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펼쳐 놓은 새로운 생태계,그리고 종교적 지식(정보)생태계
애플이 펼쳐 놓은 새로운 생태계,그리고 종교적 지식(정보)생태계
  • 윤남진 소장
  • 승인 2010.09.2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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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윤남진] 북리뷰_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

Ⅰ.
나는 지난주부터 모교 중앙도서관 자연과학 서고로 출근하고 있다. 우선은 평소 읽고 싶었던 생물학 관련 서적을 한두 권은 읽어야 할 것이고, 그리고 자연과학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책 제목이라도 죽 살펴 볼 요량이다.

또 도서관 내에 노트북존이 있어서 집필이나 기타 필요한 작업도 집중해서 하기 좋은 환경인데, 내가 느끼기에는 실내기온이 좀 차다는 것이 한 가지 불만족 사항이다.

나는 지금 학창시절에도 누려보지 못했던 수많은 책들과 좋은 학습환경을 마음껏 이용하는 호사를 누리며, 나이 40을 넘겨서 공부의 즐거움 속으로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물론 간만에 이런 호사를 누리게 된 배경으로 치자면 결코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나는 지난 8월 31일부로 10년간 일해오던 단체의 직업적 활동가의 자리에서 사직하고 자유직업인이 되었다. 아니, 아직 직업을 가진 상태는 아니니까 실직자가 되었다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그 동안 고용보험으로 바친 돈이 있으니 당분간은 실업급여와 약간의 의외성 수입으로 버텨볼 생각이다. 진보논객들이 ‘88만원세대’라고 지칭하는 그런 청년들 속에서 고독하게 숨어 지내고 싶다.

Ⅱ.

▲ ⓒ현암사의 파브로곤충기
내가 이곳 자연과학 서고에 입장하여 가장 먼저 읽어 마친 책은 한 달을 끌고 있었던 ‘공간디자인의 사조’이고, 서고에 진열된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손에 잡아 초고속으로 독파한 책은 ‘파브르 곤충기’이다.

앞의 책은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이다. 도시공간과 건축의 문제는 이를테면 인간의 사회적 삶에서 공간과 뼈대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과거(그리스/로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조를 기술한 책이어서 이 분야의 문외한으로서 이 분야를 노크하는 첫 번째 도서로 선택했다.

나중에 유사한 주제의 다른 서적을 한권 더 읽고 난 후 교양이 좀 생기면 별도의 독서록을 써 두고자 한다.

‘파브르곤충기’는 서고에 서서 무슨 책을 읽을까 고르다가 우연히 이 책의 어느 부분의 다음과 같은 대목에 이끌렸기 때문에 읽게 되었다.

“우리들은 조그만 일에도 그럴듯한 설명만 붙으면 벌써 이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라도 가진 듯이 ‘법칙이다. 이것이 법칙이다’하고 떠들어 대지만, 이 법칙의 문턱에는 그것과 반대되는 사실이 헤아릴 수없이 많아서 자기의 설 자리도 찾지 못하는 예가 허다하다”라고.

나중에 독서록을 반드시 써둘 것이지만 이 책은 벌이나 파리, 쇠똥구리나 거미 같은 곤충들에 대한 단순한 관찰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능과 이성(지혜)의 경계에 관한 탐구이고, (인간세계에 비추어) 탐구 과정에서 의문(물음)을 던지는 방법에 대한 기록이자, 그 의문을 푸는 방법을 곤충 관찰이라는 파브르의 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실천적 철학서였다.

아! 모든 일을 작파하고 도서관으로 오기를 얼마나 잘 했던가.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더불어 인내와 열정, 범접할 수 없는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새로운 지식의 경지를 창출해낸 인류의 선배들에 대한 경탄으로 우리 자신이 한 없이 겸손해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삶과 죽음에 관한 ‘법칙(다르마)’의 문에 다 가설 수 있겠는가. 여기 책의 숲 속에 있는 동안만은 이렇게 마음껏 누리리라.

Ⅲ.
그렇다고 내가 오직 공부(학문)의 즐거움만을 만끽하기 위해 모든 일을 작파하고 이곳으로 출근하게 된 것은 물론 아니다.

나는 한사람의 인생에서는 45세, 조직의 경우는 10년을 기점으로 전략적 변화와 내적인 혁신을 요구받게 된다는 경영전략가들의 견해에 대해 공감해왔고, 또 내 능력한계 내에서 그렇게 적용하고 가르쳐왔다.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프로잭트(2006년)’ 등을 통해서 그와 같은 기조로 프로그램을 설계한 바도 있고, 40~60세대를 대상으로 제2인생 설계교육(2007년)도 소박하게나마 공동으로 수행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최근 들어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과 나 자신은 정작 그런 변화를 위한 절실한 몸부림이나, 우리의 열정에 다시금 불을 붙이게끔 하는 새로운 비전(목표, 願)이 없다는 것을 가슴 깊이 확인했다.

조직은 11년차로 들어섰고, 내 나이는 43년의 한여름을 다 보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치열함을 잃고 관성에 빠지고 있는 그런 모습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리고 깔끔하게 결정을 내렸다. 사직을 통해, 무언가 새로운 혁신을 일구어 내지 않으면 다른 출구는 없다고 하는 일종의 배수진을 치기로 한 것이다.

나는 도서관에서 공부의 즐거움과 함께 이전까지 해오던 나의 직업활동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전에는 비영리 단체로서 돈(자원)을 ‘모으는 방식’의 조직경영에 충실하였다면, 이제는 돈(자원)을 ‘버는 방식’의 조직경영을 창출한다는 지향을 가지고 어떤 사업을 할까 구상하고 있다.

그냥 쉽게 돈벌이가 되는 ‘장사’로 업종을 전환할까 구상 중이다.

그리고 좀 더 거창한 생각도 해보고 있는데, 그것은 불교를 배경으로 한 지식(정보)이 시민들에게 유용한 다양한 상품들로 만들어져서 대중적으로 유통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불교 지식정보의 다종다양한 가공과 생산, 유통으로써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마침내 독자적인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는 어떤 유용한 수단을 제공하고, 창조적 발상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기성 제도불교(종교적 메시지의 송출과 지식생산의 대표성을 과도하고 비정상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기성 조직체)의 한계와 부작용을 넘어 서기 위한 상업적(영리적) 대응의 한 발상이기도 한 것이다.

Ⅳ.

이상은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과 구상인데, 정말로 내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내가 이상과 같이 다소 무모하기도 하고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허황하기도 한 것 같은 만용(?)을 저지르는 데 일조한 어떤 한 권의 책이다.

그 책의 제목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의 전략』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폰이니 소셜네트워크니 하는 말들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릴 즈음인 지난 4월 출간되었다.

나는 이 책을 6월 지방선거에서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가 투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매개역할을 하였다는 블로거들의 분석들을 접하고서 바로 구매해 읽었었다.

나는 이런 종류의 책들에는 다소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어서 디지털 캐즘(Chasm_새로운 디지털 문명과 기존 인터넷 문명의 충돌이 만들어 내는 공간)이니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니, 테더링(Tethering)이니 하는 용어들은 비록 생소했지만, 평소 미래연구에 관한 서적들을 즐겨 읽었던 터라 이 책의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만은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본다.

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분석과 설명에서 저자의 메시지를 가장 강렬하게 느꼈다. 이 책의 핵심적 메시지라고 할까?

하나는 ‘모바일 생태계’를 만든 것이 애플의 성공 배경이라는 저자의 설명, 다른 하나는 아이폰으로 이미 시작된 디지털 혁명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자신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데 저자는 상상력과 실행력을 ‘ ’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애플의 행보가 혁신적이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애플 스스로가 오픈마켓으로 포지셔닝을 했기 때문’이며, ‘스티브 잡스가 오늘날 전 세계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개발자와 소비자들이 직접적으로 만나서 수익을 나누는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p69,71)이라고.

생태계란 무엇인가? 한국어 위키백과에 의하면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완전히 독립된 체계를 이루면 이를 생태계라 부르고, 상호의존성과 완결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한다. 말하자면 상호의존하며(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먹고 살아갈 수 있는 독립 가능한 구조와 체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나는 ‘애플 대 다른 모두’의 경쟁양상처럼 흘러가고 있는 현재의 모바일 전쟁을 주목하면서 저자의 이 말을 몇 번이고 깊이 생각해 보았고, 지금도 나 나름의 정리된 생각을 익히고 뜸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저자가 ‘모바일 생태계’라고 정의한 의미와 그러한 생태계가 가능하게 한 수단과 그 수단의 속성(특성), 그리고 애플이 전략적 연결선 상에서 내놓거나 내놓을 예정인 아이패드와 애플TV가 제공할 서비스의 본질 등등, 나아가 이런 종류의 것들과 그것들이 변화시킬 세계,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동기의 불확정 상황으로 인한) 틈새와 기회 등에 대해 이것저것 탐구해 볼 것이 즐비하다.

나는 불교계 또는 개혁지향적인 종교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다 이런 나의 탐구 결과들을 조목조목 대입해 보고 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이들 영역에서 생태계 수준의 독립적인 체계의 성립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이익 되게 하고자 할 때 내게도 이익이 돌아 온다’는 신념을 기반으로 연결된 집단지성을 창출하는 길 이외에 또 다른 용이한 길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판’을 (독립적)생태계 수준으로 키우는 전략적 감각을 가지고 모험성, 개방성, 이타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상상력과 실행력’이다.

저자는 말한다. “트위터나 미투데이 등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기에 추가된 기능을 장착한 새로운 사이트들은 향후 세계를 장악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상상력이다. 과연 어떤 부분이 약한 고리로 이어져 있는지를 찾아내는 곳에 바로 답이 있다”(p160),

“트렌드 속에서 하나의 시장과 경쟁우위의 핵심 가치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그 시장을 자신의 것으로 가지고 올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착된다. 실행력이다. 그 안에 답이 숨어있다.”(p162)라고.

디지털 혁명 또는 모바일 빅뱅에 대처함에 있어서 이보다 더 확실한 처방은 없다. 상상력이 없이는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리고 구상을 실제로 실행해보지 않는다면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이다.

특히 실행을 통해 경험하고 실패를 통해 가능성을 체득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이불 속에서, 골방에서, 변방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어떤 종류의 구상이든 그 배경에는 상상력과 더불어 ‘분석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저자가 ‘분석력’을 구태여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아마도 저자 스스로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에 대한 극한분석을 이미 전제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와 같은 전문가가 아닌 우리에게는 집요한 분석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저자는 “트렌드 속에서 하나의 시장과 경쟁우위의 핵심 가치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하였지만, 우리에게 그것은 쉽지 않은 분석적 과정을 포함한 말이다.

이 점을 오해하거나 우리 자신의 실력을 오판해서는 곤란하다. 

필자는 이밖에도 우리에게 상상력을 제공하는 다양한 사례들과 아이디어들을 알려 주기도 한다.

특히 1인 기업의 블루오션에 대해 필자가 생각하는 사업적 아이디어들을 다양하게 쏟아놓고 있다. 그리고 향후 마케팅의 대세가 모바일을 매개로 하여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대한 필자 나름의 예측도 내놓고 있다.

각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이트와 연계해서 사람들을 상담해 주는 업무, 모바일 설문조사, 문자 보낼 때 좋은 글귀를 제공하는 이미지 플랫폼, 모바일 뉴스, 모바일 회원모집 대행, 온라인 카드와 청첩장 시장 등등, 이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고 생활에 편리를 주는 작은 서비스들을 예로 들고 있다.

이런 예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촉진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애플 대 다른 모두’의 경쟁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애플의 전략적 페이스에 의해 발생한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고 2단계, 3단계 전략적 전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저자의 예측이 맞는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도 사라지지 않고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저자도 향후 5년 정도라고, 그 기회의 기한을 대략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예측대로라면 2년의 실험 또는 준비와 3년의 전개, 이 정도 시간이 아직 우리에게 있다.

/ 윤남진 소장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stupa21/11009450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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