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선화만 예산신청 누락한 까닭은?
불교선화만 예산신청 누락한 까닭은?
  • 이석만 기자
  • 승인 2020.06.02 2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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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전통예술관 입주 무형문화재 중 선화 성각 스님 신청사실도 몰라
작년 부산민속예술축제도 선화 빠져…담당자 "업무 착오, 죄송스러워"

"선(禪)에 몰입한 사람이 득도의 순간에 느낀 직관적·개별적인 깨달음을 넓은 화면에 단색의 먹을 사용하여 암시적으로 그리는 것이다"

선화에 대한 백과사전의 해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 들어와 선승뿐 아니라 문인화가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승돼 왔다. 한국 선불교의 유산인 회화방식으로 화법이나 서법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화풍이 특징이다.

성각 스님(남해 망운사 주지)은 지난 2013년 5월 부산시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됐다. 선을 통한 운필 능력이 일정한 경지를 넘어 자유자래로 구사할 수 있는 산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우리나라 최초로 선화분야 무형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스님은 김해 동림사에서 선화를 익힌 뒤 30여 년간 선화를 바탕으로 불교 수행의 면면을 대중에게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몇년전부터 대중화 작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끝에 정관계와 주변의 도움으로 '부산전통예술관' 건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부산전통예술관(수영구 수영로521번길 63)은 연면적 1,854.45㎡, 지상 3층 건물에 국가․시 지정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전승활동을 위한 공방과 상설전시실, 시민강좌를 위한 복합공간 등을 갖추고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그동안 부산시는 수영야류 등 4개의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을 설립∙지원했다. 이들 교육관은 예능(藝能) 분야에만 국한돼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능(技能) 분야의 전수 체험 교육관이 설립된 것이다.

'사단법인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연합회'(이하 부산무형문화재연합회)가 부산시로부터 부산전통예술관 운영권을 위탁받았다.

그러나 운영은 생각보다 매끄럽지 못했다.

지난해 부산민속예술축제에서 선화 부분은 참여하지 못했다. 성각 스님은 그런 행사가 진행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부산무형문화재연합회 사무국에서 아무런 통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국 관계자는 "해마다 3일간 예능분야 경연대회를 하는데 부산시에서 체험종목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면서 "전체 입주 무형문화재의 의견을 들어야 했으나 사무국이 서툴러서 선화 부문이 빠지게 됐다. 작년에 성각 스님에게 이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전통예술관은 이번에도 '2020전통문화체험교실'을 진행하면서도 6개 입주 종목 가운데 유독 선화분야의 성각 스님만 공모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종목별 1천만원, 올해는 2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되는 행사였다. 성각 스님은 부산시가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부한 뒤에야 행사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4월 개관한 부산전통예술관
지난해 4월 개관한 부산전통예술관

부산전통예술관 사무국 관계자는 "작년 4월 18일 개관 후 처음으로 문화재청에 사업신청했다. 연 자수 신발 전각 동장각 등은 기본적으로 체험 구상이 되는 데, 선화종목은 구상이 어려웠다. 직원들이 고민하다 내년도에 신청하자고 의견이 모아져 6종목 가운데 5종목만 신청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이후 문화재청 심사에서 4종목이 최종선정돼 예산이 배정된 것이다.

2년연속 선화 분야만 행사에서 배제한 것을 우연이라고 보긴 어렵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사무국장은 "지난해 4월 개관 이후 문외한이 이런 업무를 처음 맡다보니 생긴 잘못을 인정한다."며 "최근 스님에게 다시 사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교여서 배척하거나 윗선의 배제지시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스님에게 죄송스럽다. 이후 모든 사업에서 성각 스님을 비롯해 입주한 종목 모두의 의견을 경청해 일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했다.

성각 스님은 "2년연속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황당할 따름이다"며 "전통을 계승하고 예술을 발전시키자는 취지로 어렵게 개관한 부산전통예술관의 올바른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 식견과 행정능력을 갖춘 사무국 구성과 행정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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