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에 대한 백색테러를 처벌하라!
참여연대에 대한 백색테러를 처벌하라!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06.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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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삼성에 대한 집회 때와는 너무 다른 경찰의 모습

폭력은 그저 폭력입니다. 폭력을 합법적 폭력이니, 불법적 폭력이니 하고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입니다. 영남대학교 박홍규 교수의 정언입니다.
“폭력이란 말의 사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적어도 법적으로 폭력은 불법이므로 그 합법성이 논의될 수 없다. 물론 법적인 차원에서도 가령 범죄의 피침해자가 자력구제를 가하는 경우라든가 또는 노동자나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와 같이 그 폭력에 대한 법적 판단이 반드시 구체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예외적이다.”

참여연대 김기식 처장이 뺨을 맞았습니다. 참여연대 건물에는 계란을 비롯한 오물이 투척됩니다. 가스통을 동여맨 차가 건물에 접근하고, 가스통을 든 사람이 진입하려고 합니다.

작년 노무현 대통령을 추도하기 위해 시민들이 마련했던 덕수궁 분향소를 무단으로 철거하고 시민들을 가스총으로 위협하던 그 단체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 언론보도를 보면 그렇습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적극적으로 위협을 해소할 생각은 없고 단순 제지만 할 뿐입니다. 그분들을 사법처리했다는 소식 들어보신 적 있나요. 용산 철거민들에 대한 사법처리, 혹은 촛불집회 시위 가담자들에 대한 사법처리와 단순비교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달라도 뭔가 다른 건 분명하지요.

 

▲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시위 ⓒ 최윤석

 

정부를 상대로 집회나 시위를 하거나 기자회견 혹은 1인 피케팅을 한 사람에 대해 과도하게 공권력을 휘두른 사례에 대해서는 굳이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1인 시위라는 형태 자체가 사실상 불법화되고 있으니까요. 사실 시위는 자기확인이고 자기표현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영향력 여부를 떠나 혼잣말 하는 것처럼, 혼자 소리지르는 것처럼, 시위 또한 그런 자기확신이고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는 한 형태라는 것이 1인시위의 합헌적 근거입니다. 제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자기확인조차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어찌 인권과 기본권과 헌법질서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지난 4월 2일의 일입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고 박지연씨 죽음의 책임을 묻기 위해 삼성 본관 앞에서 1인 시위와 기자브리핑을 하던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활동가 7명 전원이 서초경찰서로 연행됐습니다. 불법시위라는 이유였습니다.

더도 말고 집시법대로만 해라

참여연대 앞의 시위는 합법일까요? 집시법 제16조 제4항은 집회를 하는 사람들이 “총포, 폭발물, 도검(刀劍), 철봉, 곤봉, 돌덩이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器具)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이를 휴대하게 하거나 사용하게 하는 행위와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경찰은 해산을 명할 수 있고(제20조 제1항), 해산 명령을 받으면 집회참가자들은 즉시 해산해야 합니다.(제20조 제2항) 이에 따르지 않으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집니다.(제24조)

지금 참여연대 앞에서 집회를 하는 단체들은 분명 법으로 금지하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동인권운동 단체의 평화적 집회에는 해산명령과 연행을 하던 경찰이 사적 폭력을 휘두르고 폭발물로 위협하고, 오물을 투척하는 단체에 대해서는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집회참가자들을 연행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도리어 그분들을 달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다칠새라 보호합니다. 어버이연합이라 그럴까요. 대한민국은 다시 1970년대 후반의 충효논리로 회귀하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독일 연방헌법보호청이 우익 과격주의를 감시하는 이유

독일 역사에서 바이마르 공화국은 위대한 헌법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으로 점철됐습니다. 역사적 모색기에 독일이 나찌즘으로 빠져든 이유 중에 하나는 여러 집단적 폭력사건과 비교해서 극우 세력이 자행하는 ‘백색테러’에 대해 법원이 매우 관대한 처벌을 내렸던 사실도 포함돼 있습니다. 최대의 폭력집단인 SA(나찌 돌격대)는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32년에 2백만 명까지 불어납니다. 물론 이 단체는 그 폭력성으로 인해 1936년 히틀러의 손에 해체, 숙청당합니다. 토사구팽이죠.

독일이 연방헌법보호청을 두고, 이 기구의 제2국에서 우익 과격주의 및 우익 테러를 담당하고 있는 이유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뿐만 아니라, 백색테러를 용인하는 사회분위기가 곧 나찌와 같은 정권의 온상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연방헌법보호청의 제3국은 좌익 과격주의 및 조직 테러 담당입니다. 독일은 좌익의 위험성만큼 우익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계하고 거기에 대해서 똑같은 처벌의 잣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기구는 국가입니다. 만약 국가가 정당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면 가장 거대한 폭력에 맞서 싸우는 시민들의 저항권은 민주사회라면 당연히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사적폭력, 백색테러는 국가가 용납해서는 안 될 범죄입니다. 국가가 그런 범죄를 방조한다면, 이미 그 국가는 매우 위험한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앞의 폭력적 공간을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입니다.

이쯤되면 정치적 오해나 음모를 만들어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보도를 보면 UN에서 북한의 책임을 적시하는 의장 성명조차도 어려운 형편인 모양입니다. 이런 때 참여연대의 방해로, 우리 내부의 분열로 북한의 책임을 묻는 의장성명이 불가능했다, 그로 인해 결의안은 아예 꺼낼 수조차 없었다, 이런 식으로 왜곡되면 어떡하지요. 색안경 낀 보수언론과, 무능한 외교부와, 경계에 실패한 군과, 지방선거에 참패한 한나라당이 이런 식으로 책임을 전가할까 두려워집니다. 저의 이 생각이 음모이고 정치적 오해이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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