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선원 계기로 수행 풍토 바뀌길"
"상월선원 계기로 수행 풍토 바뀌길"
  • 조현성
  • 승인 2020.02.0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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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다솔사 인근 토굴서 정진 중인 정인 스님

오는 8일 동안거 해제일이면 조계종 전국 선원에서 2500여 수좌 스님들이 선방문을 열고 세상을 만난다. 이번 안거에는 하루 한끼와 묵언하는 청규로 위례 상월선원 무문관 수행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출가자로 깨달음을 얻고도 세상과의 반연을 멀리하고 묵묵히 정진해온 한 비구니 스님을 사천 다솔사 인근 토굴에서 만났다. 세간의 화제가 된 상월선원과 선방풍토 등에 대해 속내를 밝힌 스님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진 촬영을 원치 않은 스님의 뜻으로 상월선원에서 정진 중인 호산 스님과 다솔사 관련 사진 등으로 대신 한 점 독자 제현께 양해를 구합니다) 

상월선원에 걸린 소원지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상월선원에 걸린 소원지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정인 스님이 세상과 소통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상월선원에서 수행 중인 호산 스님 소식을 듣고서다. 스님은 “상월선원 천막결사 열기가 한창일 때 30년 동안 잊고 지냈던 호산 스님이 불현 듯 생각났다”고 했다. 스님은 “관음보살은 설한 바 없이 설법을 하고 남순동자는 들음이 없이 듣는다(白衣觀音無說說 南巡童子不聞聞)고 한다. 깨달은바 없이 깨달음의 삶을 살고 있는 호산 스님을 보살의 화현이라 말한다. 고통받는 중생을 위해 짐짓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깨달은 수행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해인사 선방 열어준 인연

정인 스님은 호산 스님을 30년 전 해인사 보현암 동안거 중에 만났다. 스님을 처음 본 호산 스님은 대뜸 “소원 하나만 말해보세요. 들어줄게요”라고 했다. 정인 스님은 “해인사 선방에 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해인사 수좌 법전 스님 허락으로 비구니스님에게는 처음으로 선방이 열렸다. 보현암 대중스님  모두 해인사 선방에 입실할 수 있었다.

정인 스님은 “당시 크고 넓직한 선방에 앉아보는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그때 이미 호산 스님은 일대사를 궁구하려 애쓰는 수행자를 한눈에 알아본 보살의 마음이었을까 싶다”고 했다.

상월선원 결사에 들어가기 전 호산 스님은 BTN을 통해 결사 취지 등을 설명 했다 (사진=btn갈무리) / 이 사진에 앞서 올렸던 BBS불교방송이 촬영 보도하고, MBC가 인용 보도했던 호산 스님 발언 장면은 BBS불교방송 측 요청으로 삭제했습니다
상월선원 결사에 들어가기 전 호산 스님은 BTN을 통해 결사 취지 등을 설명 했다 (사진=btn갈무리) / 이 사진에 앞서 올렸던 BBS불교방송이 촬영 보도하고, MBC가 인용 보도했던 호산 스님 발언 장면은 BBS불교방송 측 요청으로 삭제했습니다

 

감나무 아래서 선정에

정인 스님은 해인사 보현암 해제 후 하안거는 지리산 실상사 약사전에서 기도정진 했다. 간화선 참구에 일념이 된 스님은 말길이 끊어지고 마음 가는 곳이 없어지는(言語道斷 心行處滅) 경계를 대했고, 새벽녘 나무 아래 선 채로 선정에 들었다.

그리고 깨달음! 환희심은 사흘을 채 가지 못했다. 다겁생 지은 업장에 밀려드는 업풍은 폭풍에 휘몰아 쳐지는 가랑잎처럼 스님의 마음을 곤두박질치게 했다.

선지식을 찾아 나서다

정인 스님은 그때부터 선지식을 찾아 다녔다. 염불선의 대가였던 어느 노스님은 “나는 깨닫지 못했다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노스님은 “깨달음이 맞다”며 인가했다.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서암 스님도 정인 스님에게 “목우행을 하라”고 했다.

정인 스님은 깨침 후 기림사에서 2년 동안 지장기도를 했다. 당시 주지였던 법일 스님을 비롯해 도와주는 스님이 많았지만, 정인 스님은 몇몇 스님으로 인해 핍박과 고초를 심하게 겪었다.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고 했다. 정인 스님은 결국 전기도 전화도 없는 깊은 산속 토굴로 들어가 15년을 보림하고 나온다.

쇼? 수행만큼은 인정을

일각에서는 “상월선원 수행은 쇼”라고 말한다. 정인 스님은 “그렇게 따지면 인생 자체가 쇼? 아닌가! ‘중생 눈에는 중생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금 하는 수행만큼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정인 스님은 상월선원에 불자들이 찾아와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스님은 “춤추고 노래 부르면 어떠한가. 그것이 딱히 ‘맞다’ ‘맞지 않다’고 할 것은 없다. 성품은 본래 공해서 한 물건도 없지만 인연 따라 차별상을 나툰다”고 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대로, 언론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 역시 각자 역할에 충실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스님은 “(상월선원에서) 수행하는 사람들 역시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시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월선원의 옳고 그름은 차츰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왜 에너지(사람의 관심)가 그곳으로 모이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스님은 “앞으로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지금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다. 좋게 볼 필요가 있다. 상월선원을 계기로 서릿발 같은 수행풍토가 시작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사천 다솔사
사천 다솔사

 

모든 것 내려놓아야 수행

정인 스님은 “선방에서 도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너무 풍요롭기 때문이다. 깨달음을 얻으려면 뼈를 깎는 각오로 수행할 수 있는 (상월선원 같은) 무문관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깨달음을 구한다면 일단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명예욕, 물질적인 욕망 등 구체적으로는 자동차, 통장, 만나는 사람까지 모두 버리고 끊어야 한다. 그것이 무문관으로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방이 막힌 공간이 무문관이 아니라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 그 자리가 진정한 무문관이다”고 했다.

스님은 “깨달음은 수행의 시작이다. 보살행의 첫걸음”이라며 “깨달음을 너와 내가 둘아닌 자리”라고 했다. 깨달음이란 나라는 존재가 없음을 보는 것이고 내가 없다는 것은 너와 내가 하나이며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시대 깨달음의 의미

정인 스님은 “나의 깨달음을 인정하는 스님들은 나를 불편해한다. 내가 깨달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스님들은 나를 미워한다. 이 시대에 깨달음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깨닫기를 원한다. 정작 깨달은 사람이 나오면 무시하고 등 돌리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본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 양심의 소리를 듣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다.

사천 다솔사
사천 다솔사

 

우리는 하나

정인 스님은 “연인끼리는 서로 좋아하지 않나? 깨닫고 보니 처처가 화엄법계이고 유행가가 법문이더라”고 했다.

스님은 유행가인 가수 송창식의 ‘우리는’을 본보기로 들었다.스님은 “가사 중에 ‘우리는 소리 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 수 있는/ 우리는 우리는 연인’이라는 구절이 있다. 우리 모두가 연인이 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정인 스님은 “상월선원 천막결사를 비롯해 전국 제방 선원의 동안거 회향일이 내일 모레다. 스님들 모두 원만하게 회향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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