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 스님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
문수 스님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
  • 法應 스님
  • 승인 2010.07.19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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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9재 이후의 문수 스님과 4대강

4대강공사는 무면허의사의 '막장' 집도

문수 스님의 49재를 회향했다. 불교계의 향후과제는 소신공양 자체에만 의미를 두어서 손가락에 그칠 것인지, 유언대로 4대강사업의 반대에 정진해서 달을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4대강사업에 긍정적인 분들에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 4대강사업은 남한 국토면적의 65%(남한 면적 9만 9373㎢ / 4대강사업 유역면적 도합 6만2685㎢)에 해당하는 지역에 직간접의 영향을 미친다.

국토를 인체에 비유하면, 4대강사업은 인체의 65%에 해당하는 부위의 수술이다. 이럴 경우 각종 현대적 의료기구를 사용하여 물리・화학적 검사와 진단은 물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관상, 시상면에서 관찰하는 등 정밀진단은 필수다. 최고 수준의 의사가 집도해야 한다.

인체 수술시 환자는 물론 그 보호자에게 수술집도의 허락과 사고 발생 시 면책에 대한 확인을 받는다. 전문의가 수술집도를 해도 때로는 실패하여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전체면적 22만 1336㎢에서 북한이 약 55%인 12만 2762㎢를, 남한은 9만 9373㎢를 차지하고 있다. △남한강 간선 유로연장 481.7km. 법정하천연장 405.5km. 유역면적은 2만 6018㎢(북한지역 포함 3만 4473㎢) △낙동강은 길이 506.17km. 유역면적 2만 3384.21㎢. △영산강은 길이 115.5 km. 유역면적 3,371 km2. △금강은 길이 394.79km, 유역면적 9,912.15㎢이다. 남한의 면적은 9만 9373㎢에 이른다.  4대강사업 국가하천의 유역면적은 6만2685㎢이다. 남한의 국토면적의 65%에 해당하는 면적이 4대강사업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다.

 국토의 65%에 해당하는 면적에 굴삭기라는 메스를 들이댄다면 충분한 정밀 검진과 국토와 그 가족에게 수술여부를 물어야 한다. 국토라는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검사와 질문은 타당성, 지질 및 수리수문학, 입지환경 및 생태, 문화재 등에 관한 각종 조사다. 가족에게 할 질문은 ‘국민에게 공사에 대한 찬반’여부다.

현 4대강사업은 엑스선 촬영도 없이 인체의 65%를 절개 수술함과 다를 바가 없다. 장맛비에 낙동강등 공사현장이 엉망이다. 수술 중에 혈관이 터지고 장기가 수술대 위에 나뒹구는 형상이다. 무리한 수술이 대책 없이 진행 중이니 환자의 생명 보장이 어렵고, 설사 생명이 유지된다 해도 불구를 면키 어렵다.

4대강 사업에 홍보부족 운운은 '막장' 시술을 최고 명의의 집도인양 위장하려고 애쓰는, 한마디로 대국민사기극이다. 독자의 신체 65% 부위에 '막장' 집도 한다면 허락할 것인가?

소신공양, 거룩한 죽음 앞의 양심부재

4대강사업의 중심에는 청와대 박재완 국정기획 수석이 있다. 그는 청와대 불자회 회장이다. 지난 6월 25일 총무원에서 비공개로 열린 화쟁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4대강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7월 18일 조계사에서 봉행된 문수 스님의 49재에 박재완 수석이 참석하여 국화 한 송이를 헌화했다. 문수 스님을 소신공양에 이르게 한 직간접의 원인이 그에게 없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참회의 헌화인지, 청불회 회장으로서 헌화인지, 고위공직의 불자로서 헌화인지 그 속내는 알 수 없다. 아무리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앞에 변소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해도 그는 4대강사업을 주도하는 현 정권의 최고위직이다.

4대강사업을 주도하는 고위공직의 불자로서 문수 스님에 대해 일말의 미안한 감정이라도 있다면 청와대에서 나온 후 일체의 공직에는 나서지 말아야하는 것이 예의다. 불자고위직이기에 잘못을 해도 봐 줘야 한다는 생각이 혹여 승가에 남아있다면 위험하다.

도반을 콩 정도로 여기지 말자

자두연두기(煮豆燃豆萁) 콩을 삶는데 콩깍지를 때니
두재부중읍(豆在釜中泣) 콩이 솥 안에 있어 운다.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본래 이들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
상전하태급(相煎何太急) 서로 삶기를 어찌하여 급하게 구는가.

왕위에 오른 조비가 어느 날 아우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 시를 한 수 지어보라고 했다. 시를 짓지 못할 시 국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했다. 조식이 즉시 발걸음을 옮기면서 지어 위기를 모면한 게 이 시다.

문수 스님은 소신공양으로 국토를 살리려 했고, 대중을 일깨웠으며, 불교의 생명관과 사생관에 대한 일대 가르침을 주었다. 비구 문수의 ‘유서’가 그러하다.

총무원도 정부와 이런저런 얽히고설킨 복잡한 관계로 해서 공개천명을 못할 뿐이지 국토파괴 이전에 불교문화의 파괴가 뻔한 4대강사업을 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주된 여론이다.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를 포함하여 불교계 인사가 4대강사업에 대해 해법을 제시하거나 4대강사업에 대해 무엇인가 말을 하려면 최소한 아래 사항들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다.

△불교의 존재이유, 자비사상의 가르침과 난개발이 생명을 해치는 현실에 대한 수행자로서의 입장정립이 필요하다. △인간이나 국토가 과연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될 수 있다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과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소신을 제시해야 한다.

△4대강 문제의 1차 대상(주어)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지적에 주저해선 안 된다. △경부운하사업이 좌절되자 4대강사업을 누가 기획하여 왜 시행하며, 현재 어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한다. △한반도라는 한 생명체로서 국토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4대강사업이 가져올 자연환경 특히 불교문화의 파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필요하다. △4대강사업이 국토의 근간에 미치는 영향과 각종 토목설계기준에 의한 사전조사 및 공사기준에 적합한지를 알아야 한다. △국가적으로 4대강사업이 지금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4대강사업에 대해 천착하지 않고 찬성과 옹호를 한다면, 우리는 ‘일곱 걸음’의 여유마저도 주지 않고 문수와 도반, 선후배를 무쇠솥의 콩 정도로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가능하다.

불교가 제3의 힘에 끌려가거나, 국토파괴와 살생의 현장을 사회갈등의 한 현상으로만 인식한다면 존재 가치는 끝났다. 4대강사업의 찬성과 타협점을 찾는 측 모두에서 정작 문제는 당사자인 국토를 배제한다는 것이다.

/法應(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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