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상 범죄에 엄하셨던 부처님
어린이 대상 범죄에 엄하셨던 부처님
  • 법응 스님
  • 승인 2020.05.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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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청소년의 달 특별기고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雜事)> 제31권․제7문 자섭송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요약하면, 범어로 하리티(Hāriti)라 불리는 대야차여신(大夜叉女神/귀자모鬼子母)이 있었는데, 이 여인은 어린이를 잡아먹는 식인 악신이었다. 천연두를 일으키는 역신으로 흔히 하리제(訶利帝)로 음역된다. 어린이를 잡아먹는 야차였으나 5계를 수지하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산모와 어린이를 옹호하는 보살이 되었다는 반전이 있는 설화다.

하리제는 노귀신왕(老鬼神王) 반사가의 아내였다. 500명(또는1만)이나 되는 자식을 두고도 항상 유아를 식인해서 사람들이 부처님께 호소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 하리제의 막내둥이 빈가라를 데려다가 투명한 발우에 가두었다. 하리제는 7일 동안 막내둥이를 찾다 못하여 마침내 부처님께 찾아가서 아이가 사라졌는데 있는 곳을 아시는지 물었다.

하리제는 부처님이 자신의 막내아들을 투명한 발우에 가두어 놓은 사실을 알고서 아이를 구하려고 야차들을 동원하여 부처님을 공격하였으나 난공불락이었다. 목책을 설치하고 힘센 야차들로 하여금 지렛대 원리로 발우를 들어 올려서 이동시키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화살을 쏘면 연꽃으로 화하고 바위를 던지려 해도 빙빙 돌기만 했다.

이때에 부처님은 하리제에게 자신의 아이가 귀중하듯이 모든 이의 자식이 존귀함을 일깨워 주고 다시는 식인하지 않을 것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겠다는 맹세를 받고서 5계를 일러준 후 이를 수용하자 막내둥이를 발우에서 꺼내어 돌려보냈다. 하리제는 이 인연으로 불교에 귀의하였으며 개과천선해서 임산부를 수호하고 해산(解産)과 유아 양육을 돕는 여신으로 후대인의 숭배를 받았다.

오래 전 중국에서 유행한 불화 형식의 하나로 게발도(揭鉢圖)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이 설화를 나타낸 것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연구자 외에 다소 생소한 그림이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귀자모가 보살로 승격돼서 태아, 산모, 어린이를 수호하는 신앙으로 발전됨으로써 이와 관련한 불화와 조각상이 성행했다. 아마 이 설화는 과거시대 인도, 간다라지방 또는 중국에서 유아가 천연두나 온갖 질병 또는 여러 사회적인 원인으로 단명한데 따른 안타까운 마음들이 신앙으로 승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게발도(揭鉢圖). 부처님이 어린 빈가라를 투명 발우에 가두자 아들을 구하려는 귀자모 하리제가 야차부대를 동원하여 공격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필자소장)
게발도(揭鉢圖). 부처님이 어린 빈가라를 투명 발우에 가두자 아들을 구하려는 귀자모 하리제가 야차부대를 동원하여 공격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필자소장)

로마 제국도 평균 수명은 21세에 불과하지만 5세까지만 살아남으면 평균 사망 연령이 42세로 증가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평균 수명이 35세 안팎 또는 그 이하로 유아 사망률이 평균 수명을 좌우했다고 한다.

본 설화가 그야말로 ‘잡사’로 허무맹랑한 내용일는지 모르나 시사하는 바는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라. 이세상의 모든 어린이는 모든 부모의 귀한 자식이며 그 자식의 생명을 잃은 부모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모든 어린이를 내 자식과 같이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어린 빈가라가 담겨있는 투명 발우들 옮기려고 애를 쓰는 야차들(확대도)
어린 빈가라가 담겨있는 투명 발우들 옮기려고 애를 쓰는 야차들(확대도)

부처님은 죄업을 짓거나 잘못을 저지른 이가 있으면 말로써 타이르고 대화를 통한 이해로써 조복을 받으셨다. 그런데 하리제의 악행에 대해서는 그의 막내둥이를 발우에 가두는 다소 거친 행동의 방편을 구사해서 애간장을 태우는 지경으로까지 이르게 하신 것은 부처님조차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매우 중하게 여기셨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선재동자, 문수동자, 남순동자 등 불교에 동자(童子)가 방편으로 종종 등장한다. 어린이의 순수하고 착한 면 그리고 어른조차도 따라갈 수 없는 지혜가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어린이 청소년의 달이다. 이들은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하는 대상이지 절대로 학대하거나 범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디지털시대에 익명성을 악용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성범죄가 일어나는 등 어린이 대상 온갖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정부는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강력한 대책이 강구돼야만 한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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