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조계종 과제
[기고] 코로나19와 조계종 과제
  • 법응 스님
  • 승인 2020.05.08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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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 달 전인 4월 9일에 총무원장스님(사서실)과 일부 본사주지스님 등에게 이메일로 발송한 내용이다. 근자 코로로나19로 인한 불교계의 향후 방향에 대한 여론이 있기에 참고자료로 공개한다.

요약: 코로나19의 시발지인 중국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다수 국가와 한국은 초기 대처에서 실패했고 급기야 대 확산을 자초했다. 각국 공히 산업계와 시장기능이 마비되고 실업대란과 감염의 확산으로 세계적 환란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가 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행사를 5월 23일 봉행하기로 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5월 30일로 변경했다. 더불어 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의 1만 5천여 개 사찰은 4월 30일부터 한달 간 '코로나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정진'을 봉행키로 했다. 이 기도정진은 5월 30일 회향할 예정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 스님, 조계종 총무원장)가 불기2564년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행사를 5월 23일 봉행하기로 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5월 30일로 변경했다. 더불어 종단협의회 소속 종단의 1만 5천여 개 사찰은 4월 30일부터 한달 간 '코로나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정진'을 봉행키로 했다. 이 기도정진은 5월 30일 회향할 예정이다.

 

세계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지와 사별한 고통,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경험한 공포 그리고 파산과 실직이라는 개인 및 사회적 고통과 그 부작용을 장기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국내외의 여러 석학들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공히 경제와 사회, 문화적인 변화와 쇼크로 인해 새로운 고통의 세계를 전망하고 있다.

헨리 키신저(Henry A. Kissinger) 전 미국무부장관은 4월 3일 WSJ(월스트리트저널)에 “코로나19 팬데믹, 세계 질서 영원히 바꿔놓을 것(The Coronavirus Pandemic Will Forever Alter the World Order)”이라는 기고를 했다.

키신저는 “팬데믹은 번영이 글로벌 무역과 사람들의 교류에 의존하는 시대에 장벽이 있는 도시를 부활시키는 시대착오적인 현상을 촉발시켰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은 그들이 깨달은 가치를 옹호하고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것(코로나19)이 촉발시킨 정치적, 경제적 격동은 몇 세대에 걸쳐 지속될 수 있다.”며 코로나19의 후유증이 장기화 될 것임을 경고 했다. 키신저는 대안으로 각국이 “전염병에 대한 전 세계적인 회복력의 강화”, “세계 경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 “자유 민주주의 세계질서의 원칙 수호”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권력의 공정과 균형적 유지”만이 사회와 세계적 질서의 붕괴를 막는다고 했다. 키신저의 주장대로 세계가 경계를 초월한 협력을 거부하면서 폐쇄주의, 자국 및 개인이기주의를 지향하면 인류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과 변화는 조계종단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변화와 이에 따른 여러 부작용들이 한국불교계를 향해서 거대한 해일과 같이 밀려올 것이다. 특히 사찰수입의 감소로 인해 재정난을 격을 수 있으며 기본적인 삶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이 우려된다. 이미 코로나19 상황에서 종단(사찰)의 재정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요사찰이 불과 2, 3개월의 산문폐쇄로 인해 재정난과 식량의 고갈로 이어진 것은 코로나19를 핑계 삼기 이전에 종단과 사찰의 운영을 근본에서부터 점검해야하고 혁신의 필요성을 잘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정월수입, 사월초파일, 칠석과 백중, 동지 그리고 초하루 법회라는 불변의 안정적인 수입구조로 인해 재정운영에 방만(무책임)하지는 않았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1,700년 역사의 거대 종단을 자부하면서 비상시를 대비한 공적인 비축자산(현금이나 즉시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이 부재 한 것은 분명 지적사항이다. 혹여 종단이나 사찰이 비상시를 대비한 알려지지 않은 자산이 있다면 다행이다.

종단(대사찰)재정의 건전성 확보는 존립차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 및 준비돼야 함에도 외면했기에 취약성을 드러냈다. 기업이라면 도산 위기다. 우리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을 핑계 삼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불교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악화 상태에서도 적지 않은 금액의 성금을 사회에 보시한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분명하다. 그러나 종단은 사찰수입의 감소가 장기화 된다면 어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종단의 코로나19의 대처는 분명 선제적이었고 사회적으로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고등종교로서 사회계도와 방향제시에 탁월했는지, 내부적으로 위기 대처 능력은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지는 별도 논의 사항이다.

종단 지도층은 사회적 악조건과 불자수의 한계라는 열악한 현실성(시장성)으로 인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정부의 재정악화로 불교와 관련한 예산의 대폭 축소도 예상된다.

위기가 기회라 했다. 첫째, 조계종은 강도 높은 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이 기회에 종단은 그동안 제기된 종단 권력구조 및 운영 등에 대한 혁신과 코로나19사태로 인한 대책을 완성해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종단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력운영의 효율성 및 현대화에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오염되지 않은 원칙불교의 지향이다. 혁신의 연장선으로 비불교적이고 신비주의적인 것 무엇보다 파벌과 권위주의를 버려야 한다. 종단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기(근)본에 충실해야 하며, 모든 면에서 투명성과 공평성 즉 여법함을 견지해야 한다. 지도층이 혁신을 외면하면 소멸의 길을 재촉할 뿐이다.

셋째, 사회에 감동을 주는 불교(종단)가 돼야 한다. 구세대비자로써 사회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19의 쇼크로 인해 국가 간, 계층 간 장벽을 치고 고립된 세계로의 진행을 막는 일에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 불교의 화엄철학으로 논서 등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융섭(融攝)’이다. 이를 사회화하자.

코로나19로 인한 대변혁기에 종단이 화엄사상으로 융섭의 문화를 시대성에 부합되게 잘 구성하고 포장해서, 한국사회는 물론 세계에 전파를 통한 구세대비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야 한다. 당연한 일인 동시에 생존의 길이기도하다.

본납이 이번에 불자들로 하여금 별도의 ‘서원의 등(약사여래발원등)’을 다는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고통 받는 피해자들과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 및 자원봉사자를 위한 특별행사의 성격을 갖는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찰의 재정난 타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결과이기도 하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CMS(자동이체) 등 여러 대안이 있으나 국민이 불교와 사찰을 선호하고 직접 찾도록 하는 불자의 탄탄한 저변 확대가 항구적 대안이다.

세상의 변화에 과도하게 부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현 사회적 상황이 긍정적이지도 희망적이지도 않기에 하는 주장이다. 결국 문제는 종단 지도층의 시각, 의지와 기득권의 포기 그리고 열린 자세가 관건이다.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종단은 내부적으로 비상운영체제로 전환돼야 할 것으로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회의, 원로회의와 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부터 심층적인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

매사는 불여튼튼이라 한바, 종단은 물론 각 사찰이 현실적이고 여법한 대책 마련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공인이 내 곡간이 차 있다 해서 안주하면 공인이 아니다. COVID-19 호미로 막을 일을 굴삭기로도 못 막는 일이 됐다. 다분히 인재다.
나무, 불. 법.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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