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전직 대통령들이 몇 명 없거든요”
“우리에겐 전직 대통령들이 몇 명 없거든요”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09.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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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미국인들은 우리(국무부)의 여행 주의 경보를 숙지하고 북한을 피해야 합니다. 우리에겐 전직 대통령들이 몇 명 없거든요”

지난 금요일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자신의 트위터에 포스팅한 멘션입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 시민 곰즈 씨를 데리러 북한을 다녀온 후에 올린 멘션이지요.

뉴욕타임즈의 유명 뉴스 블로그 ‘The Lede'(http://thelede.blogs.nytimes.com)의 로버트 맥키 기자가 “트위터 외교에 북한 끌어들이기(Engaging North Korea in Twitter Diplomacy)”라는 제목으로 재밌는 글을 올렸습니다.(현지 시각 8월 30일 15:40) 역시 소재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인도주의적 외교 활동‘과 그 직후 이에 대한 크롤리의 재미있는 트윗 멘션이었지요.

미 국무부는 지난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사례 때와 마찬가지로 카터의 방북도 “인도주의적인 사적 용무(private humanitarian mission)”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맥키 기자의 글입니다.

“...물론 원론적으로는(원문에는 theoretically로 표현) 미국 정부의 국외 여행 경고가 필요 없어 보이는 미국 시민들(기자나 인권운동가)을 석방시키기 위해 북한에 다녀올 수 있는 전직 대통령들이 아직 좀 남아 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 부자 둘 다 현직 대통령과 다른 당 소속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북한이 그 둘 중 어느 쪽도 별로 만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 글이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크롤리의 트위터 피드를 자세히 살펴보면 예전엔 대사들의 칵테일 파티에서나 엿들을 법했을 이런 종류의 다정한 농담들에 최근 공식적으로 이 달 트위터에 가입한 북한 정부를 끌어들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북한이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뒤, 크롤리는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북한과 관련된 언급을 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접속하고, 정보를 알려주고, 논쟁하기 위해 트윗을 사용한다. 우리는 북한이 트윗과 네트워크된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북한 정부가 트위터에 가입은 했지만, 시민들에게도 (트윗에) 접속되게끔 허락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은둔의 왕국(북한)은 하룻 아침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도입된 기술은 철회할 수 없다. 이란에게 물어봐라.(이란 유혈사태가 트윗으로 생중계된 것을 시사)”

“북한이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그러나 시민들에게도 이를 허용할 것인가? 친구(맺기) 없는 페이스북은 페이스북도 아니다.”

물론 크롤리의 이런 트윗팅을 두고 한국과 미국 두 정부가 북한 정부의 SNS 가입에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일부 보도들이 있었지요. 사실 그랬습니다.

“수십 년간 북과의 편지, 전화 및 기타 통신을 통제해 온 남한 정부가 감시의 영역을 ‘우리민족끼리’의 새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까지 확대했다...(중략)...한국의 통신 관련 사항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가 ”북한을 찬양 고무하는 내용과 국가보안법상 불법 정보를 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월스트릿 저널 블로그 ‘Digits' 이반 램스타드 기자

앞서 살펴본 미 국무부의 입장과 우리 방송통신위원회의 입장이 분명한 차이가 있지요? 그리고 미국에는 국가보안법이 당연히 없겠지요.

블로그를 읽다 보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습니다. 현재의 미국 민주당 정부가 가지고 있는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풀이 다 바닥났다는 농담성 언급이 아니더군요. 블로그의 맥락은 미국이 트위터를 활용해 북한에 일종의 ‘입질’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그런 해석이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사상에 대한 규제가 말과 글을 막아버렸습니다. 통신과 통행과 통항을 막아버렸습니다. 한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구체적 증거가 서서히 사라져갑니다. 그렇다고 ‘비핵개방 3000’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60년이면 한 갑자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회갑입니다. 우리는 60년 전 6.25. 전쟁을 겪어야 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회갑날, 분단의 비극은 여전합니다.

저는 이 문제가 시민과 체제에 대한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시민을 믿고 대한민국의 민주공화정체를 믿는다면 이까짓 일방적인 ‘우리민족끼리’의 멘션 하나가 그렇게도 두려운 ‘암호’일까요.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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