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워져야한다 7
지혜로워져야한다 7
  • 하도겸
  • 승인 2020.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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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39

자재천(自在天 : Iśvara)이 전변(轉變)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먼저 자재천이라는 무엇을 말하는지 말해야한다. 오대(五大 : 세상의 구성요소)라고 하면 되지 왜 굳이 자재천이라고 해서 사서 고생을 하는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대 가운데 지대(地大) 등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것이 함께 모인 것이며, 무상(無常)하며 움직이지 못하며, 신성하지도 않다. 우리가 밟아서 땅은 더럽혀지는데 그것이 그대들이 숭앙하는 자재천의 본성은 아니지 않은가! 자재천은 공한 것도 아니며 움직이지도 못하므로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앞에서 이미 논박한 것처럼 불가사의한 창조주라도 인식 대상이 아니라서 인식할 수 없기에 불가사의라고 한 것을 잊었는가!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자재천이 정말 만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자재천은 ‘지대’를 비롯한 중생세계와 ‘나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재천의 본성도 역시 영원하지 않다는 말인가. 의식이 인식하는 대상에서 생기며 무시이래의 행복과 고통에서 생긴 업이라면 자재천이 따로 창조한 것은 무엇인가? 원인에 처음이 없었는데, 결과에서 처음은 어디란 말인가.

자재천은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데, 왜 자재천은 영원히 계속해서 이것저것 만들어내지 않는가! 그가 만들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 자재천은 무엇에 의지하여 만들 수 있었는가?

만일 자재천이 뭔가에 의지했다면, 결합 자체가 원인이 되기 때문에 창조주인 자재천이 설 자리는 없다. 결합이라면 무언가를 만들 힘은 없는 것이며, 반대로 결합이 아니라면 만들 힘도 없는게 된다.

만일 자재천이 바라지 않았는데도 만들어졌다면, 다른 무언가의 힘에 의한 것이 된다. 아울러 만약 만들기를 바랬다면 자재천의 의지 즉 욕망에 의지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독립적인 전지전능한 영원불변의 자재천은 어디로 갔는가!

영원한 미진[입자]가 세계를 만들었다는 주장은 이미 앞에서 이미 논박하였다. 그대들 수론파(數論派 : Samkhya)는 영원한 원질(原質)이 전변(衆生) 즉 세계 창조의 원인이라고 한다. 우주의 구성요소인 순질·동질·암질이라고 하는 세개의 속성이 완전한 평형 상태를 이루는 원질의 근원이라고 하며, 반대로 그 평형이 깨진 상태를 전변 즉 우주의 발생이라고 한다.

하나에 본성이 세 가지나 되는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러므로 그런 것들은 없다. 또한 하나만의 속성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세 개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 가운데 하나의 속성만 없더라도, 소리 등의 다른 감각도 역시 없어지게 된다. 마음이 있을 수 없는 옷이나 모포 등의 의류 자체에는 즐거움 등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인식의 대상이 되는 사물이 느낌의 원인이라면 그런 사물은 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말했다. 그대들이 말하는 원인도 역시 즐거움 등의 성품으로 사물(모포) 등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만약 모포 등에서 즐거움 등이 생긴 것이라면 그 것이 없으면 즐거움 등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 또한 즐거움 등이 영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 언제나 볼 수 있다는 말인가! 즐거움 등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이라면 왜 늘 경험할 수 없는가! 미미한 상태로 존재한다고 말하는데 때로는 거세고 때로는 미미하다는 것은 또한 무슨 말인가! 거센 것을 버려서 미세해졌다고 하는데 미세하거나 거세다는 것은 결국 무상한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이 다 무상하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하는가!

거센 것이 즐거움이라는 것과 틀리지 않다면 즐거움은 영원하지 않고 무상한 것이 확실하다. 만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어떤 것도 생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도  무(無)에서 새로운 것이 생겼다고 아무리 믿고 싶다고 해도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만일 원인에 결과가 동시에 존재한다면 음식을 먹는 것은 대변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 된다.무명옷을 살 돈으로 면화 씨앗을 사서 입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세간 사람들은 미혹 때문에 이를 알지 못한다고 하는데, 실제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이는 중생외에 또 누구란 말인가? 이러한 사실은 세간의 중생들도 알 수 있는 것인데, 왜 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세간의 인식 방법 자체가 틀리다고 한다면 그들이 확실하게 보는 다른 것도 역시 진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다. 세간의 인식 방법을 척도로 삼을 수 없다면 그것으로 잰 것도 모든 것도 다 헛것이 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 그대들이 지금까지 세간에서 공성을 수행해 온 것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분별 대상인 사물과 접촉하지 않고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물[非存在]을 분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허깨비같은 존재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확실히 거짓이 된다.

그러므로 꿈속에서 아들이 죽자, “내게 아들은 원래 없다”고 여기는 분별이 있다면, '아들이있었다'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착각을 막는다고 하는데 그 역시 모두 꿈속의 일이므로 말짱 다 헛일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이와 같이 분별해보면 어떠한 것도 원인이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별적이건 집합적이건 어떤 조건(결합)도 역시 마찬가지로 원인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란 다른 것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머무는 것도 아니며 어디로 떠나는 것도 아니다. 미혹으로 실재한다고 믿어버리니 이것이 허깨비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무엇이 허깨비로 인해서 생겼으며, 나아가 그 무엇은 어떤 원인에서 왔으며, 어떤 결과로 나갈지 또한 분별해봐야 한다.

물에 비쳐진 영상처럼 무엇인가 가까이 있기에 나타나 볼 수 있지만,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아 볼 수도 없다. 실제 모습을 그린 그림과 비슷한 이것에 실재하는 성품이 어떻게 존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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