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대한 분석이 고작 ‘관상’ 수준이라고?
김정은에 대한 분석이 고작 ‘관상’ 수준이라고?
  • 최재천 변호사
  • 승인 2010.10.04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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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시사큐비즘]
   

“역술인 ‘김정은 심한 흉상, 北 말아먹을 것’” (조인스닷컴)
“관상가들이 본 김정은 ‘김일성 따라잡기 애썼지만, '이곳'이 영…’” (조선닷컴)

김정은의 세습 체제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한창입니다. 저는 일관되게 북한은 사회주의 가면을 쓴 왕조체제라고 비판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어찌됐건 현실입니다. 가치 판단과 현실에 대한 직시는 다를 수가 있지요. 그렇다면 북한은 교류‧협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헌법이 평화통일을 규정하고 있는 이상, 그리고 우리가 일종의 화약고를 머리에 이고 있는 이상 위기를 관리하고 점진적으로 우리가 꿈꾸는 인권과 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통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참으로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그 길을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한반도의 슬픈 운명이지요.

늘 그렇듯 ‘운명론’에 빠져있는 보수 언론이 김정은 분석에 나섰습니다. 고작 ‘관상론’ 수준입니다.

먼저 조선일보입니다. 기사 제목부터 “관상가들이 본 김정은 "호랑이相… 군대라면 출세, 정치하면 暴政 가능성"”라고 뽑았습니다.

관상가 조규문(47)씨는 "의지가 약하고 말년 운이 좋지 않아 지도자감인지 의심이 든다"고 했고, 관상가 최형규(78)씨는 "동물로 비유하자면 김정일이 곰이라고 했을 때 김정은은 호랑이에 가깝다"며 "곰이 군생을 안 하고 혼자 살려 한다면 비타협적인 호랑이상은 군대에서라면 출세하겠지만 정치를 하면 폭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김광일(59) 국제관상학회장,  주선희(51)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도 인용했습니다. 얼마나 근거가 풍성한 기사입니까.

더 흥미로운 것은 아예 도표화했다는 점입니다. 그대로 인용해두겠습니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일보 인터넷판(조인스닷컴)에서는 자매지인 머니투데이의 기사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더군요. 제목은 “역술인 ‘김정은 심한 흉상, 北 말아먹을 것’”입니다.

본래 기사는 김정은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속에 관상전문가들의 의견을 포함시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일부를 인용합니다.

“관상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하다...현공풍수컨설팅 김현남 대표는 ‘김정일과 김일성 관상의 장점을 합쳐 놓은 것 같다’며 ‘체격에 비해 미간이 좁아 분석력이 뛰어나고 예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관상을 풀이해 화제를 모았던 이남희씨는 ‘편안한 관상은 아니다’며 ‘주변 사람에게 매정해 덕을 쌓지는 못할 것’...인상학 전문가인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주선희 교수는 ‘김정은의 어릴 때 사진을 보면 개구쟁이 인상에 눈썹이 수려해 대인관계가 좋을 것으로 보였으나 지금은 눈썹이 두터워지면서 밀어붙이는 힘이 강해졌지만 인간관계는 전보다 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역시나 참으로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연합뉴스도...

연합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은 관상보니…`지도력 우수하나 뚱한 성격` ”

물론 언론이 대중들의 호기심에 봉사할 의무도 있겠지요. 또 다른 의미의 알 권리 충족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관상학이 갖는 운명학의 성격, 이것이 얼마나 우리가 꿈꾸는 사회체제에 반하는지 잘 아실 겁니다. 말초적 흥미 수준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것이지요. 더구나 사회적 지도를 꿈꾸는 언론이라면 이런 방식의 보도에 대해 좀 더 겸손할 필요가 있지 않나요? ‘주류’언론을 자처하는 언론들이 이런 식의 황색언론 류의 관심사에 집착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골상학에 심취했던 마르크스

이렇게 항변하면 어떨까요? 사실 마르크스는 골상학에 심취했던 사람입니다.(M. 스쿠젠, 박수철 역, <거장의 귀환> (바다출판사, 2008), 129면) 마르크스가 골상학에 심취했다는 이유로 북한의 주체사상가들도 골상학에 심취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내재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한 번 다뤄보았다, 차라리 이러면 논리적일 수는 있겠습니다.

   
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로스쿨, 영남대 로스쿨, 전남대 로스쿨,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번 학기는 이화여대 법대에서 2,3,4학년을 대상으로 '현대사회와 법'이라는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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