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앙종 9대 조사 선화 상인의 종지
위앙종 9대 조사 선화 상인의 종지
  • 현안 스님
  • 승인 2020.04.01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못한 선화 상인과 그가 이은 법맥인 위앙종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앙종은 오랜 세월동안 그 맥이 끊어졌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국 근대 불교를 중흥시킨 허운화상(虛雲和尙) 은 이 오가 즉 위앙종 (潙仰宗), 임제종 (臨濟宗), 조동종 (曹洞宗), 운문종 (雲門宗), 법안종 (法眼宗)의 법맥을 모두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허운화상은 화두법과 참선요지(參禪要旨)로 중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선화 상인 (宣化 上人, 1918-1995)이 법맥을 인가받기 위하여 허운 선사를 만나셨을 때, 이 다섯 개의 법맥 중 위앙종의 법맥만을 인가 받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출가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이 다섯가지의 종파 모두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지만, 영화 스님의 법문과 그 밖의 여러 불교 자료를 살펴보니, 한국의 불교는 이 오가 중 임제종의 영향을 특히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 불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성철 스님도 호랑이 처럼 무서우셨다고 하는데, 살아계실 때 ‘임제록'을 강설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임제종은 제자들을 매우 혹독하고 엄격하게 지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위앙종에 대하여 연구하고 설명하려 하였으나, 영화 스님에 따르면 위앙종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공개적이지 않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한 매우 무섭고 혹독한 수행 스타일은 임제종이라 생각하지만 위앙종의 선사들도 상황에 따라 혹독하게 제자들을 지도하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미스터리한 위앙종의 마지막 조사이셨던 선화 상인은 어떤 분이었을까요? 선화 상인은 중국의 정통선인 위앙종을 서양으로 전파하신 분입니다. 선화 상인이 미국에서 제자들과 함께 방대한 양의 대승 경전과 법문을 영문화하는 일도 하셨고, 많은 출제가자들이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셨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미국과 세계 전역을 다니시면서 법문을 활발히 하셨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처음 수행을 시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바로 선화 상인의 3대 종지였습니다. 선화 상인은 제자들에게 이 종지를 매일 새벽과 저녁 예불 시간을 통해 낭송하도록 하였습니다. 저도 처음 이 종지를 읽었을 때, 이를 마음 깊이 새겨 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음 속에서 번뇌와 망상이 생겼을 때, 하고자 하는 말이나 행동이 이 종지에 어긋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얼어 죽어도 (인)연에 매달리지 않는다. (凍死不攀緣)

굶어 죽어도 연을 구걸하지 않는다.(餓死不化緣) 

가난으로 죽어도 연을 구하지 않는다. (窮死不求緣)

연을 따르되 바뀌지 않고, 바꾸지 않으나 연에 따른다. (隨緣不變, 不變隨緣)

우리는 이 위대한 삼대 종지에 끝까지 견지하다. (抱定我們三大宗旨)

우리는 부처님의 일(불사)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捨命為佛事)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일을 위해 삶을 만들어 간다. (造命為本事)

승가를 위해 우리의 인생을 바로잡는다. (正命為僧事)

일에 부딪히면 원칙이 밝아지고, 원칙을 밝혀 일에 적용한다. (即事明理, 明 理 即 事.)

우리는 조사 일맥의 심전을 널리 퍼뜨린다.(推行祖師一脈心傳)

자신에게 물어보라: 싸우지 않는가? (問自己是不是不爭?)

자신에게 물어보라: 탐하지 않는가? (問自己是不是不貪?) 

자신에게 물어보라: 구하지 않는가? (問自己是不是不求?)

자신에게 물어보라: 이기적이지 않은가? (問自己是不是不自私?)

자신에게 물어보라: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가? (問自己是不是不自利?)

자신에게 물어보라: 거짓말 하지 않는가? (問自己是不是不打妄語?)

자신에게 물어보라: 하루에 한번 먹는가? (問自己是不是吃一餐?)

자신에게 물어보라: 항상 가사를 입고 있는가? (問自己是不是衣不離體?)

이것이 조사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가풍이다. (這是我們祖師所傳的家風)

우리는 이를 변함 없이 따른다. (我們遵從不易.)”

물론 종지의 내용 중 가장 마지막의 ‘하루에 한번 먹는가’와 ‘하루 종일 가사를 입고 있는가’는 비구, 비구니계를 받은 출가자들에게만 해당됩니다. 

수년 전 네팔에 지진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우연히 뉴스를 봤는데, 나이가 많은 한국인 교포 한 분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순수하고 착했던 사람들이 지진이 나서 굶으니 갑자기 나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주가 모두 해결되고, 극심한 어려움이 없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의 의식주가 위협을 받고,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껴지면, 누구나 악한 언행을 하기 쉬워집니다. 하지만 참선과 수행으로 선정의 힘을 얻고 계속 발전하면, 배고픔과 추위에 대한 괴로움,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함에서 발생하는 불만족도 줄어듭니다. 

이럴 때일 수록 부정적인 생각을 키우기 보다는 우리의 빛을 내면으로 돌리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선정의 힘으로 얼어 죽어도 연에 매달리지 않고(동사불반연 凍死不攀緣), 굶어 죽더라도, 연을 구걸하지 않으며(아사불화연, 餓死不化緣), 가난으로 죽어도, 인연을 구하지 않을 수 있을 (동사불구연, 窮死不求緣)정도의 힘과 지혜가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이들과 싸우지 않고 (問自己是不是不爭?), 무엇도 탐하지 않으며 (問自己是不是不貪?), 아무것도 구하지 않고 (問自己是不是不求?) 이기적이지 않으며 (問自己是不是不自私?), 자신을 위한 이익을 취할 필요도 없고 (問自己是不是不自利?),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게(問自己是不是不打妄語?) 됩니다. 사회로 부터 고립된 상황일 수록 마음에 침투하는 불안감, 증오,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은 눈깜짝할 사이 마음 속에 뿌리를 깊게 내리고, 밤낮으로 우리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요즘 소셜미디어에 유행하는 말처럼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If You Can’t Go Outside, Go Inside).

그 방법으로 가장 간단하고 빠른 것이 바로 결가부좌로 앉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와 도전을 해보세요. 오늘 이 글을 읽었다면, 1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앉는 것입니다. 다음처럼 해보세요.

결가부좌로 앉아보세요.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에 놓고, 오른발을 왼쪽으로 덮으면 됩니다. 처음부터 할 수 없다라고 단정짓지 말고, 시도해 보세요. 절대로 결가부좌가 불가능하다면, 반가부좌로 앉아보세요. 역시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에 놓습니다. 발의 방향을 바꾸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앉도록 하세요. 

너무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고 일단 앉습니다. 다리 한쪽이 바닥에서 좀 떠 있거나, 등이 완전히 곧게 되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세요. 계속 앉으면 자연스럽게 교정이 됩니다. 일단 앉는 것에 집중합니다.

단전에 마음을 모읍니다. 잡생각이 올라오면 그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계속 단전으로 마음을 모아봅시다.

눈은 감아도 되고 뜨고 있어도 되지만, 외부에 보이는 것들이 방해가 된다면 감으세요.

왼 손 위에 오른 손을 놓고 엄지손가락끼리 닿게 하는 비로자나 수인을 합니다. 결가부좌나 반가부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손으로 다리를 잡아야 한다면, 그렇게 해도 좋습니다. 

혀는 입천장에 닿게 하여 가볍게 다물고, 코로 숨을 쉽니다. 숨을 더 깊거나 천천히 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두십시오. 너무 아파서 입으로 심호흡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앉아 있는 동안 생기는 몸과 마음의 변화에 상관 없이 목표한 시간 만큼 풀지 앉는 것입니다. 종지의 말씀처럼 ‘연(조건)에 따르되 변하지 말자' 즉 다리가 너무 아파도, 마음이 너무 평안해도, 몸이 갑자기 너무 뜨거워도 또는 춥게 느껴진다고 해도 (연에 따르되), 다리를 풀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다).

앉아 있는 동안 염불을 해 보세요. 지금 상황이 안 좋은 만큼 재앙을 막아주고,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약사불을 염불하길 권장합니다. 마음 속으로 소리를 내지 않고 염불해도 되고, 소리를 내서 해도 좋습니다. “나무 소재 연수 약사불" 또는 “나무 약사여래불"라고 외워보세요.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매일 1시간을 목표로 도전해 보세요. 몸의 유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1시간이 절대로 불가능한 분은 첫째날 20분 또는 30분에 도전해 보고, 본인의 최장 기록에서 매일 2분 또는 5분씩 시간을 늘려봅시다. 

가장 좋은 것은 매일 1시간 이상 앉는 것입니다. 여러번 나눠서 앉는 것보다 한번에 풀지 않고 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파서 풀게 됬다면,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고 다리를 교차한 상태 (양반다리 또는 반가부좌)에서 계속 하던 염불을 하세요. 목표한 시간이 될 때까지 다른 곳으로 가지 마세요. 

 명상하는 사진들을 보면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고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불편하다고 편한 자세를 찾는다면 우리는 외부 조건에 마음을 의지하는 것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내 밖의 환경에 어려움, 화, 미움, 고통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스스로 내면을 다스려서 고요하고 평화롭게 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위와 같이 10일간 도전해보세요. 직접 해보지 않고서 이 방법이 옳은지 아닌지는 알 수 없을테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