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냉전인가, 열전인가
누구를 위한 냉전인가, 열전인가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07.23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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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한‧미 양국 2+2 회의

한·미 양국은 21일 외교·국방장관이 모두 참석한 ‘2+2 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양국이 합의한 공동성명에는 ▲한미동맹 60주년 평가와 미래비전 ▲안보협력과 동맹강화 ▲천안함 사태 등 대북정책 기조 ▲지역 및 범세계적 협력방안 등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 7월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 ⓒ 한국사진기자협회

전부지공(田父之功)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당시 제나라 왕은 위나라를 침공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만약 제와 위가 서로 싸우면, 두 나라 모두 지쳐 쓰러질 형편이었지요. 한편에서는 진나라와 초나라가 대국의 세력에 의지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나라에 ‘순우곤’이라는 현명한 관리가 있었습니다. 순우곤이라는 사람이 제나라 왕에게 했던 이야기입니다.

“‘한자로’라는 굉장히 발이 빠른 훌륭한 개가 있습니다. 명견이지요. 또 여기에 ‘동곽준’이라는 천하에 이름난 약삭빠른 토끼가 있습니다. 한자로가 동곽준을 찾아냈지요. 토끼를 발견한 명견은 기필코 그 토끼를 잡고야 말겠다며 쫓기 시작했습니다. 토끼는 잡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쳤습니다. 이렇게 산을 돌기를 세 번, 산에 오르기를 다섯 번, 서로 쫓고 쫓기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요.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에는 둘 다 지칠 대로 지쳐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농부가 이 둘을 발견하고는 ‘왠 떡이냐’하는 심정으로 개와 토끼 고기를 얻어갔습니다.“

순우곤이 제 나라 왕에게 설명합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는 오랫동안 서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도 지치고 백성도 지쳐서 사기가 땅에 떨어졌는데, 만약 위나라를 정벌한다면 강한 진나라와 거대한 초나라가 이를 기회로 삼아 ‘전부지공(田父之功)’을 거두지 않을까 저는 염려가 됩니다.”
(모로하시 데쓰지, 십이지이야기, 바오출판)

이른바 ‘어부지리(漁父之利)’입니다. ‘전부지공(田父之功)’입니다.
어부가 물새와 조개를 거저 주웠다면, 농부는 개와 토끼를 거저 주웠습니다.

한반도는 지금 치열한 냉전과 열전과 군사적 훈련과 갈등과 대립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역사에서 외세를 끌어들여 국가의 안위를 담보받거나, 혹은 국가적 통일을 이루려 하거나 개혁의 방편으로 활용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역사가 곧 교훈이지요.

또 다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각축장이 되려 하는가

청일전쟁의 격전지는 한반도였습니다. 러일전쟁의 최종전장은 동해바다였습니다. 2차세계대전은 막바지에 소련과 미국의 대립이 격화됐고, 결국 한반도 분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동서냉전의 시기에 한반도는 일종의 인계철선이었습니다. 그랬던 한반도가 이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잘못하면 중국과 미국이라는 G20 간의 경쟁의 한마당이 되는 쪽으로 자칫 흘러갈 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과 민족국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체제경쟁, 이념경쟁, 속도경쟁, 군사적경쟁의 대립구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동서간의 냉전이 끝난 지 20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아니 그 이전의 보수정권의 출범을 계기로, 또 다른 의미의 가장 강렬하고 뜨거운 열전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의 경쟁과 대립은 다시 1950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는 사이 주변 강대국들의 개입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냉전이고 열전인가요.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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