겠지만 봉주 스님이 즐겨하던 노랫가락에 대중들도 슬픔 대신 죽음이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새롭게 배워가길 바란다.”고 했다.

망우당 봉주 대종사 영결식에 참석한 조계종 원로 스님들.
망우당 봉주 대종사 영결식에 참석한 조계종 원로 스님들.

한편 망우당 봉주 대종사의 49재는 2재(2월 5일 수요일)~6재(매주 수요일)까지는 만불사에서 봉행되며, 49재는 3월 11일 가야산 해인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비장으로 운구되는 봉주 스님의 법구.
다비장으로 운구되는 봉주 스님의 법구.
만장 행렬.
만장 행렬.
다비대에 안치되는 봉주 스님의 법구.
다비대에 안치되는 봉주 스님의 법구.
다비대에 착화하는 스님들.
다비대에 착화하는 스님들.
다비식에서 열린 추모 공연.
다비식에서 열린 추모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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