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마귀인가?
누가 마귀인가?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5.2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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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사월 초파일은 부처님오신 날이라 하여 처음에는 절집에서 경축하던 것이지만 고려 이래로 일반 민속이 이 날을 큰 명절로 정하여 여러 가지 놀이를 베풀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낮에는 탈춤을 추고, 밤에는 관등놀이라 하여 서울 한복판에 큰 기둥을 세우고 각색의 등을 달아 시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또한 각 가정에서는 집안 식구 숫자대로 등을 켜서 깜깜한 밤이 그날만은 환한 옷을 입었다.”

육당 최남선이 1930년대에 출간한 <조선상식문답>이라는 책에 실린 글이다. 그 내용으로 보아 부처님오신 날을 경축하는 제등축제는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삼국시대부터 이어져오고 있음이다.

특히 고려시대에 들어서는 민족의 큰 명절로 자리하여 민중 모두가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만들어 봄 한 철을 즐겼던 것이다. 그러한 전통은 불교탄압이 극심하던 조선시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석탄일 저녁이 되면 식구 수대로 연등을 만들어 불을 밝혀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것은 사월 초파일의 제등행사가 부처님을 기리는 행사를 넘어 우리의 민족문화로 승화되었다는 증거다.

올해 역시 부처님오신 날을 기리는 제등행사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장엄하게 봉행되었다. 그 연등행렬이 종로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저건 마귀행렬이야!”라는 고함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여섯의 명의 중년 남녀들이었다. 모두가 성경책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개신교 신자들이 분명했다. 그 중 한 남자의 양복 칼라에는 금빛 십자가가 번쩍이고 있었다. 한 눈에도 목사였다.

연등을 든 채 그 무리에게 다가가 물었다.
“대체 무엇을 마귀라 합니까?”
“하나님을 부정하면 지옥에 떨어집니다.”

“당신들이 얘기하는 하나님이란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하나님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리요, 사랑이십니다.”

“진리요 사랑이라! 그런데 당신에게는 어찌하여 진리와 사랑이 없습니까?”
“하나님을 증거 하는 것이 진리와 사랑을 행하는 일입니다.”

“남의 축제에 재를 뿌리며 심술을 부리는 것이 사랑이란 말입니까? 남을 해코지하는 마귀가 되지 말고 당신 스스로 하나님이 되어보시구려.”
“하나님은 오직 한 분뿐이십니다. 누구도 하나님이 될 수 없어요.”

“그것 참 유감이군요. 내가 알고 있는 하나님은 그런 욕심쟁이가 아닌데...”
“당신이 하나님을 안다고?”

“그럼요. 우리 부처님은 당신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마귀라고 욕을 해도 성내지 않고 자비를 베푸시니 그것이 진짜 하나님 아니겠습니까?”

그 무리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버렸다.

이러한 작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종교가 아니면 무조건 마귀로 몰아붙이는 편협성을 지니고 있다.

마귀가 무엇인가. 요사하고 심술궂은 잡귀를 통 털어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남을 인정하지 않고, 남을 관용하지 않고, 오직 자기만을 고집하며 남에게 해코지나 해대는 못된 성질을 마귀근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 개신교도들은 길거리를 지나가는 스님에게도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입으로는 사랑과 용서를 외치면서도 남의 종교를 헐뜯고 비난하고 폄하하며 해코지나 해대는 그들의 심술보야말로 마귀근성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육당 최남선이 적시했듯 불교는 이 땅의 민족종교다. 이 땅의 반만년 역사와 문화를 주도한 것도 불교이며, 우리의 삶에 영향하는 그 무엇 하나 불교의 숨결이 미치지 않은 것이 없다. 하여 부처님오신 날은 민족의 최대 명절로 모든 백성들이 경축의 행렬에 동참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종교를 마귀라니! 이 땅은 마귀의 땅이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마귀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의 역사도 마귀의 역사이고, 우리의 문화 또한 마귀의 문화라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대체 이러한 망발이 어디 있는가. 그 들은 이 땅의 백성이 아니란 말인가. 그들 스스로 참회하고 개과천선하여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참된 한국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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