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종교, IT혁명 어떻게 봐야하나
시민사회·종교, IT혁명 어떻게 봐야하나
  • 윤남진 소장
  • 승인 2010.09.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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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남진]‘시민종교’관련 세미나를 마치고

지난 8월 17일 ‘한국사회에서 시민종교의 현상탐구’를 주제로, ‘종교와 시민사회의 소통가능성과 그 방법론’을 부제로 한 세미나가 있었다.

이 세미나는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고, 발표 또한 개신교, 천주교, 불교, 그리고 시민사회 일반의 영역으로 고르게 할당되었다. 세미나 결과는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등에 상세히 보도된 바있다.

이 세미나에서 자리에서 나는 ‘종교와 시민사회, 그 관계의 진화(進化)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시민사회 일반의 시각에서 종합하는 내용으로 주제발표를 하였다. 나는 직업적으로 평소 종교관련 통계들을 중심으로 사회통계를 주의깊게 들여다보는데, 인구센서스 등의 종교인구 통계에 대해서 평소 의문을 가져왔었다.

이를테면 2005년 인구센서스 결과 한국의 종교인구가 전체인구의53.1%(무종교46.9%)였는데, 이는 세계평균 종교인구 85%, 미국의 종교인구 85%(2001, 미국인구조사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비율이다.

이러한 통계결과는 한국인이 유독 종교성이 희박해서 그런 것일까? 나는 두 가지 면에서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하나의 예를 보자. 2005년 조사 결과 유교인구는 전체인구의 0.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추석이나 설날 민족대이동에 동참하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성묘를 하는 인구가 몇 %가 될까? 아마도 80~90%에 육박할 것이다.

그러나 통계청조사, 한국갤럽조사, 한국종합사회조사(전세계적 표준조사) 등의 정기적 조사에서‘당신은 제사를 지냅니까?’, ‘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는 등의 지문이 없다.‘종교성’척도 자체가 서구적이지 동아시아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한국인의 ‘종교성’의 특수한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무속성 혹은 무교성’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이 무속성을 단순히 무당의 푸닥거리나 굿의 차원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고유하게 내재해 있는 ‘흥’이나 ‘한’의 차원 혹은 더 들어가자면 최치원이 기술하고 있는 ‘풍류도’의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시각에서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차상환 교수의‘신유교의 몰락과 시민종교적 유산’이라는 논문을 인용하여‘근대화 과정에서 정의적(情誼的) 인간관계가 지배하는 가족 또는 연줄과 인맥 같은 유사가족 형태의 인간관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 같은 유사가족 형태의 인간관계를 근대화 과정에서 생성된 한국 특유의 시민종교의 형태’로 해석하는 관점을 인용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종교조직체에의 귀속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서구 종교사회학의 그것에서 좀 더 유연한 입장, 유교적 배경 하에 있는 동아시아적 종교성 ‘ ’을 반영한 이해방식이라고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종교(사회)학자들은 어떻게 보는지 몰라도 나는 예를 들어 2004년 한국갤럽조사에서 ‘종교를 아무리 믿어도 교회나 절에 나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질문에 대해 ‘아니다’는 응답이 전체 65%였고, 유독 개신교인 만이 39.5%였던 것과 같이 서구적 종교관과 동아시아적(이슬람과도 다른 유/불/도교 전통) 종교관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사례를 얘기하자면 2008년도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종교가 있거나 없거나) 나 자신을 신성한 것이나 초자연적인 것에 관심이 있는 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모두 71.6%에 달했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종교가 없다’는 응답자가 39.6%임에 비추어 볼 때, 서구적 종교관에 따른 지문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되지 않는 측면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차원에 대해 2002월드컵 당시‘붉은악마 현상’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협정 사건으로 인한 ‘촛불집회 현상’을 예로 들어 이해하고자 하였다.

뒤르켐은 종교를 설명할 때에 ‘집단감격’,‘집단적 표상’,‘집단적 양심’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성스러운 것’에 대한 이런 관점의 의미해석에 의하자면 ‘붉은악마’ 이후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노대통령 탄핵사건’,‘숭례문 전소사건’을 거쳐 ‘촛불집회’에 이르러 시민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적 집합체험에 의한 ‘성스런 가치’의 엄연한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것이 바로 기성의 제도종교가 포괄하지 못하는 시민종교적 영역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특히 기성의 제도종교가 권력화되고 있다는 시민적 평가는 최근 각종 조사에서 확인되는 것인데, 기성 제도종교의 권력화로 인해 (그것에서 이탈한) 이런 유형의 시민종교적 영역은 더욱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건 그렇다 치고 필자가 이 글을 통해 중요하게 제기하고 싶은 것은 정보통신혁명 혹은 디지털혁명, 모바일 빅뱅에 대한 시민사회 혹은 종교적 차원의 평가와 대응에 관한 것이다.

특히 박희택 교수는 독일 슈피겔 인터넷판(2010.8.6)을 인용하여 ‘허상으로서의 인터넷세대’라고 소셜네트워크나 웹2.0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비치고 있다. 

▲ 독일 슈피겔지 인용내용

그러나 독일이나 미국적 사실과 한국적 사실은 매우 다른 측면이 있고 나는 이에 대해 과거(2007년)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아래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이용실태비교’라는 2009년도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보다시피 본인 블로그 운영률을 보면 한국과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 간에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은 청년층과 장년층에서 본인 블로그 운영률이 각각 미국보다 55%와 22.9%가 높았고 고령층으로 갈수록 그 차이는 줄어든다.

이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 의하면 ‘한국 인터넷 이용자는 미국에 비해 인스턴트 메신저, 블로그, 인터넷뉴스 등의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신규 인터넷 서비스 이용이 활발한 반면, 미국 인터넷 이용자는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 서비스인 이메일이나 인터넷쇼핑, 인터넷 뱅킹 등의 생활밀착형 서비스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내가 2008년도에 촛불집회를 분석하면서 인용한 자료에 의하면 청소년 및 청년들의 인터넷 이용 현황만을 세부적으로 보면 여성이 블로그나 카페 같은 네트워크형 인터넷 이용면에서 남성보다 높았다.

나는 이를 인용하면서 노동자단체 등이 등장하기 전, 초기 촛불집회가 왜 여중생으로부터 (일종의 요리 카페를 드나들던 아줌마들에게서 ) 격발되었는지를 해석한 적이 있다.

이번 세미나를 하면서 내가 가장 아쉽게 느낀 점은 소셜네트워크나 디지털 혁명, 모바일 빅뱅 같은 사회적 조류에 대해 단순히 디지털 단말기 정도가 하나 새롭게 나온 정도로, 아니면 잡다한 수다공간이나 익명성의 방패 뒤에 숨어 쓰레기 같은 말들이나 쏟아놓는 현상쯤으로 가볍게 치부하는 듯한 인상을 받은 것이다.

나는 소셜네트워크나 디지털 혁명, 모바일 빅뱅이 가져올 새로운 사회현상에 대해 매우 주의 깊게 탐구함은 물론, 그런 조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함께 체험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송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왜 그런가 하면 웹의 개방성이 세계시민의 자유로운 광장이 아니라 시장의 광장이나 권력의 광장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이른바‘예언자적 관점’에서의 메시지 송출이 종교배경의 NGO들의 마땅한 의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세미나에서 종교배경의 NGO들이 연합군을 편성해서 새로운 종교적 차원의 메시지를 송출하는 통로이자 집단지성을 창출하는 협업수단으로서의 어떤 종류의‘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종교배경의 NGO들은 한쪽 날개는 기성제도종교에 다른 쪽 날개는 시민사회(의 종교성)에 각각 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때는 오른쪽 날개를 어떤 때는 왼쪽 날개를 쓰면서 상황에 따라 대응해 온 측면이 없지 않은데, 이제는 몸통 즉 자기중심을 잡아 양쪽을 전향적으로 나아가게 하는 그런 역할을 자임해 볼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뒤늦은 세미나 참가 소회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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