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력결집불사와 상월선원 이전의 본분사
백만원력결집불사와 상월선원 이전의 본분사
  •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 승인 2020.02.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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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 스님]'약사유리광여래불 12대원(大願)'으로 ‘코로나19’가 조속히 퇴치되기를 서원하며!
불교정책연구소 법응 스님.
불교정책연구소 법응 스님.

불교는 냉철한 이성적인 면과 어머니의 품과도 같은 신앙적인 면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부모은중경>에서 어머니의 은혜를 ‘아이를 잉태하여 열 달 동안 온 정성을 기울여 지키고 보호해준 은혜, 해산할 때 괴로움을 겪는 은혜’ 등 열 가지로 구분했으니 다분히 분석적이고 이성적인 가르침이다. 반면에 힘들고 어려울 때 어머니에 품에 안기거나 ‘어머니’하고 외치면 안정이 되니 신앙적인 면이라 할 것이다.

불교가 가장 합리적인 종교임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호수에 빠진 바위는 기도로 들어 올릴 수 없다’고 말씀하신데서 잘 증명된다. 코로나19를 기도로 치유할 수 없으니 전문의에 의한 치료와 역학조사 등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와 행동이 퇴치를 가능케 한다. 불교가 코로나19에 대해 개인과 공중위생에 만전을 기하며 법회를 철회하는 것이 이성적인 것이라면, 약사여래 불공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모으며 종사자를 응원하니 신앙적인 측면이다.

‘물에 빠진 바위’의 비유는 오늘의 조계종단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나 ‘코로나19’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어떤 시사점을 준다. 종단 지도자가 한국불교와 조계종에 문제가 있어서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적으로 큰 서원을 세운 후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원인을 파악해서 노정된 문제점들은 제거하며 제도와 의식을 바꾸거나 새롭게 하면 된다. 불교라 해도 조직의 운영은 신앙적인 면보다는 이성적인 면이 한치 앞서야 한다.

'백만원력결집불사', 다시 말해서 부다가야의 한국사찰 건립이나 와불상을 세우는 일, 군법당과 도심포교당을 세우고 불교병원 또는 요양원을 건립하는 일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종단 중진이자 도봉산의 유명사찰 주지 등 일련의 주요 스님들이 법정 구속 및 집행유예의 실형이 선고되고 여기저기서 교구본사들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는 어찌할 것인가? 종단 고위층의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대책 없이는 종단이 바로 설 수도, 불교 중흥도 요원하다. 내부의 자정 불사 없이는 수백 층의 탑을 세운다 해도 사상누각이다.

문제의 고위급 스님들이 과연 불교적 마인드와 종무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혹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그 직분을 취득했는지도 의문이다. 종단의 권력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상위 권력층과 결탁 없이는 어려운 일이라는 게 설득력이 있다. 주지 인사에 억대의 돈이 오간다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인데, 헛소문이라면 형사재판에 회부 중인 자가 중요 사찰의 주지를 재임 받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비리가 없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나, 종단인사 운영 시스템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주도한 '상월선원'의 취지가 수행문화를 변화시키거나 향상시키려했다면 현재의 수행체계에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검증 그리고 대중을 향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마땅하다. 천년이상 이어져온 수행체계에 손을 대는 것이 과연 몇 사람의 뜻으로 가능한 일일까? 상월선원 개문 후 라도 공개석상에서 밝혀야 했다.

국가든 사회든 힘 있는 인사가 자신의 위치만으로 물량을 동원해서 일을 밀어붙인다고 해서 이해되거나 옳은 길일 수는 없다.

누구든 훌륭한 불교지도자라면 부처님께서 금강경을 통해 말씀하신바와 같이 자아, 개인, 개체라는 인식과 물질과 권력을 버리고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마땅하다. <불교신문> 3559호에서 홍사성 논설위원은 [천수천안] ‘해제’의 글을 통해 “훌륭한 수행자인가 아닌가를 측정하는 기준은 그가 탐진치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가에 있다. 설사 고승으로 존경받는다 해도 탐진치가 무성하다면 그 이름은 허명에 불과하다.” 라 했다. 명언이다. 여기서 탐진치는 물질적인 것은 물론 권세, 장악, 독점 등 다양한 부정적 요소들이 포함됐다고 본다.

필자는 불교에서의 수행은 ‘마음을 고쳐먹는 과정이고 결과’라 생각한다. 청정무구한 본마음(本覺)을 자각하는 과정이 수행이고 결과가 아닐까 한다. 임제 선사는 ‘지혜칼을 휘둘러 한 물건도 없으면(智劒出來無一物)’이라했다. 지혜는 바로 무일물의 시작과 끝이다. 무일물은 무소유이고 무 집착이며, 자아, 개인, 개체라는 상을 소멸시킨 상태다. 참 수행자는 상을 소멸하고 무위를 심저에 깔고서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기에 모든 것이 명철하고 사리분별(事理分別)이 분명하다.

오늘날 출가자수의 급감 등 불교세의 쇠락을 상기할 때 지난 10년간 종단에서 종사한 고위급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 현직을 막론하고 종단 고위급 단 한명이라도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대중 앞에서 처절히 참회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며, 종단을 위하는 길이고, 대중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는 행위가 아닐까 한다.

종단의 운영체계가 유기적이고 여법하게 작동하도록 지도력을 발휘하며, 종도들이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수행과 교화에 힘쓰는지 살피고 그러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종무행정을 펼치는 ‘통리(統理)’의 자리, 그러한 자리가 총무원장이란 소임의 자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계종과 한국불교의 중흥은 종단의 최고위급들이 지도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양심이 회복되고 ‘자아’를 버릴 때 가능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종교 지도자가 힘을 엉뚱한 곳에 쓰면 말로가 처참했거나 그 종교는 소멸의 길을 걸었음을 역사가 잘 증명한다.

법응(法應)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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