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악세와 전염병의 창궐
오탁악세와 전염병의 창궐
  • 소암 스님
  • 승인 2020.02.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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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2020년 새해를 지나고 음력 무자년 설의 연휴를 보내기도 전에 들이닥친 ‘코로나바이러스', 신종독감은 중국 무한시에서 발생해 불과 2주 만에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초기에 발견한 안과의사 리원량의 말을 유언비어라 생각한 중국당국은 리원량에게 함구령을 내려 은폐했으나 며칠 후 코로나가 빠른 속도로 퍼지며 신종독감을 정하고 보도함으로써 지구촌의 뉴스로 떠올랐으나 이미 한발 늦은 대응이었다. 작년 12월에 발생해 두 달도 안돼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천육백 명이 넘고 확진자는 7만 명에 가깝다. 하루에 백사오십 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그리고 하늘길과 뱃길로 여행자들의 왕래로 인해 전 세계에 전염속도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한국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여행자에게 '신종독감 검사'를 진행하고 일본의 크루즈 여객선도 해선을 허가하지 않으며 검역 기간 2주가 끝날 때까지 운항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무한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을 위해 신속하게 전세 비행기를 보내고 아산, 진천에 격리수용소를 만들어 코로나의 확산을 저지하고 증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거의 수년마다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바이러스 독감은 종류만 해도 많아서 이름을 외우기조차 힘들다.

2천 년 들어 세계보건기구가 비상 선포한 신종플루,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조류인플루엔자, 돼지독감 이번의 코로나 신종독감 등 새로운 바이러스 독감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고 있다. 수십 년 전 악명을 떨치던 푸른 원숭이에 의한 성병 바이러스 에이즈가 유행했고 모기 원숭이 박쥐 야생동물에서 인간으로 옮아왔다. 닭·오리의 조류인플루엔자는 수백만 수천만 마리가 죽거나 병들거나 도살해야 하고 돼지독감으로 또 살처분한 돼지를 묻는 땅이 산을 이룬다. 한동안 광우병도 유럽에서 발생해 쇠고기 수입금지의 사태를 낳기도 했다.

백 년 전 미국에서 발생해 스페인으로 건너간 '스페인독감'은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보다 많은 5천만 명 이상이 죽었고 무려 5억 명이 감염돼 십 프로이상이 죽었다 하니 무서운 전염병이다.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도 스페인독감을 피하지 못해 7백만 명이 감염돼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니 '무오년 역병'이다. 그때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윤리'를 쓴 독일학자 막스 베버도 스페인독감의 희생자라 한다.
 
흑사병과 전염병의 확산
 
14세기에 악명을 떨친 '흑사병'은 몽골에서 유럽으로 건너가 확산한 전염병으로 유럽 인구의 1/3이 죽었다. 쥐벼룩이 옮긴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전 유럽 사회의 공포였고 오죽하면 악마가 퍼트린 질병이라 해서 지배종교인 가톨릭은 불신자와 사회적 약자를 병균의 보균자라고 단죄하고 마녀 처형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서는 종교도 미신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은 보편적 진실이다.

수백 년 동안 인류는 천연두 결핵 뇌염 콜레라와 독감의 바이러스와 싸웠고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이제는 첨단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백 세 장수를 바라보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나 불치병 암과 치매 같은 난치병은 여전히 연구대상이다.

제국주의 스페인이 남미 원주민을 무기로 학살한 것보다 천연두를 퍼트려 죽은 원주민이 수천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 것은 전염병에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그 무서운 천연두와 걸리면 약이 없다던 결핵도 한국이 완전퇴치한 것은 겨우 수십 년 전이다.

결핵 이야기가 나와 하는 말인데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결핵은 신종독감처럼 공기와 침, 기침으로 전염된다며 환자는 마스크를 하고 다녔고 환자와는 멀리 떨어지는 것이 필수였다. 유명 예술가와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인들과 부잣집 자녀들이 잘 걸린다고 해서 결핵은 인텔리 고급 병이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결핵 환자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비쩍 마르고 핏기없이 창백한 사람들이 기침과 각혈을 해서 이들을 수용한 국립 마산결핵요양소는 꽤 유명했다. 요즘이야 약과 치료가 좋아서 결핵은 병도 아니지만, 일제강점기와 5060년대만 해도 결핵은 불치병이었다.

천연두도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는 거의 볼 수 없으나 60, 70년만 해도 천연두 후유증으로 얼굴이 얽은 사람이 흔했다. 콜레라와 뇌염 이질 식중독 바이러스는 주로 여름에 잘 걸린 전염병으로 비위생이 원인이 되어 소독은 구청과 보건소의 몫이었다.
 
인류의 미래와 전염병퇴치
 
오래전부터 전염병은 인류와 같이 존재해왔고 퇴치하는 의술도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각종 백신 개발과 면역력을 키우는 항바이러스의 힘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끝나지 않는 전쟁이 지속하는지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느낀다. 수년마다 반복되는 신종바이러스의 창궐과 종류가 다르지만, 세계의 자본과 과학기술의 중심국가로 최강대국인 미국마저 이번 겨울에 죽은 독감 환자만 만 수천 명이 넘어섰다고 하니 처음엔 가짜뉴스거니 하고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맙소사 신종이 아닌 구독감에 '오마이갓'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과학자와 생물학자 의학자 환경운동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들 신종 전염병은 지구와 자연을 난개발해서 야생동물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근본 원인이며 이번의 중국 사회에서 평소 야생동물을 섭식하는 식문화습관이 병을 키웠다고 한다.

이번의 코로나 독감도 과일박쥐를 요리해 먹는 중국의 남부도시에서 생겨 대도시 무한시는 왕래와 활동이 금지되어 봉쇄된 상태다. 뉴스에서는 과일박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신종독감균에 중간매개처로 역시 식용인 뱀과 천산갑으로 보고 있으나 아직 백 프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 외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원인이고 개발로 인한 자연파괴의 탐욕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알고 보면 우리가 말하는 정보과학 시대와 미래의 첨단사회도 사실상 먼 우주와 종교적 유일신이 선물한 게 아닌 지구자원과 자연개발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에 불과하다. 의식주와 각종 문명의 이기는 모두 천연자원에서 나왔고 미래 후손들이 써야 할 자원을 앞당겨 빌려 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인간은 이제 끝없는 탐욕과 천연자원남용, 그리고 교만까지도 내려놓아야 지구의 미래를 보전할 수 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 노르베리 호지의 말처럼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며 이대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면 인간과 지구의 미래는 없다고 한다. 히말라야 사람들의 삶처럼 자연을 존중하고 생명체를 경외하며 최소한의 물질 소유로 만족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불교에서는 인간 세상의 다섯 가지 욕망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주범이라 말한다. 견탁見濁, 명탁名濁, 중생탁衆生濁, 번뇌탁煩惱濁, 겁탁劫濁의 다섯 가지 오염이다. 즉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과 자연오염, 무질서의 사회적 부패가 세상의 타락과 인류 생태계의 파괴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오탁악세가 인간과 세상의 오염 바이러스를 만드는 주범이며 결국 말세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한다. 마지막 겁탁은 지구온난화와 자연파괴가 주원인이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지구의 변화와 인간 역사의 오래된 재앙인 지진 화산폭발 폭풍 해일 홍수 전쟁 기근 전염병 같은 삼재팔난三災八亂이 지구와 인간 동식물 생명체를 파멸시킨다고 한다.

감기나 독감은 실체가 없는 바이러스로 치료 약이 없다. 다른 생물에 붙어서 생존이 가능한 바이러스는 마치 우주에서 온 괴물 생명체의 SF영화 같은 존재다. 침이나 기침이 튀지 않도록 남을 먼저 배려하고 최대한 위생을 철저히 하며 면역력을 높이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확진자는 향균 치료와 바이러스가 사멸될 때까지 격리수용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런 전 지구적인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인간의 능력이 위대하지만 때로는 수많은 인명과 가축이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행복과 능력은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한계와 더불어 인간의 삶이란 부질없는 한바탕 연극인가 하는 탄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 지구가 망하더라도 사과나무 한그루를 심어야 하듯 인류의 발전과 미래를 위하여 연구와 개발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줄이고 미래 후손들과 자연환경을 위하여 친환경개발과 자연 인간 동식물이 상생 공존하는 공동체의 문명발전이 소중한 가치임을 깨닫고 실천하는 길이 최상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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