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터넷 강의는 왜 유료이어야 하는가
서울대 인터넷 강의는 왜 유료이어야 하는가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09.05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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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서울대 평생교육원이 13일부터 일반인도 서울대 강의를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 `서울대 온라인 지식나눔(SNUi)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 < 서울대 온라인 지식나눔(SNUi) 서비스 화면>

서비스는 인문, 사회, 경영,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양강좌와 전문강좌, 기획강좌 등으로 구성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수강료가 강좌 당 2만5천∼3만원, 강의당 2천원입니다.

세계적 트랜드가 된 대학들의 '무료 인터넷 강의 공개 서비스'(OCW)

‘강의 공개 서비스’(Open Course Ware 또는 OCW)는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적 트랜드입니다. 일반적으로는 1999년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강의 비디오를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는 사이트(Tübingen Internet Multimedia Server)가 그 원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활성화가 이뤄진 계기는 MIT가 2002년 자신들의 학부, 대학원 전 과정 교육 자료들을 온라인 상에 오픈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위키백과 ‘OpenCourseWare’)

OCW 운동은 배움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구상의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학문과 교양, 각종 대학의 교육과정 및 강의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학문의 독점을 깨뜨리고 대학이라는 장소의 틀을 무너뜨리며 보편적이고 평준화된 평생교육의 틀로서 대학이라는 강의의 장을 일반인에게도 공개하겠다는 그런 취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유명 대학은 모두가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일, 스탠포드, 존스홉킨스, UC 버클리 등 미국의 유명 대학들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여러 대학들이 동참하고 있고, 이들 대부분은 무료입니다.

물론 유료도 있습니다. 일종의 사이버대학처럼 운영하는 방식이지요. 체계화된 온라인 학부-대학원 학위과정을 만들어 수강료를 받고 서비스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본래적 의미의 OCW와는 다르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물론 아직까지 적극적 차원에서 OCW 운동을 하지 않는 대학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대학조차도 우선은 상당 수의 인기 과목이나 유명 강좌 등을 무료로 오픈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하버드 대학입니다. 최근 30만 권이 넘도록 팔린 하버드 대학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이 분 강의는 하버드 대학 최고의 인기 강의이지요. 이 분 강연은 모두가 무료입니다. 언제라도 들어가서 볼 수 있습니다.

'기회의 평등'을 중시하는 '미국'의 대학에서 시작된 OCW

사실 OCW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고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 운동의 근저에 자리 잡은 민주주의적 관점에 대해서 우리가 분명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등록금을 내고 강의를 듣는 ‘사적 소유물’로서의 강의를 ‘정보민주주의’적 관점에서 ‘공적 소유’로 전환시키고 있다는 점이지요. 각기 다른 영역에서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실천입니다. 컴퓨터로 따지면 ‘독점’이 아닌 일종의 ‘오픈소스 운동’입니다.

이를 두고 ‘한국형’ 편협한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사회주의적’ 행태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미국 유수 대학에서 OCW 운동이 시작되고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요.

‘학위’라는 ‘결과의 불평등’이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교복을 입고 사회로 나오는 사회’에서는 특별한 차이이지요. 물론 불평등이 아닌 공정한 성과라는 반론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양해하고 나면 그 반대편에는 ‘청강’이라는 ‘기회의 평등’이 있습니다. 공정한 접근성이 있습니다. 이른바 ‘공정한 사회’입니다. 선발시험을 거쳐 이른바 SKY 대학에 들어가야만 그 대학의 강의와 학교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편협한 시장주의자들의 사회에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논쟁이 필요한 영역이지요. 덧붙이자면 OCW를 ‘마케팅’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는 거지요. 

세계 최고 수준 인터넷 인프라 및 대학 진학률과 대조되는 KOCW의 현실

이제 우리나라입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RISS)에 KOCW(Korean Open CourseWare)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아쉬운 대로 국내 대학들에서 제공한 무료 강의 컨텐츠들을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컨텐츠가 이공계 과목이나 경영학 등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몇몇 대학을 제외하면 상당수의 대학들이 컨텐츠 제공에 소극적입니다. 동영상 강의 대신 강의 요약 자료나 프레젠테이션 파일로 대체한 경우도 눈에 띄고요.

현실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해외 유명 강의 번역 서비스에 더 눈길이 끌리게 됩니다. 여기에서만큼은 우리 대학과 외국 대학들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또다른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장소로서의 대학’을 의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드디어 서울대가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 놓았습니다. OCW 운동이 미진한 우리 대학사회에서 드디어 의미 깊은 일이 시작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서울대가 드디어 대한민국 최고 대학으로서, 국립대학으로서, 공적 영조물(public institution)로서, 공무원 신분인 교수들로서 공적 의무를 다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자료 맨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수강료는 강좌당 2만5천~3만원, 강의당 2천원이다.”

물론 싼 돈입니다. 세속적 표현으로 '자장면 한 그릇' 값이고 '커피 한 잔' 값입니다. 실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걸 잘 압니다. 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을 많이 받을 수 있어서, 아니면 마치 공립처럼 국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아서 무료로 OCW 운동을 벌이고 있을까요? 하여튼 우리는 ‘유료’입니다. 서울대 강의에 무제한, 무차별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분명 제약이 있는 겁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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