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의 강점은 천명개조론이다. 이는 세계 어느 사상이나 종교가 갖지 못한 것이다. 풍수에는 천당과 극락과 같은 내세가 없다. 천명을 바꾸어서라도 ‘지금 여기서’ 잘 먹고 잘 살고자 한 현세론적인 믿음은 풍수가 수 천 년 동안 생존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인류에게는 언제나 숙명과 운명이 따라다녔다. 숙명은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를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선택으로 바꿀 수 없다. 운명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매순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선택한 후에는 바꿀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인간에게 미래는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과거에 대한 회한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종교에 기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풍수가 종교일수는 없지만 신앙적인 성향이 다분하다.
풍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고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개천명(改天命)’이라고 한다. 풍수적 술수로 천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 천 년 동안 거부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풍수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천명론에 근거한 전제군주제의 피지배계층에서 나타난 평등사상 즉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라는 주장이 나타나기도 했다.
풍수경전에서 ‘탈신공개천명(奪神工改天命)’이라고 했는데, 신이 만든 것을 빼앗아서 천명을 바꾸겠다는 의미이다. 신이 만든 것이란 바로 길지(吉地) 또는 혈(穴)이라고 하는 생기가 가득한 복지(福地)을 말한다. 우리는 이것을 일반적으로 명당이라 부른다. 길지에 살거나 묻히면 천명을 바꿀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혹적인 방법인가. 이런 의미에서 풍수는 매우 능동적이지만 저돌적인 사상이지만 혹세무민할 성향이 농후하다. 역사적으로 풍수가 왕권 정통성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고려의 태조 왕건이 그러했고, 조선의 태조 이성계도 그러했다. 역성혁명에 있어서 하늘이 왕권을 위탁했다는 징조가 있었음을 백성들에게 증명해야만 천자(天子)로 등극할 수 있었다. 하늘은 땅을 통하여 만물을 잉태시켰으므로 명당이라는 하늘의 코드[생기生氣]가 묻혀 있는 땅을 찾는 것이 풍수이다. 천지가 하늘의 코드를 숨겼으니 이를 ‘천장지비(天藏地秘)’라 한다.
소위 명당이라고 부르는 길지(吉地)는 어떻게 개인의 천명을 바꾸는가. 길지에는 지기(地氣)라 불리는 우주의 생기가 모이는 곳이다. 동기감응(同氣感應)의 원리에 의해 이곳에 유골이 묻히면 후손들이 복을 받고, 명당에 거주하는 사람은 그 기운을 받아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천명을 바꿀 수 있는 명당을 찾고자하는 시도가 지속되었으며, 어떤 장소가 명당인지 알아내기 위한 방법론으로 풍수지형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기준이 지속적으로 집적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