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우려 무시, 법주사‧백양사 산중총회 강행
‘코로나19' 감염 우려 무시, 법주사‧백양사 산중총회 강행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2.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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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 연기·정부 집단행사 자제 요청도 사실상 거부
확진자·보균자 참여시 피해 심각할 수도…법주사 현법 스님 '자격없음'
2018년 10월 열린 법주사 산중총회.
2018년 10월 열린 법주사 산중총회.

속리산 법주사와 장성 백양사가 로코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계종 총무원의 모든 행사 등 연기와 정부의 집단행사 자제 요청에도 산중총회를 강행한다. 사실상 총무원의 종무행정 지침을 거부하고 정부가 종교계 등에 집단행사 자제를 요청한 시책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신천지 집단의 코로나 19 확산 문제에 조계종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특정 교구본사가 권력 창출에 몰두해 종단 방침과 정부 시책을 거슬르면서 조계종이 내세운 코로나19 확산 방지 선제적 대응이 빛이 바래게 됐다. 

조계종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제368차 회의를 열어 제5교구본사 법주사와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주지 후보 자격 심사를 진행하고, 교구선관위의 산중총회 강행 의사에도 이를 수용해 예정대로 집단행사를 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라 3월 2, 3일 각각 예정된 법주사와 백양사 산중총회의 연기가 필요하다”며 해당 교구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했었다.

하지만 해당 교구선관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추가 감염의 종단 차원의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교구본사 주지후보자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강행 의사를 전달했다.

제5교구본사 법주사는 중앙선관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27일 중앙선관위와 총무원에 보낸 공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산중총회가 열릴 때까지 경내에 대한 방역을 실시하고 3월 2일 산중총회 당일에도 감염 우려를 막기 위한 대책을 수립한 상태”라며 산중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중앙선관위는 코로나 19 감염을 박기 위해 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쓴 채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산중총회 연기 요청은 결정하지 않았다. 교구선관위의 강행 의사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주사 산중총회는 3월 2일, 백양사 산중총회는 3월 3일 각각 개최된다. 산중총회 개회 시간은 당일 오후 1시이다.

중앙선관위가 산중총회 강행을 결정한 것은 종법상 교구본사후보자 선출을 위한 산중총회 개최여부는 교구선관위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산중총회가 열리는 당일 산문을 폐쇄해 구성원을 제외한 외부인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참석 구성원 전원을 발열체크하고, 발열환자가 확인되면 즉각 격리조치 하도록 했다. 또 산중총회 장소를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열고, 구성원 전원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산중총회 전날 대중들을 위한 숙박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당일에도 공양을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엄격히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결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와 총무원,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두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 산중총회는 특정지역의 스님들이 모이는 행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전국에 있는 300여 명의 스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데다, 대부분 스님들이 주지를 맡고 있어 코로나 19에 노출되면 신도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산중총회에 참석한 구성원들이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100% 바이러스를 차단하기는 어렵다. 도박 고발 사태와 현 주지의 후보 사퇴까지 요구되는 마당에 야외에서 산중총회를 진행한다고 해도 삼삼오오 모여 교구의 안정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대화를 막을 방법이 없다. 또 산중총회 특성상 전날 저녁 소규모의 모임과 대면 접촉이 이루어질 게 뻔하다. 발열체크를 한다지만 열이 나지 않는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체온 측정이 감염 여부를 확정할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만약 법주사 산중총회 참석자 중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돼 확진자가 발생하면 신천지와 일부 교회에 향하는 국민 비판이 불교계로 향할 수도 있다. 교구선관위에 산중총회 개최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더라도 중앙선관위는 총무원 정부처럼 ‘연기 요청’을 교구선관위에 요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더 타당해 보인다.

이날 중앙선관위는 법주사 주지후보자 자격심사를 통해 후보자 7명에 대해 ‘자격 이상 없음’을 결정했다. 각주·각문 스님이 이미 후보에서 사퇴했고, 현 주지 정도 스님에게 유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는 현법 스님은 ‘자격 이상’ 결정으로 탈락했다. 후보 자격이 확전된 스님은 노현, 정도, 법명, 원장, 각승, 각운, 정덕 스님이다. 중앙선관위는 현법 스님이 본사주지 자격 중 ‘말사주지로 8년 이상 재직 경력’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법 스님의 개태사, 보승사, 용화사 주지 경력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경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선관위는 백양사 주지후보자로 출마한 무공, 만당 스님에게 ‘자격 이상 없음’을 결정했다.

중앙선관위가 확정한 법주사 산중총회 구성원은 비구 261명, 비구니 53명 등 모두 314명이다. 또 백양사 산중총회 구성원은 비구 161명, 비구니 33명 등 모두 194명이다. 중앙선관위는 2개 교구의 산중총회 구성원 508명과 산중총회 준비를 위한 수십 명의 인력이 안전보다 교구본사 주지라는 권력 창출에 힘을 실었다는 비판을 두고두고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법주사는 도박 고발 사태와 교구본사주지 선출이 겹쳐 혼탁한 상황이고, 현 주지 정도 스님이 도박 묵인 방조와 해외원정도박 의혹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중앙선관위는 교구선관위의 요청만 받아 들였다. 백양사 역시 과거 관광호텔 도박 사건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후보자가 있는 상황이어서 두 교구 모두 도박 관련자들이 교구본사주지에 선출되는 상황을 맞게 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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