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스님을 잊는게 도리라 생각합니다
수경스님을 잊는게 도리라 생각합니다
  • 성법 스님
  • 승인 2010.06.3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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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작도, 내려놓고 떠남도 수경 스님에겐 수행"
제가 언제 사미계를 수지하였는지 아삼삼하여, 서류상자를 정리하며 찾아보니 1979년 봄에 사미계를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합동으로 출가의식을 행하지 않고, 단위 사찰 자체로 출가자가 행자를 거쳐, 혼자서도 사미계를 받곤했습니다.

당연히 행자생활을 ‘졸업’하고, 수계식이 있는 날은 그 절의 큰 행사였습니다. 그 절의 신도들은 ‘새스님’을 축하하는데 가히 부처님을 모시는 듯 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신도는 주지스님을 마다하고, 때묻지 않은 새스님에게 축원과 기도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0년 전의 불교의 위상은 신도수로는 타종교를 압도 했었습니다. 조계종 전국신도회장이 그 당시 권력 2인자인 이후락이었으니 상상이 되실 겁니다.

그에 비하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접근이나, 정치적인 사안에는 거의 눈을 뜨지 못하였습니다. 어찌보면 그 당시 불교는 땅짚고 헤염치듯, 스님들이 절에 붙어있기만 하면 신도들이 알아서 와주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불교는 사회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공익을 위한 정체성 면에서는, 저로서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적극적인 면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기독교등 타종교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점이 더 많긴합니다.

불교가 세상과 접목하여 가장 큰 목청을 낼 수 있는 분야는 당연히 환경에 관한 문제들입니다. 환경파괴는 곧 생명체의 죽음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불교 교리적으로도 공감대 형성이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더욱 현대 문명의 성격이 발전과 개발인데, 이 목표는 환경의 훼손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율 스님은 개발에 따른 바른 불교적 시각을 처음 제시했다고 평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지율 스님의 뜻은 꺽이고, 오히려 일부 세간인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입힌 장본인이라고 비난 받지만, 그것은 이해관계가 얽힌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긴 하지만, 살생을 막아야 되는 스님의 입장에서는 정말 자랑스런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지율 스님 이후 본격적인 조직력을 갖추고, 환경운동을 자신의 수행의 장으로 삼은 수경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직접적인 계기는 평생 선방에서 수행만하시던 문수 스님이 현 정부의 환경정책인 4대강의 무분별한 개발을 재고하라 하시며, 또 그 힘을 어렵고 힘든 중생에게 쏟아달라는 ‘유언’을 남기시고, 자신의 몸을 부처님께 공양하는 ‘소신공양’을 한 것에 대한 충격과 무력감이라고 여겨집니다.

부처님이 지금 계신다면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질타하셨을 지 모르겠습니다.소신공양이란 방법이 아주 극단적이고, 부처님의 가르침의 본질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차라리 ‘등신불’을 교과서에서 읽게 한 작가인 김동리를 비난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수경 스님은 그간의 환경운동을 통해서 많은 마음 고생과,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 어려움 중에는 같은 식구인 종단이 발을 맞춰주지 않는 것, 조직의 수장으로 조직 내의 엇박자, 그중에선 무엇보다 당신의 다리관절이 절단나도록 전국을 오체투지로 다녀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 정부와 현실에 대한 무력감과 자괴감이 수경 스님을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게다가 후배인 도반 스님이 목숨을 바치고, 유서에 수경 스님이 지금 하고 있는 힘든 일을 짧지만 발원문의 형식으로 거론하였습니다.

당사자인 수경 스님의 처절한 심정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욱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라는 단서를 붙이는 사람은 불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판사가 독립된 하나의 법원이듯, 수행자는 그 한 몸으로 독립된 불법인 것입니다. 그러니, 시작도 수경 스님의 수행이고, 내려놓고 떠남도 마찬가지로 수경 스님의 수행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곳에선 ‘내려놓은’ 수경 스님이, 항상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환경운동이 필요없는 곳에서는 태산같은 마음을 다시 내려 놓으실 수 있게, 수경 스님을 당분간 그냥 조용히 잊어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습니다.

/ 세존 사이트 운영자 성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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