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뜨기
물수제비뜨기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7.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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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강변에 나가 물수제비를 뜨며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 있었다. 주변에 굴러다니는 조약돌을 주워 강물에 힘껏 던지면 그 조그만 돌멩이가 수면을 통통 튀며 파문을 일으키는데, 아이들은 저마다 더 많은 파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쓰다가 지쳐 나자빠지기 일쑤였다.
요즘 조계종단 돌아가는 모양새가 꼭 물수제비놀이에 빠져든 것 같다. 굴러다니는 돌멩이만 있으면 날름 집어 들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파문을 일으킬까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얼마 전, 봉은사파문이 외압설파문으로 번지는 것을 보면서 어느 원로스님께 안타까움을 말씀드렸더니 “돌멩이를 있는 자리에 그대로 두면 파문이 일어나겠는가?”라며 껄껄 웃으시던 생각이 난다. 조그만 문제가 일어났다하면 덮어줄 생각은 아니하고 어떻게든 시비꺼리를 만들어 분쟁으로 몰고 가는 행태를 그렇게 개탄하신 것이다.

그런데 영담(총부부장)스님과 성타(불굴사주지)스님의 4대강사업과 관련한 발언으로 또 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승적의 3/1 가량이나 되는 많은 스님들이 4대강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터에 "정부의 4대강 공사는 돌이킬 수 없는 공정을 보이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하면서 환경을 잘 보호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두 스님의 발언은 물수제비뜨기에 아주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4대강사업의 명분으로 물 부족시대의 대비와 오염물질 제거를 내세우고 있다. 물 부족이라는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토사누적으로 얕아진 강심을 깊게 준설하고, 물을 가둬 둘 보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와 병행하여 누적된 오염물질을 걷어내 죽어가는 강물을 되살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한 찬반논란도 거세다. 찬성론자들은 강물의 오염도가 한계에 다다랐고, 이미 물 부족국가로 지정된 마당에 어떠한 형태로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인위적 공사가 오히려 생태계파괴라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 불교계가 그 논란의 중심에 서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불교가 자연친화적 종교로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연정신을 숭배하는 마음이 각별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은 글자 그대로 무엇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조성되고 스스로 변화해가는 상태를 뜻한다. 불교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깨달아야 성불이고 해탈이다. 그 ‘스스로’라고 하는 자연정신이 곧 불교정신으로써 자연과 불교는 별개가 아닌 합일체인 것이다. 그러니 강물을 인위적으로 파헤치는 행위 자체를 자연성의 훼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 세속 일에는 누구보다 초연해야할 스님들이 혹은 공사현장을 찾아다니며, 혹은 거리를 헤매며 반대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이유도 그 자연성을 지키고자 함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모든 사물이나 움직임에는 양면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장점이 있는가 하면 단점이 있고, 옳음이 있으면 그름도 있다. 그렇기에 무슨 사안마다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고 또한 그래서 사람 사는 곳에는 늘 시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효스님의 화쟁사상을 대승불교의 근본교학(根本敎學)으로 삼는 조계종단 스님들이 4대강이라는 세속적인 사안에 매달려 분쟁하고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모습은 보기에도 민망하다.

원효스님께서 고뇌의 밤을 지새우며 십문화쟁론(十問和諍論)을 저술하여 불교의 근본도리로 삼은 까닭도 시비 없고 분쟁 없는 불교를 만들기 위한 충정이지 않은가.
당시 신라불교에 만연하던 독선과 아집, 즉 스님마다 자기의 주장만을 고집하며 갈등하고 대립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극단적 쟁론들을 조화시켜 분열이 없는 불교사상을 정립하셨던 것이다.

#시비가 한창인 영담, 성타 두 스님의 발언도 일방적으로 어느 편을 옹호했다고 단정할 일이 아니다. 4대강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조화점을 찾아보고자 하는 화쟁의 시도라고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공사를 진행시킨 정부의 입장과, 환경파괴를 걱정하는 불교계 입장을 모두 개진한 행간에는 양측의 의견을 조화시켜 난국을 풀어보고자 한 고민의 흔적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설령 자신들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해도 종단의 원로를 상대로 물수제비를 떠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대승(大乘)도 아니고 원효스님의 화쟁사상(和諍思想)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조계종이 화쟁위원회라는 특별 기구를 설치하여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봉은사와 4대강에 대한 해법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차제에 눈앞의 쟁점뿐 아니라 스님들이 분쟁에 휘말리거나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방안까지 논의되기를 바란다. 쓸데없는 일에 매몰되어 기운을 소진할 때가 아니다.
4대강문제에 접근하는 요즈음의 불교계모습을 두고 “스님들이 부처를 버리고 왜 강줄기에만 매달리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돌팔매 당할 각오로 드리는 말씀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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