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의 무례
도올 김용옥의 무례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5.2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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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지난 월요일 꼭두새벽에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천안함 얘긴데, 불교계에서 정부의 날조극이라고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가?”
“지금 무슨 얘기하노?”
“도올 김용옥이가 봉은사에서 그렇게 얘기했다카던데?”
“그거 말이가? 도올 그 사람이 왜 불교계고? 기독교 신자라카이.”
“그래? 참 얄궂다. 절에서 왜 예수쟁이를 불러 법석을 떨었노? 그것도 부처님오신 봉축기간에 말이다.”

그 친구는 아마 도올 김용옥을 불교계 인사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양철학의 대가입네 하는 사람이고, 더구나 그 유명한 봉은사에서 야단법석을 펼쳤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개신교도다. 그리고 그의 저서 ‘불교를 말하다’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술활동이나 강연 등을 통해 우리 불교를 능멸하는데 앞장서온 인물이다.

이번 봉은사 행각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 불교계의 간화선을 신랄히 비판하며 화두(話頭)를 ‘웃기는 것’이라고 힐난했다고 한다.
화두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 우리 중생들에게 진리를 깨달으라고 내려주신 숙제이자 수행법이지 않은가.
그의 말대로 ‘스스로 묻지 않는 것은 화두가 아니라’고 치자. 그래도 남의 종교가 행하는 고유의 수행법을 ‘웃기는 것’이라고 힐난하는 것은 불교를 경시하는 마음이 똥줄까지 그득하다는 증거다.
‘웃긴다.’는 말은 남을 조롱할 때나 쓰는 말이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자 선비임을 자처하는 그가 그조차 모를 리 있겠는가.

그 뿐이 아니다. 자기가 엮었다는 기독교 전도서에 대해서 장시간 설명하고 그 책을 봉은사 마당에 풀어놓고 판매까지 했다고 한다. 절집마당을 기독교 전도장으로 이용하는 무례까지 범한 것이다.
그날의 발언 또한 무뢰한의 폭언보다 쌍스럽다. 강연 내내 <나쁜 새끼들> <니에미> <미친놈> 등등 차마 입에 담아서는 안 될 욕지거리를 마구 퍼부었다고 한다. 그것도 국가원수와 정부를 향해서다. 그리고는 봉은사 직영제를 들먹이며 조계종단의 이간질도 빼놓지 않았다.

▲ 도올 김용옥 박사가 봉은사에서 강연을 마친 뒤 최근 자신이 번역한 복음서 3권으로 구성된 100질을 봉은사 신도들에게 즉석에서 판매하고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10 불교닷컴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러한 폭언이 개인의 증오심에 의한 화풀이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나를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잘 나가던 그가 용도폐기 된 것은 순전히 이명박 정부의 압력 탓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대놓고 ‘이 새끼 저 새끼’해도 무사한 시절에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내가 알기로는 입만 열면 시비꺼리를 만들어 물의를 일으키는 그의 튀고자 하는 성격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자기의 주관적 판단을 최고의 진리이자 최고의 선으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자비한 독설로 화풀이를 해왔다. 그러한 아집에 식상한 사회가 그를 기피하고 있는 것 아닌가.

도올이 언젠가 자신을 일러 ‘선비정신의 표본’이라고 자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진실로 이 시대의 선비로 대접받기를 원한다면 그 입부터 조심해야 할 것이다.

연산군 때의 성리학자 김굉필(金宏弼)이 평안도 희천 땅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그 지방의 호족이 음식을 보내왔는데 아주 귀한 것들이었다. 그 음식을 앞에 놓고 보니 고향에 홀로 계신 노모가 생각나서 먹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에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인을 시켜 잘 보관해두라고 일렀건만 그만 고양이에게 뺐기고 말았다. 화가 치민 김굉필은 보관을 허술히 한 하인을 불러 불같이 호령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마침 그에게 글을 배우던 조광조가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이렇게 말했다.
“스승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어버이 봉양하는 마음이야 마땅하지만 화가 난다하여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면 어찌 군자라 하겠습니까?”
그러자 김굉필이 제자인 조광조에게 무릎을 꿇고는 “내가 잘못했네. 자네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자네의 스승이라 하기가 참으로 부끄럽구나.” 라며 백배 사죄했다고 한다.

이것이 진정한 선비정신이라는 것을 도올 스스로 깨달아야 할 것이지만, 그런 무뢰한을 절집에 끌어들여 법석을 깔아준 명진 스님 또한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명진 스님 스스로 종단의 지도자라면 도올을 초청한 이유와 봉은사에서 행한 그의 주장이 스님의 생각과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한 해명은 있어야 할 것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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