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왜 부처님은 주지를 하셨을까?
  • 이혜조
  • 승인 2010.07.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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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글 | 176쪽 | 조계종출판사 | 2010년 7월 23일 출간 | 9,000원 | ISBN 9788993629439 03810>

“주지는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다.
그렇다고 날아다니는 것까지 잊어버린 건 아니다.”

조계종출판사∥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13번지 전법회관 7층 B동 ∥ Tel 02-720-6108, 733-6390 ∥ Fax 02-720-6019

작 품 해 설

▲ ⓒ조계종출판사
◎ 주지가 뭐기에!
사실, 부처님 재세 시에는 주지라는 직책이 없었기에 주지직을 놓고 이러니저러니 말 나올 일이 없었다. 수행자들은 한 곳에 사흘 이상 머물러선 안 되었다. 더욱이 지붕 있는 곳은 절대 금물! 이런 사정이었을진대 어찌하여 2500여 년이 지난 지금 ‘주지’는 불교를 대표하게 되었을까?

저자인 원철스님은 말한다. 선사도, 강사도, 대중도, 심지어 동냥 얻으러 온 거지조차도 주지 타령이라고. ‘승려의 꽃은 주지’라고 주장하는 모 대덕 스님도 있는 마당에, 우리의 부처님께서는 무슨 마음으로 기원정사에 주석하시어 첫 주지직을 맡으셨는지, 옛 선사들께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지 소임을 어찌 보셨는지 그 깊은 뜻을 한번쯤 새겨 볼 시점이다.

◎ 선어록에 나타난 선사들의 주지 비결은? - 오는 모습도, 가는 모습도 쿨할 뿐!
한곳에 머물러 도량을 살펴야 하는 주지 소임과 머물고 싶을 때 머물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선사들의 모습은 일단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선어록에 기록된 주지 소임을 맡은 스님들의 면면을 보면 역시 ‘선사’답다.

주지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이는 중국의 백장선사이지만 그는 주지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대위산이라는 곳의 산중 주인이 될 수 있었지만 그 터가 당신과 맞지 않는다는 말 한마디에 바로 마음을 접는다. 임제종 황룡파를 일으킨 혜남선사가 황룡사 주지로 오기 전에 그 총림의 체제와 규격을 갖춘 이는 지금 이름조차 남아 있지 않는 어느 스님이었다. 사람들이 선(禪)도 모르면서 무엇에 쓰려고 그리 열심히 살림을 갖추느냐는 비아냥거림에 능력 있는 사람이 스스로 찾아오게 될 거라고 말하며 선원이 다 지어졌을 때 혜남선사를 주지로 청했던 것이다.

공과 사를 철저히 따져 주지가 된 스님도 있다. 창고 담당 소임을 맡고 있던 자보스님은 스승인 사계선사가 감기가 들어 약을 달이기 위해 생각을 얻으려 할 때도 개인의 일이라며 돈을 받아냈고 스승은 이런 자세를 높이 사 나중에 제자를 주지로 천거하기도 했다. 그럼 주지직을 물려받았다가 전 주지가 다시 오고 싶어하는 경우에는 어떠할까? 그런 처지에 놓였던 단스님은 법좌에서 게송을 읊은 뒤 할을 한 번 크게 외치고는 순순히 웃으며 내려왔다.

반면, 이렇듯 귀감이 되는 일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정진하던 수행자가 주지를 맡고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었다. 휘동명스님은 한 몸으로 세 곳의 주지를 겸하며 자기 마음대로 비행을 일삼다 꿈속에 나타난 가람신에 의해 곤장을 맞기도 했다. 돈과 명예에 초연하지 못할 경우 벌어지는 뒷일은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 주지가 바로 서야 불교가 바로 선다
떠돌이 생활에서 승원 거주 생활로 바뀔 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감각 기관을 제어할 수 있는 자에게는 삼림이건 지붕이 있는 집이건 다를 바가 없다. 세계의 어느 곳이든 선정을 위한 장소인 것이다.”

부처님의 이러한 배려와 그 이후 부처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주지직을 성실히 임했던 수많은 부처님의 제자들 덕분에 불교 교단은 지금까지 존속될 수 있었다.

훗날, 백운선사는 주지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
“주지는 새장 속에 갇힌 새와 같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날아다니는 것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날아다니는 것을 잊어버린 주지인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저자 원철스님은 그래서 이렇게 덧붙인다. 스스로의 근기를 잘 헤아려 부동심의 경지가 나타나기 전에는 함부로 주지 자리를 맡지 말라고!

◎ 저자 소개
해인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은해사, 실상사,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동시에 일간지와 각종 매체 그리고 교계지에 대중성과 함께 깊이 있는 글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선림승보전』 (상, 하) 를 번역하였고, 『범망경고적기』를 공역했다. 산문집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와 현 시대의 감각으로 선불교를 이야기한『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건축 기행 에세이『절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 등을 출간하여 다방면에 걸친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월간해인 편집장을 지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총무원 기획국장과 재정국장을 거쳐 현재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소임을 맡고 있다.

◎ 차례
서문 004∥부처님은 왜 주지직을 수락했을까 010∥정법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라 013∥ 주지는 복이 있어야 한다 016∥ 백장선사와 위산 영우스님의 복놀음 019∥위산 영우스님이 대위산을 차지하다 022∥드디어 천하제일의 사찰을 완성하다 025∥주지는 갇혀 있는 새와 같다 028∥세력을 부리면 시기와 모욕을 받게 된다 032∥주지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036∥삼십 년 동안 탁발로 대중을 시봉하다 040∥좋은 수행 환경을 후학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043∥‘법’이 ‘밥’보다 우선해야 한다 046∥주지의 자질론 050∥떠내려오는 나물 한줄기에서 법을 보다 054∥공과 사를 제대로 구별해야 한다 058∥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말사 주지는 하지 말아라 062∥차나무를 베어버리다 066∥구들장을 파버리다 069∥법의 체면을 지킬 수 없으면 떠나야 한다 073∥주변 사람을 잘 관리해야 한다 077∥ 언제나 초발심으로 081∥호가호위 085∥친인척을 멀리하라 089∥조실급 주지, 원주급 주지 093∥공찰과 사찰 097∥늙고 병든 이를 편안히 머물게 하라 100∥살림살이와 깨달음 104∥평등심을 가져야 한다 107∥따로 주지실을 짓지 않다 109∥주지 노릇은 번거로움이다 113∥생태 환경 사찰과 주지 116∥명예, 마지막까지 떨쳐야 할 집착 119∥사찰을 창고로 개조하려는 것을 막다 122∥사치하지 말라 126∥토굴 주지의 자격 129∥운력과 부역 133∥신도외호, 국가외호 137∥도덕적 위의, 권세적 위의 141∥자리를 사고파는 것은 부당하다 145∥중도의 주지법 149∥사람을 사귐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152∥전임자를 예우하라 155∥주지직을 여덟 번 거절한 이유 158∥주지직을 다시 돌려주는 법 161∥새로 온 주지가 못마땅하여 165∥대중 뒷바라지를 잘해야 168∥뒤끝이 없어야 한다 171

◎ 본문 중에서
부처님이 주지가 되신 건 정법을 오래도록 머물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주지란 말의 어원도 여기에서 시작하는 걸로 보는 것이 좋겠다. 불법을 오래 머물도록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 바로 주지인 것이다. -13쪽
알고 보면 그 비결은 별것 아니다. 승속의 청을 받으면 한 걸음에 달려가서 지성껏 염불을 해주었다. 절대로 시주가 많고 적음은 헤아리지 않았다. 더러는 한 푼을 받지 못하여도 그것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래서 그 집에서 다시 부르면 달려가서 처음같이 해줄 수 있었다. 평등한 마음으로 모든 이를 차별 없이 대한 것이 오랜 세월 공덕이 쌓여 사세를 키운 힘이 된 것이다. -42쪽

특히 늙고 병든 이를 편안히 머물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이유는 젊은 사람들만 골라서 머물게 하는 일은 교화에 큰 손상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머물고 있는 우화당의 양쪽 끝방은 한 칸씩 칠순의 노스님이 머물고 계신다. 밖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와도 방 한 칸은 꼭 불이 켜져 있다. 빈집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그리 편안할 수가 없다. 새삼 노스님의 훈기를 느끼는 순간이다. 고사목과 노승은 산문의 한 경관이라는 이야기를 다시금 실감하는 한밤중이었다. -102쪽

천복 중봉선사의 주지론이다.
“이른바 주지라는 소임의 본질은 멀리는 선불의 가르침을 이어받고, 가까이는 조사들의 교화 방편을 지녔으며, 안으로는 자기의 진성을 간직했고, 밖으로는 인간과 천상이 의지할 믿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107쪽

어느 절이든지 가 보면 주지실 만큼은 사세에 관계없이 덩그렇게 잘 지어 놓았다. 물론 필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렇게 크게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평대중의 방과 같은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건 또 다른 무소유의 실천이라 하겠다.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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