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동 왕자와 위례 거지
견지동 왕자와 위례 거지
  • 조현성
  • 승인 2020.02.1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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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승 스님의 '화이팅'을 바라며(3)
자승 스님 등 9명의 상월선원 정진 대중은 7일 무문관을 나왔다. 종정 진제 스님에게 9명의 스님들이 삼배를 올리고 있다 (상월선원 유튜브 갈무리)
자승 스님 등 9명의 상월선원 정진 대중은 7일 무문관을 나왔다. 종정 진제 스님에게 9명의 스님들이 삼배를 올리고 있다 (상월선원 유튜브 갈무리)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는 서로 닮은 가난한 톰 캔디와 에드워드 튜더 왕자가 장난삼아 옷을 바꿔 입은 뒤 겪은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가난한 톰은 왕자 행세 후에 상상했던 왕궁 생활이 현실과는 다른 것을 알고, 차라리 구걸하며 살았던 생활이 더 자유롭고 행복했다고 여긴다.

거지가 돼 빈민굴과 도둑 소굴, 감옥 등을 전전했던 왕자는 못가진 자들의 삶을 체험하고 왕위를 찾으면 좋은 왕이 되겠다고 다짐한다. 왕위를 되찾은 그는 자비로 백성을 다스렸다고 한다.

7일 동안거 해제일을 하루 앞두고 위례 상월선원 무문관 문이 열렸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성곡 무연 호산 재현 심우 진각 도림 인산 스님 등 모두 9명의 스님들이 석달 동안의 안거를 마치고 세상을 만났다.

자승 스님 등은 씻지 않고 하루 한끼를 먹고 말을 않으며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하겠다고 대중과 약속했다.

상월선원 천막결사 청규

▷하루 14시간 이상 앉아 정진한다. ▷하루 한끼만 먹는다. ▷옷은 한벌만 허용한다.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과 목욕은 금한다. ▷외부인과 접촉을 금하고 천막을 벗어나지 않는다. ▷묵언한다. ▷규약을 어길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한다.

자승 스님이 진제 스님에게 상월선원 천막법당 내부를 소개했다. 냉장고도 있었다 (상월선원 유튜브 갈무리)
자승 스님이 진제 스님에게 상월선원 천막법당 내부를 소개했다. 냉장고도 있었다 (상월선원 유튜브 갈무리)

석달 만에 대중을 만난 스님들의 머리카락과 수염은 자라있었다. 걸사(乞士)의 모습이었다.

상월선원을 찾은 종정 진제 스님에게 자승 스님은 상월선원 천막 내부를 안내했다. 밖에서 보이는 천막 모습과 달리 상월선원 내부는 멀끔했다. 냉장고도 있었다.

하루 한끼를 먹는다는 스님들에게 매일 하루 한번씩 공양이 배식되는데, 한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왜 냉장고가 필요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다만, 추위가 걱정돼 발열조끼를 천막 안으로 넣었더니 바로 돌려보냈다는 상월선원 스님들, 핫팩 등도 제공 받지 않았다는 스님들이 갖고 있던 냉장고이기에 더 눈길이 간다.

스님들은 하루 한끼 공양을 오전 11시 배식구를 통해 도시락으로 제공 받았다고 한다. 알려진 대로면 매일 밥은 200g씩 공양을 받았다. 나머지 과일 채소 등은 하루 기준 얼마나 제공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밥의 양을 보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식단이다.

교계 한 방송사 보도에서 상월선원 스님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으로 짐작되는 박스 형태 가방을 봤다. 동안거 해제를 앞두고 자승 스님 등이 공양마저 극도로 줄인 채 철야 용맹정진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보여준 사진이다.

BBS불교방송이 지난달 28일 보도한 "위례 상월선원, 철야 용맹정진 나선다...'최근 공양 극도로 줄어들어'" 제하의 기사 가운데. 스님들의 앞에 놓인 노란 가방이 공양 도시락으로 보인다 (BBS불교방송 갈무리)
BBS불교방송이 지난달 28일 보도한 "위례 상월선원, 철야 용맹정진 나선다...'최근 공양 극도로 줄어들어'" 제하의 기사 가운데. 스님들의 앞에 놓인 노란 가방이 공양 도시락으로 보인다 (BBS불교방송 갈무리)

자승 스님 등은 진제 스님에게 삼배를 했다. 삼배를 받은 종정 진제 스님은 "금일 모든 대중들은 아홉 분의 진면목을 아시겠습니까"라며 주장자를 들어 보였다.

자승 스님 등은 천막을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향한 감사와 발원의 삼배'를 했다. 스님들은 대중법당으로 이동해 또 다시 삼배를 했다. 그런 후 스님 등은 고급 리무진 승합차 등을 타고 상월선원을 떠났다.

삼배만 거듭 하고 상월선원을 떠난 자승 스님 등이 밝힌 견해가 무엇인지 무명 중생은 알쏭달쏭하다. 왜 대중이 (자신의 진면목이 아닌) 아홉 분의 진면목을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왕자는 거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유를 부러워했다. 거지가 됐을 때 왕자는 빈민굴 등을 경험하며 왕이 되었을 때 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왕자가 된 거지는 어땠나. "아, 이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왕궁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자유를 갈망했다.

해괴한 수행법은 차치하고라도, 자승 스님에게서 천막결사의 진정성을 느끼려면, 교계매체들이 경쟁적으로 침이 마르도록 극찬했던 정진이 되려면 선행할 조건이 있었다.

1994년부터 실귄을 쥔 연주암, 종단의 각종 인사권, 주요사찰의 재정권, 징계권  등  '강남원장'자리부터 내려놓는 방하착을 보였어야 한다.

무수한 비리의혹, 자신에게 제기된 승풍실추 의혹, 이로인해 조계종단의 실추된 명예에 대해 참회했어야 한다.

조계종 강남 총무원장이라 불리며, 안거 기간 전국교구본사주지, 중앙종회의원, 동국대 총장 등 불교계 인사뿐 아니라 이재명 박원순 이낙연 황교안 등 대권 잠룡 등까지도 상월선원을 찾게 했던 자승 스님.

스님의 진면목은 왕자일까 거지일까.
자승 스님의 화이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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