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사후 호텔식 요양원 짓자”
“위안부 할머니들 사후 호텔식 요양원 짓자”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5.19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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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26억 후원금 중 6400만원만 할머니들에 쓰여
방만 운영 등 파문…MBC PD수첩·시사IN·한겨레 잇달아 보도
MBC 'PD수첩'이 19일 밤 조계종 산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설인 나눔의 집 운영실태를 고발한다.(사진=MBC)
MBC 'PD수첩'이 19일 밤 조계종 산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설인 나눔의 집 운영실태를 고발한다.(사진=MBC)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시설인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피해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사후 나눔의집을 ‘호텔식 요양원’으로 전화하는 계획까지 이사회에서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눔의집 방만 운영 파문은 19일 MBC ‘PD수첩’이 방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PD수첩’이 18일 방송을 예고하자, ‘시사IN’과 ‘한겨레신문’이 잇달아 나눔의집의 방만 운영과 이사회가 호텔식 요양원 건립을 논의한 사실을 18일 늦은 밤부터 보도했다. 여기에 인권 침해, 운영진 비리 의혹까지 예고되면서 나눔의집 파문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나눔의 집’은 1992년 불교인권위원회가 처음 설립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공동 요양·보호 시설이다. ‘나눔의 집’은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산하의 ‘사회복지법인(이하 법인)’과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요양·보호 시설(이하 시설)’, 그리고 부속 ‘역사관(박물관)’으로 나뉜다. 법인은 시설과 박물관의 운영을 총괄한다.

“2019년 26억 후원금 중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6천400만원 쓰여”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나눔의 집’ 이사회 및 회계 기록을 확보해 분석한 ‘시사IN’의 보도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결산 기준으로 2019년 26억원가량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피해 할머니들에게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했다. ‘나눔의 집’의 직원들은 2019년 3월부터 지속적으로 후원금이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인 이사회가 이를 묵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신문고에는 ‘나눔의 집’이 후원금을 건물 증축 등 용도로 사용한다는 민원이 접수돼 경기도가 광주시와 함께 지난달 1차 조사를 벌였다. 현재 ‘나눔의 집’ 측은 후원금이 역사관과 생활관 건축에 사용됐지만, 다른 곳에 전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익제보자들은 ‘나눔의 집’에 전달된 후원금이 한 번도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 적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몇몇 언론에 따르면 후원금이 할머니들의 생활에 사용되지 않았고, 직원들이 먹는 식사마저도 후원금이 아닌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되면서, 할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내부에서 식사를 하지 않는 직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는 것.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쓰이길 바라며 개인이나 단체가 후원금은 할머니들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법인’으로 들어간다. ‘시사IN’에 따르면 “2019년 법인 결산 내역에 따르면 2019년 법인이 거둬들인 후원금은 총 26억152만6539원”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피해 할머니들이 실거주하는 시설로는 겨우 6400만원만 전출됐다. 후원금 가운데 얼마를 시설로 보낼 것인지는 조계종 스님들이 중심이 된 법인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이렇게 남긴 돈은 재산적립금(부동산 등)으로 쓰이거나 다음 해 예산으로 이월되는 구조다.

경기도 퇴촌의 나눔의 집.
경기도 퇴촌의 나눔의 집.

지난해 국고보조금 3억743만원, 급여 운영비 등에 쓰여
약 64억 적립, 후원금은 어디에 쓰였나

시사IN에 따르면 ‘시설’이 운영되는 데 쓰이는 돈은 한 해 약 4억2600만원 선이다(2019년 결산 기준). 시설 직원들의 급여, 유지·보수 비용, 운영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나머지 필요 예산은 대부분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다. 나눔의 집 시설은 경기도 광주시에 ‘노인주거복지시설’로 등록되어 보조금을 받게 되어 있다. 2019년에도 보조금 3억743만원이 지급됐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실생활에 쓰이는 돈 대부분이 국고보조금으로 집행되고, 후원금으로 들어온 돈은 극히 일부만 할머니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법인’은 이런 식으로 2019년까지 약 60억원(이월금, 2020년 예산안 기준)을 누적해왔다. 실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불교닷컴>에 “약 65억원의 후원금이 적립되어 있으며, 후원금 중 지정되지 않은 생활관 증축과 역사관 신축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나눔의 집’으로 들어오는 후원금은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급격히 늘었다. 2013년과 2014년만 해도 각각 5억3천만원과 8억2천만원 정도였던 후원금은 2016~2018년에는 17억여원씩 들어왔고, 지난해엔 26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나눔의집 시설이 법인으로부터 받은 전입금은 2015~2019년에 연간 2400만~6400만원에 그친다. 2015년 10명이었던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현재 6명으로 줄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후원금 대비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나눔의 집 직원들 방만 운영 등 공익제보, 사무국장 고발도

나눔의 집 운영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직원들이 단합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나눔의 집 소속 직원 7명은 그동안 시설에서 요양 중인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의복비나 생활용품 등은 물론이고 치료를 위한 병원비 등도 피해 할머니들이 직접 부담해왔다고 폭로했다. ‘시사IN’에 따르면 연로한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운동치료, 시설 개선 등을 직원들이 건의했으나, 시설 최고 책임자들(안신권 소장, 김정숙 사무국장)로부터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직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김정숙 사무국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시설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김 사무국장이 시설과 박물관 관련 용역 업무를 A업체에 부당하게 몰아주었고, 일부 직원의 급여를 착복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사건은 경기도 광주경찰서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에 따르면 “후원금 사용 문제를 지난해 3월부터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사들은 물론 법인 감사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되풀이했다. 공개적으로 나눔의 집 운영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검찰 고발과 지자체 민원을 제기했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이 제기한 민원에 주관 지자체인 경기도청과 광주시청이 현재 시설 및 회계 등 ‘나눔의 집’ 운영 전반을 감사하고 있다.

나눔의 집 역사관.
나눔의 집 역사관.

법인 이사회, 할머니들 사후 ‘호텔식 요양원’ 건립 계획
“80명 정도 어르신 모시면 충분히 운영, 이윤도 창출”

나아가 ‘나눔의 집’ 이사회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두 돌아가시면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쓰여야 할 돈을 모아 할머니들 사후에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겪은 인권말살 역사를 후손에게 영원히 알리는 대신 호텔식 요양원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나눔의 집 건립과 운영의 이유를 망각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신문’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지내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운영과 관련해,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이사진이 2년 전부터 할머니들 사후에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온 것으로 드러났다. 나눔의집 법인 계좌에 후원금으로 쌓여 있는 보유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64억3천만원에 이르는데, 법인 이사진은 이런 목적을 위해 나눔의집 시설 관리자들에게 후원금을 아껴 쓰도록 당부하기도 했다는 것.

18일 <한겨레>가 입수한 2019년 2월26일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 이사회 녹취를 보면, 이사인 ㄱ스님은 “위안부 할머니 입소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나 봐야 1~2명 정도다. 그 시설(나눔의집)을 전부 다 철거하고 호텔식 요양시설을 지어 80명 정도 어르신들을 모시면 충분히 운영하고 앞으로 이윤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호텔식으로 안 지으면 (다른 요양시설과의) 경쟁력이 없다”며 “후원금 사용을 조금 절약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당부까지 남겼다.

‘노인양로시설·노인요양시설’로 변경 정관변경 제출

앞서 2018년 2월28일 이사회에서도 당시 이사였던 ㄴ스님은 “(후원금을) 100억원 정도 잡아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짓되, 후발주자니까 잘 지어야 된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법인은 정관에 ‘이사진 3분의 2는 조계종 승적을 가진 자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겨레신문’는 “실제로 ‘나눔의 집’은 올해 2월 법인 사업 종류를 ‘무료양로시설·무료전문요양시설’에서 ‘노인양로시설·노인요양시설’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소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 광주시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신문은 이를 두고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노인요양시설로 바뀌면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시설이용료를, 이용하는 노인한테서 식대 등을 받을 수 있다며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입소 대상층을 넓혀 사업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나눔의집 이사인 화평 스님은 “요양원을 짓겠다는 건 확정된 게 아니고, 후원금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할머니가 다 돌아가시면 사업이 무조건 종결되니까 그때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할 수는 있다고 본다”며 “요양원을 지어 할머니들 때문에 다른 분들이 혜택을 받으면 그것이 할머니들의 공덕이 되는 것”이라고 ‘한겨레신문’에 해명했다.

하지만 김대월 나눔의집 역사관 학예실장은 “제2차 세계대전 피해자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공간은 세계적으로 나눔의집이 유일하다”며 “학계에서도 ‘할머니들의 방은 반드시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PD수첩, 나눔의 집 후원 쌀 중앙승가대로 운반 의혹도

MBC TV 탐사보도 프로그램 'PD수첩'이 '나눔의 집'의 운영 실태를 19일 방송에서 조명한다.

'PD수첩-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 제작진은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 직원들의 제보와 입수한 법인이사회 자료 등을 통해 나눔의 집 시설로 들어온 후원금이 정작 피해자 할머니들에겐 사용되지 못했다는 점을 조명할 예정이다.

또 제작진은 "(요양원을) 호텔식으로 지어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등 시설 운영 의도에 의구심을 들게 하는 이사진 스님들의 발언을 확보해 방송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나아가 나눔의 집에 기부된 쌀이 식품 창고에 얼마 남아있지 않은 점을 발견하고, 이를 추적한 결과 해마나 1T이 넘는 쌀이 승려전문교육대학인 중앙승가대학교로 운반돼 갔다고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나눔의 집 원장이자 역사관 관장, 나눔의 집 법인 이사이고, 중앙승가대학교 총장을 지낸 점으로 볼 때 원행 총무원장이 나눔의 집 방만 운영 등 파문의 중심에 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사IN’도 지난 4월부터 나눔의 집 내부 자료 등을 확보해 직원들이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인권 침해, 방만한 운영, 후원금 문제, 운영진 비리 의혹 등을 취재했다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5월 22일 발간하는 〈시사IN〉 제663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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