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 후원금 위안부 할머니엔 '그림의 떡'
나눔의 집 후원금 위안부 할머니엔 '그림의 떡'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0.05.2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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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나눔의 집 관리감독권 없다"며 책임 회피, 법인법 부정
네티즌 "참담하다" "소쩍새마을 보다 충격적" 한탄 분노
pd수첩 갈무리
pd수첩 갈무리

 

"후원금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쓰이지 않았다. 후원자들이 이걸 알면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까."

"위안부 할머니들은 열심히 활동하는데 왜 나눔의 집에서 아무것도 안해주지? 할머니들 처우를 보면 말이 안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설립된 '나눔의 집'이 정작 위안부 할머니 보살핌 보다 부동산 매입 등에 열중한 사실이 보도돼 충격을 주고 있다.

MBC문화방송은 19일 PD수첩 '나눔의 집에 후원하셨습니까?'편을 방송했다. 방송에는 '나눔의 집' 직원 7명이 출연해 '나눔의 집'의 방만하고 부당한 운영을 폭로했다.

직원 허정아 씨는 "2019년 봄부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나눔의 집' 운영진과 이사진, 정부 부처 누구에게 이야기해도 바뀔 생각 없으니 마지막으로 PD수첩에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직원들이 밝힌 '나눔의 집' 운영 실상은 참담했다. 할머니들은 청국장 추어탕 도가니탕 등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맘껏 먹을 수 없었다. 직원이 운영비가 아닌 사비로 할머니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진선미 장관 방문 때 할머니가 발언한 "물에 밥을 말아 먹는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직원들은 "나라에서 (나눔의 집에) 주는 거 외에 단 한푼도 할머니들에게 지출한 것 없다"고 했다.

119 구급차 비용조차도 '나눔의 집'이 내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급차 비용은 할머니 개인이 부담했다.

PD수첩이 확인한 결과, 2018년 국가지원금 외에 '나눔의 집'은 의료비 장례비 재활치료비에 단 한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나눔의 집' 봉사자는 "정말 열악하다. 할머니들 위해서 재활이나 이런 걸 한 적이 없었다. 재활을 했다면 할머니들 그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밤이면 할머니들이 통증에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났다"고 했다.

PD수첩 갈무리
PD수첩 갈무리

 

'나눔의 집'에는 매월 5000~6000명의 후원금 2억원 가까이가 들어온다. 법인에는 올해 4월까지 72억원이 있고, 이자만 매년 수천만원이 들어온다.

직원들은 "'후원금을 왜 못쓰게 하느냐'고 했더니 '후원금은 저축하는 것이다, 이자를 불려라, 더 큰 돈을 만들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0억원이 다 법인 계좌에 묶여 있다. 후원자들은 후원금이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다고 알고 있을텐데, 기만 당하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된 쌀이 중앙승가대학으로 보내졌다는 정황도 보도됐다. 당시 총장은 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었다.

'나눔의 집' 후원계좌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이 예금주이다. '나눔의 집' 법인 이사 2/3은 조계종 스님들이다.

한 스님은 상근한 적이 없는데도 상근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년 동안 5000여 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 스님은 "다른 곳 이사장도 하고 있어서 상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임의로 왔다갔다 하겠다. 후원하고 왔다갔다 하니까"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는 "공익법인 비용 상근 임직원 외에는 임금줄 수 없다. 상근 아닌 상태에서 급여를 받아갔다면 그 자체가 위법"이라고 했다.

PD수첩 갈무리
PD수첩 갈무리

 

'나눔의 집' 대표이사 월주 스님(전 총무원장)이 나눔의 집을 왔을 때마다 땅과 건물 매입을 강조하고 절을 지어야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방송됐다.

'나눔의 집'은 시설 근처 1만3000여 제곱미터 29억원 상당 토지를 갖고 있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월주 스님과 안신권 소장 개인명의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후원금으로는 토지 구입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를 어기고 후원금으로 토지 매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후원금을 절약해서 사용하고 토지 등을 사서 사업 영역을 확대하자"를 비롯해 "할머니들이 더 들어오실 분 없으니 요양시설로 변경해 사업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자. 호텔식으로 짓자"는 이사회 발언도 공개됐다.

방송인 유재석 씨가 위안부 인권센터 건립을 위해 지정기탁한 금액이 생활관 건립에 전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변호사는 "후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순간 큰 범죄가 된다"고 했다.

보존돼야할 할머니들의 유품과 작품 등은 방치돼 있다가 최근에야 수장고로 들어왔다. '나눔의 집'을 방문했던 외국인들이 주고 간 외화는 사라진 회계 담당자의 책상 서랍에서 뭉치로 발견됐다.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일반 할머니도 모셔오라고 했지만 직원들 항의에 알았다고 했다. 호텔식은 잘 지으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쌀이 중앙승가대로 간 것은 스님들 많이 계시고 하니까, 묵은 쌀이라 보낸 것이다. 우리도 필요할 때 스님들에게 지원을 받는다"고 했다. "법인 명의 농지 취득 어려워 개인명의로 구입하기로 의결한 것이고, 지정기탁서 처리 과정에서 유재석 등과 연락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기도는 '나눔의 집' 운영 전반을 점검키로 했다.

현재 '나눔의 집'에는 위안부 할머니 여섯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는 "할머니들 다 죽고서도 나눔의 집은 남아야 한다. 요양원으로 변하면 안되는데 그렇게 될까바 걱정이다. 뼈 아픈 위안부 역사가 그냥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 방도 제대로 남겨두라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조계종은 기획실장 명의 'MBC PD 수첩의 사실왜곡과 불교폄훼에 대한 입장'을 통해서 '나눔의 집'은 조계종이 직접 관리 감독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조계종 법인법은 조계종 승려 등이 설립한 법인을 종단에 등록케 하고, 종단이 해당 법인에 인사 재정 감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방송을 안볼걸 그랬다. 후회된다. 참혹하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승려들의 욕망의 민낯을 또 다시 본다. 불사 사업으로 돈을 불리는 추악한 자본의 민낯, 위안부까지 사업의 대상으로 이용하다니 부끄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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