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
사찰음식의 세계화를 위한 제언
  • 이기표 원장
  • 승인 2010.09.1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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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표의 세상이야기]

인사동에 있는 사찰음식점엘 갔었다. 마침 점심때라서인지 한동안을 기다려서야 자리가 빌 정도로 성황이었다. 절집에나 가야 맛볼 수 있던 사찰음식이 대중화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찰음식을 앞에 놓고 기도를 하거나 성호를 긋는 이들이 종종 눈에 뜨인다는 것이었다. 불교를 배타하는 타 종교인들의 입맛까지도 사로잡는 매력이 사찰음식에는 숨어있는 것이다.

최근 웰빙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의식주에 걸쳐 친환경적인 것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고 있다. 사찰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도 그것이 채식위주의 친환경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찰음식의 진짜 매력은 ‘음식을 약으로 대하라’는 부처님 말씀대로 그것이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몸을 건강하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약’의 개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찰의 수행법 가운데 하나가 포식하지 않는 것이다. 배가 부르면 졸음이 오고 게을러져서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육체를 보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최대한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음식을 연구하게 된 것이고,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음식끼리 서로 조화를 이루어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식단을 개발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찰음식의 조리과정을 지켜보면 약사가 약을 조제하는 것과 같다. 식재료는 자연에서 자란 건강한 계절채소만을 사용한다. 독이 있는 것은 독을 제거하고 발효시킬 것은 발효시켜서 몸에 이로운 성분이 증강되도록 음식궁합을 맞춰가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미국의 어느 학자는 ‘한국의 사찰음식이야말로 미래의 인류를 지켜줄 가장 과학적인 건강음식’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우리의 사찰음식이 국제무대에 진출한다고 한다. 미국의 뉴욕에서 ‘한국사찰음식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조계종 발표에 의하면 일정과 규모까지 확정된 모양이다. 더불어 한국의 불교문화를 알릴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고 한다. 사찰음식이 우리의 불교문화를 해외에 선양하는 임무까지 수행하게 되었으니 불교인의 한 사람으로써 그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담긴 음식’을 만들라는 것이다. 사찰음식의 조리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된장과 간장인데 서양 사람들은 그 냄새조차도 혐오한다. 그러한 그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그것들이 만들어진 유래와 몸에 이로운 성분이 생성되기까지의 과정 또는 그 음식을 섭취하여 건강을 찾은 사례 등을 스토리로 꾸며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사찰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를 채집하던 중 문경의 촌로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어느 약초꾼이 깊은 산을 헤매다 풀독으로 몸에 부스럼이 심하게 돋아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이때 지나가던 스님이 발견하여 절로 업고 왔으나 먹일 것이라고는 오래 묵혀둔 된장밖에 없었다. 스님은 할 수없이 그 된장을 물에 타서 약초꾼에게 먹였는데 곧 종기가 가라안고 원기를 회복했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은 특히 접시에 이야기담기를 즐긴다. 무슨 음식을 대하든 그 음식의 조리방법에서부터 색깔과 냄새와 모양새에 이르기까지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맛을 즐긴다. 그러한 그들에게 문경 촌로가 전해준 것과 같은 이야기를 모아 접시에 담는다면 훨씬 맛있고 영양가 높은 음식이 될 것이다. 이야기가 없는 음식문화는 서양인들의 호감을 얻기가 어렵기에 드리는 말씀이다.

   
1956년 남해에서 태어난 그는 불교방송 부산사업소장, 진여원불교대학 학장을 거쳐 부산보현의집 원장을 맡고 있다. 부산노숙자쉼터 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무료급식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Fact 포럼 대표, 한국전력공사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로에서 시작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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