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과, 책임감 있는 대응 왜 않나?”
“대국민 사과, 책임감 있는 대응 왜 않나?”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0.04.22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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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불연대 성명 내 ‘N번방 승려’ 미온 대응 조계종 ‘질타’

“조계종단은 아동·청소년·여성의 성 보호 및 성 평등을 위한 대사회적 요구에 맞춰 대안을 세워야 한다.”

소속 승려가 성 착취 영상물을 판매·유포해 전 국민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는데도 조계종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종단 차원의 참회와 대안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성평등불교연대(이하 성불연대)는 4월 22일 ‘조계종단은 N번방 승려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께 참회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불연대는 이 성명에서 먼저 조계종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성불연대는 “검거 이후 종단은 급하게 해당 승려의 승적을 박탈했지만, 범죄 행위에 가담한 다른 승려나 불교인은 없었는지 자체 조사를 한다거나 대국민 사과, 책임감 있는 대안 제시 등은 일체 없다.”고 지적했다.

성불연대는 또 조계종 관계자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산이 적어 승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듯이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가 조계종단의 승려임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참회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예산을 탓해야 했는지, 그 대책 없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성불연대는 “불교인 다수가 여성이고 한국의 전통종교로 자리매김해 온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단은 이 사안을 단지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불연대는 이어 조계종에 종단 차원의 대안을 마련해 재발방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성불연대는 “승려의 범죄 행위는 포교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기존 불교인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중차대한 사건”이라며, “다시는 성 착취물 유통 같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종단의 굳은 의지와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 범죄 신고센터 설립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 실시 △승려교육과정에 성 범죄 예방 교육 포함 등 아동·청소년·여성의 성 보호와 성 평등을 위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조계종단은 n번방 승려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께 참회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코로나19 이고, 두 번째 과제가 'n번방 사건'이라고 할 정도로 이는 반인권적 폭력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범죄이다. 'n번방 사건'은 단순히 단체 대화방에서 음란물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하여 '노예'처럼 학대한 조직적인 성폭력 범죄이다.

이 사건을 통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얼마나 광범위하게 만연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잔혹한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자들뿐만 아니라 구매하고 소지한 자들까지 신상을 공개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즈음에, 이 사건에 관여된 30대 현직 조계종 승려가 검거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검거된 승려는 대학시절부터 경전을 연구하고 승려가 된 이후에는 조계종 산하 유명 사찰에 소속되어 사찰의 홈페이지를 관리하면서 불교 서적과 영상 등을 기반으로 누구나 사용가능한 ‘불경앱’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불교계 IT전문가로 알려진 이 승려는 2016년부터 다수의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고, n번방 피해영상 등 8천여 건의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사고팔기를 반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거 이후 종단은 급하게 해당 승려의 승적을 박탈했지만, 범죄행위에 가담한 다른 승려나 불교인은 없었는지 자체 조사를 한다거나 대국민 사과, 책임감 있는 대안 제시 등은 일체 없다.

모 언론 인터뷰에서 조계종 관계자는 ‘1만여 명의 스님들을 관리해야 되는 건 맞지만..... 이런 관리를 다 하지 못하는 게 예산도 적고...’라고 하였다.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가 조계종단의 승려임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참회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할망정 예산을 탓해야 했는지 그 대책 없음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불교인 다수가 여성이고 한국의 전통종교로 자리매김해 온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인 조계종단은 이 사안을 단지 개인적 일탈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종단은 반인륜적 범죄자를 방치해 온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이라도 성범죄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승려교육과정에 성범죄 예방을 위한 교육을 포함하는 등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높아진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미래세대를 이끌어 가는 즈음, 승려의 범죄 행위는 포교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기존 불교인의 자긍심을 무너뜨리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특히 성착취물 유통은 피해를 확산시켜 피해가 끝나지 않는 심각한 범죄로 다시는 이런 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종단의 굳은 의지와 결의가 필요한 일이다. 조계종단은 아동·청소년·여성의 성보호 및 성평등을 위한 대사회적 요구에 맞춰 대안을 세우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2020년 04월 22일
성평등불교연대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budjn20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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