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것은 우리…생명평등·행복에 공동 노력”
“부족한 것은 우리…생명평등·행복에 공동 노력”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6.01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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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당 문수 스님 10주기, 31일 평불협 법당서
정평불 제안에 불교시민사회단체 함께 해 성사
문수 스님이 가신 지 10년. 지난 5월 31일 오후 4시 문수 스님이 잠시 주지 소임을 맡았던 평불현 법당에서 무경당 문수 스님 10주기 추모법회가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법회는 코로나 19 대유행에 의식 없이 참여 단체 대표들의 추모사로 진행됐다. 법회 후 기념사진.
문수 스님이 가신 지 10년. 지난 5월 31일 오후 4시 문수 스님이 잠시 주지 소임을 맡았던 평불현 법당에서 무경당 문수 스님 10주기 추모법회가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법회는 코로나 19 대유행에 의식 없이 참여 단체 대표들의 추모사로 진행됐다. 법회 후 기념사진.

공주보를 열었더니 모래톱에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모래무지도 돌아왔다. 금강의 3개보를 열었더니, 유속이 빨라져 물 흐름이 개선되고, 모래톱이 되살아났다. ‘녹조라떼’가 사라져 가고, 생물들의 서식환경이 개선돼, 멸종위기 동물이 돌아왔다.

전체는 아니지만 4대강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는 사방에서 확인됐다. 불교계 한 시민단체는 4대강 유역에 버드나무를 방생해 사라진 자연화경을 회복하는 데 수년 째 힘쓴다. 또 다른 시민단체들은 이명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에 나섰고, 불교계 적폐청산에 수년간 힘을 기울였다. 이명박 정권과 ‘호형호제’하던 자승 당시 총무원장은 소신공양으로 남긴 문수 스님의 유지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 그런 자승 원장은 불교적폐 1호로 지목돼 수년째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불교계와 사회의 뜻 있는 이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이명박과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국민들의 심판대에 올랐고, 옥중에서 지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즉각 철회와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이 원했던 일이 아닐까.

문수 스님은 4대강 사업으로 고통 받으며 죽어갈 무수한 생명들의 아우성을 미리 봤던 것일까. 스님이 남긴 유서는 생명에 대한 자비가 고스란히 담겼고,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절절했다.

문수 스님은 2010년 5월 31일 오후 3시경 군위군 사직리 위천 제방에서 소신공양했다. 스님은 '이명박 정권은 4대강 공사를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유서를 남겼다. 스님의 유지는 분명하고 단호했다. 소신공양으로 바로 입적한 문수 스님은 손을 부처님 모습처럼 올리고 자세를 가지런하게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고 전해져 큰 울림을 주었다. 수행자로서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용맹정진 후 우리 역사상 사회문제에 항거한 문수 스님은 죽어가는 강과 강에 깃든 생명을 살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국민과 불자들의 염원을 모아 부처님 전에 소신공양을 올렸다.

잠시 주석했던 평불협 법당서 10주기 추모법회

문수 스님이 가신 지 10년. 불교계 시민단체 대표자들이 한 데 모여 스님의 유지를 다시 생각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종단적 추모의 자리도 없는 현실에도 불교계시민사회단체를 이끄는 재가불자들이 문수 스님의 유지를 되새기려 함께한 것이다.

문수 스님이 10년 전 소신했던 그 시각인, 2020년 5월 31일 오후 4시, 서울 성북동 행복선원 평불협 법당에는 30여명의 시민단체 대표들이 자리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대유행에 손을 소독하고 참석자 명부를 작성한 단체 대표들은 마스크를 쓴 채 말 없이 ‘무경당 문수 스님 10주기 추모법회’에 참석했다. 법회가 열린 평불협 법당은 문수 스님이 3개월여 주지 소임을 산 곳이어서 추모법회의 장소로 뜻깊었다.

이날 추모법회는 정의평화불교연대가 제안하고 단지불회, 조계종 민주노동조합, 대한불교청년회, 민주주의불자회, 불교환경연대, 불력회, 성평등불교연대, 신대승네트워크, 정의평화불교연대,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한국불교언론인협회 등 불교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해 성사됐다. 코로나19로 대유행에 많은 불자들이 참석치 못하고, 단체 대표들만의 조촐한 자리로 진행됐지만, 문수 스님의 유지를 되새기는 마음은 참석자 수로 가늠하지 못할 만큼 컸고, 아쉬움이 가득 찼다.

사회와 집전을 맡은 이지범 정의평화불교연대 사무총장(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은 문수 스님의 행장을 상세히 전했고, 참석 단체 대표자들은 추모사를 통해 스님의 유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단체 대표들은 헌향과 헌화로 문수 스님을 추모했고, 돌아가며 추모사로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6월 11일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한 제방 자리에 표지석을 낙성할 계획을 전했고, 올해 연말 가칭 ‘문수생명상’을 제정해 사람과 자연물에 시상하겠다는 사업을 공개하며, 시민단체의 참여를 요청했다.

헌화하는 박경준 정의평화불교연대 고문.
헌화하는 박경준 정의평화불교연대 고문.

정평불 등 불교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 참석

이날 추모법회를 제안한 이도흠 정평불 상임대표는 “2011년 10월 29일 문수 스님의 기리는 추모 학술대회를 열며 스님께서 소신공양하신 정신을 이어받아 불교의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고자 최연, 이희선, 이지범 등 민중불교운동 주도자들과 박경준, 김광수 등 당시에 4대강 반대운동 등에 참여하던 진보적 교수불자, 최경애, 최은영, 류정길 등 재가불교단체 활동가들이 주도하여 117인의 발기인으로 정의평화불교연대를 창립했다.”고 밝혔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 정의평화불교연대의 발족 계기라는 사실을 설명한 것이다.

이 교수는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후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자승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과 수경 스님 사이에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어느 날 아침 수경 스님이 ‘이 교수! 자승 원장과 조계사에서 문수 스님 장례식을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하여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9시 조금 넘어서 다시 자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계사에서 장례식을 하는 것을 취소하고 은해사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수경 스님은 핸드폰의 충전지가 나갈 때까지 육두문자까지 써가면서 자승에게 분노를 표했다. 통화가 끝난 후 수경스님은 ‘내가 중인 것이 너무 부끄럽다. 가사를 벗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몇 가지 다른 이유도 있어 그 후 잠적했다. 그리고 야당은 무상급식과 4대강 사업반대를 걸고 지자체 선거를 치렀는데, 참패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압승하였다. 투표에 참여한 이들의 60%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한다고 답하였다. 대중의 뜻이 선거에서 4대강 사업 반대임이 분명히 확인되었음에도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였다.”

문수 스님 10주기 추모법회를 제안한 이도흠 정평불 상임대표.
문수 스님 10주기 추모법회를 제안한 이도흠 정평불 상임대표.

이 교수는 준비한 추도사를 읽었다.

“문수 스님! 스님의 공덕으로 촛불이 있었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4대강의 보들이 아직 해체되지는 않았지만 물길이 조금씩 열리고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평등은 더 심화하였고,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은 고통 속에 있으며, 조계종단은 마구니 소굴로 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틱꽝득 스님께서 소신공양한 것이 반전운동에 불을 지폈지만, 열 세 해나 걸려서 베트남에 평화가 찾아온 것을 알기에 조급해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부족한 것은 우리일 뿐입니다.”

이 교수는 “스님이 강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에 동체대비심으로 그리 아프셨음에도, 우리는 태연하게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면서 “스님이 오랜 동안 일종식을 하여 몸을 비우고 단번에 몸을 태우셨음에도, 우리는 삶에 너무도 미련이 많고 비우는 대신 채우려 한 탓에 4대강 사업을 막지 못하였습니다.”고 참회했다.

그러면서 “이제 이 나라와 지구촌이 머리나 가슴이 아니라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듯 가장 약한 자들이 고통 받는 곳이 이 나라의 중심”이라며 “온 국민과 지도자가 그이에게 먼저 달려가는 사회, 타자와 생명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자비심이 개인과 사회와 국가의 동력이 되는 사회로 전환될 때까지 언제 어디서든 작든 크든 잘났든 못났든 살아있는 모든 것에 자비심을 품고 그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도록 만드는 일에 몸을 다해 실천할 것”이라고 서원했다.

울음을 삼키며 추모사를 하는 광법 정경호 단지불회 법사.
울음을 삼키며 추모사를 하는 광법 정경호 단지불회 법사.

“생활에서, 도반 모임에서 유지 이어갈 것”

단체 대표들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단지불회 광법 정경호 법사는 문수 스님과 동향 선후배 인연을 소개하며 터져 나오는 슬픔을 집어 삼키며 추도사를 했다.

“스님의 생장을 보면, 1963년 8월 18일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미리 출생, 봉동초등학교, 완주중학교, 전주공업고등학교로 되어 있습니다. 같은 동향 출신으로 오늘에서야 처음 스님의 추모법회에 참석함을 참으로 죄스럽게 생각합니다. 스님이 태어나신 봉동 구미리 동네 앞을 지나는 만경강 상류, 전주에서 봉동으로 들어가는 마그네 다리 밑 하천에 시내버스를 타고 미역 감으로 가던 것이 저의 초중고 시절 유일한 문화생활이었습니다. 스님의 소신공양의 의미를 새기면서 중생심으로 다짐합니다. 생활 속으로 들어가 식사 때마다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데, 발우공양을 해 나가겠습니다. 뜻을 같이 하는 우리 도반 모임이 강화되도록 미력하나마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부처님의 가피력이 충만한 가운데 시절인연이 성숙되어 스님의 추모사업이 성만되기를 기원합니다.”

심원섭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은 “문수 스님 소신공양 후 4대강 사업, 세월호 사건 등 한국사회에서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정부가 민주화 됐지만 곳곳에 적폐가 청산되지 않고 남아있다.”며 “우리 사회와 불교가 제대로 변화하도록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했다.

추모사를 하는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추모사를 하는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한 1년 뒤 비구니 명문 스님도 소신공양하셨다. 스님이 환속하면서 잊혀 졌지만, 그분의 이름도 자꾸 불러줘야 현재에 살아날 것”이라며 “오는 11일 군위 제방에 표지석을 세우고, 연말 문수 스님을 기리는 ‘문수생명상’을 제정하려 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바란다.”고 했다.

박종린 불력회 지도법사는 “사람이 태어나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 지 문수 스님이 보여준 모습에 감동한다.”며 “불자로서 삶과 환경에 대처하는 위대한 모습을 후학들이 잘 새기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활짝 피어나길 기원한다.”고 했다.

“문수 스님 말씀 영원, 우리는 말씀 실천할 책임 지녀”

이은래 신대승네트워크 상임위원도 추모사를 더했다.

“틱꽝득 스님의 소신공양에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1970년 노동자 전태일 분신에 충격 받은 일도 있다. 그 외도 많은 분들이 소신공양 혹은 분신하셨다. 이분들이 몸을 불사르는 열기에 새로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10년 출가수행자인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하셨다 이분은 전까지 온갖 사회문제에서 더 나아가 뭇 생명의 공존과 상생을 말씀하셨다. 벌써 10년이다. 그분이 몇 마디 말씀 전하고 자 한 시간 동안 개발과 성장, 이윤이라는 목적 실현하려 자연을 정보하고 파괴하는 무리들, 신자유주의 기득권 챙기는 무리들, 그 들의 앞잡이들이 횡포 하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이제 문수 스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말씀으로 남았고,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실현할 책임이 남았다. 문수 스님을 우리 시대 다시 되살리는 방법이 뭘까, 그분의 유서를 우리 시대 화두로 바꿔 보겠다. 자연과 생명을 훼손하는 사업을 즉각 중지 폐지시킨다. 종단과 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겠다.”

이은래 신대승네트워크 운영위원.
이은래 신대승네트워크 운영위원.

김경호 지식정보플랫폼 대표지기는 “소신공양을 지켜보는 입장이 아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그 자리에 있었다면 저는 멱살을 잡고 발길질을 하더라고 막았을 것”이라며 “어제가 한 달 미룬 부처님오신날이다. 운문 스님이 ‘부처님이 태어나시자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개개고 아당안지라고 하셨다.’고는 침묵하셨다. 그리고 운문 스님이 말씀하시길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건방진 아이를 몽둥이로 때려 죽여 개먹이로 주었을 것이다.’ 선문염송에 나오는 유명한 화두다. 문수 스님 소신공양은 불씨를 댕겨, 4대강 물길이 뚫리고 그 짓을 저지른 자는 감옥에 있다. 같이 살아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불자라면 그 자리에서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화두를 가져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손상훈 참여불교재가연대 운영위원은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재가불자들이 노력해야 한다. 잇속만 차리는 문수 스님 도반들 선후배들이 조계종의 적폐를 놔두는 행동은 버리고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소신공양은 참여불교 실천, 공동행동·실천만이 우리의 길”

박경준 정평불 고문은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하는 자리에 있었다면 당연히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님은 그 길을 택하셨다.”면서 “이제 남은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저는 소신공양이 참여불교의 실천이라고 본다. 참여불교의 불씨를 살려나가고,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스님 뜻 받들어 한 마음 한뜻으로 공동행동과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의 길”이라고 했다.

헌화하는 심원섭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
헌화하는 심원섭 조계종 민주노조 지부장.

이날 추모법회는 죽비 삼타로 회향했다.

한편, 이날 오전 문수 스님이 수학한 중앙승가대학교 관계자들도 문수 스님 추모 다례재를 서울 개운사(주지 원종 스님)에서 봉행했다. 추모다례재에는 중앙승가대학교 총장 원종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총동문회장 성행 스님, 문수 스님의 도반인 봉국사 주지 혜일 스님,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성행 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문수스님의 보살행은 생명존중이라는 큰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준 거룩하고 숭고한 선택이었고, 스님의 공덕을 다시 한 번 깊이 새겨 일체중생이 안락한 삶을 누리기를 발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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