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5월 23일 지리산 달궁에서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가 성황리에 봉행됐다. 당시 총무원장 정대 스님도 자리를 같이했다. 불교환경연대가 탄생되는 과정들이었다.
그간 불교환경연대가 걸어온 길, 백두대간에서 부터 4대강까지, 중심엔 수경 스님이 있었다. 지리산, 북한산, 새만금 갯벌, 가야산, 4대강과 서울광장에서 파괴되고 오염돼가는 국토에 온통으로 몸을 던져 살리려했다. 아니 무너지고 오염돼 가는 우리의 마음을 바로 세우려 했던 것이다.
수경 스님은 어쩌면 거추장스런 것들을 벗어 던졌다. 중생인 필자에게 충격이며,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명칭과 신분은 구차한 장식에 불과하기에 어느 곳에서 어떠한 모습이던 그는 영원한 수행자이며 환경보살이다.
죄스러운 마음이지만 아직은 수경 스님이 그 구차한 것들을 더 걸치고 있어야 한다. 나라 땅과 사람들이 스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수경 스님이 있을 곳은 따뜻한 방도 겨울철 바위 옆 양지도 아닌 치열한 생사의 현장이며, 치열한 파괴의 현장이며, 치열한 대립의 현장이다.
우리는 수경 스님과 거리를 둘 수 없다. 힘든 것이 있으면 나누고, 오해가 있으면 풀고, 여력이 있으면 보태야 한다. 본시 화쟁이란, 역사의 발전은 직선의 철학이 아니라 때로는 물러서기도, 돌아가기도, 손해를 보기도 하는 과정에서의 발전이다.
도반과 같이 일한 교계 내외의 인사들은, 아무리 스님이 완곡한 글을 남기고 떠났다 해도, 설사 좋지 않은 뭔가가 있다 해도 스님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환경도 잃고 사람도 잃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는 수경 스님이 필요하다.
/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