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HDC현산 등 7개 업체 상대로 소송 제기
봉은사, HDC현산 등 7개 업체 상대로 소송 제기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0.06.09 1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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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부지 취득 시 절차상 문제 소유권이전 주장
취득시효 만료된 땅 소송 후 국가에 손배 요구할 듯
조계종 봉은사는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봉은사 소유였다가 빼앗긴 한전부지의 소유권을 회복하겠다면서 법정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봉은사가 회복하겠다는 옛 한전부지.
조계종 봉은사는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봉은사 소유였다가 빼앗긴 한전부지의 소유권을 회복하겠다면서 법정 대응에 나섰다. 사진은 봉은사가 회복하겠다는 옛 한전부지.

서울 강남 봉은사가 한국전력, HDC현산, 오버넷을 비롯한 5개 법인 등 모두 7개 업체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부지는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땅이다. 이는 봉은사는 지난 2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전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밝힌 이후 확인된 소송이다.

한국경제(이하 한경)는 6월 9일자 보도를 통해 “서울 봉은사가 과거에 보유하고 있던 삼성동 땅 일대를 되찾기 위한 소송전에 나섰다.”고 전했다. 한경은 이 보도에서 “대부분의 부지가 오래전 선의점유(권리가 없는 것을 모르고 하는 점유)된 만큼 행정적인 과실이 있는 정부로부터 일정금액을 보상받는데 그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한경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봉은사는 한국전력, HDC현대산업개발 등 7개 업체에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들이 점유했거나 현재 점유하고 있는 삼성역 일대 땅의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라고 했다.

봉은사가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낸 상대는 한국전력, HDC현산, 오버넷 등 7개 업체다.

HDC현산과 관련 서울 대치동 995-8에 있는 ‘아이파크 갤러리’ 땅을 취득하는 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해당건물을 3층 규모 분양·홍보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버넷 등 5개 법인에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은사는 지난해 5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했다. 이에 따라 봉은사는 국가로부터 약 7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받게 됐다. 1심에서 인정된 80억 원보다 10억 원이 줄어든 액수다. 이 소송은 20년 이상 토지 점유로 취득시효가 만료돼 소유권이전이 어려워지자 정부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제기한 결과다. HDC현산 등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아 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당시 소송은 1950년경 실시된 농지개혁에 따라 정부가 240여 평의 봉은사 땅을 거둬갔다가 돌려주지 않아 제기됐다. 당시 국가는 봉은사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토지 2만900평을 매입했고, 이 중 240평은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돌려줘야 했다. 1996년 폐지된 농지개혁법은 농사를 짓지 않는 이로부터 땅을 사들여 실제 농사를 지을 이에게 땅을 나눠주기 위해 실시된 법안이다. 이 법에 따라 정부가 매수한 농지 중 분배되지 않은 토지의 소유권은 원래 땅 주인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당시 공무원이었던 백 모 씨와 김 모 씨는 공문서를 위조해 분배가 이뤄지지 않은 봉은사 땅을 1971년 제3자인 조 모 씨 등에게 팔아넘겼다. 봉은사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환원됐다며, 최종 토지 소유자인 전 모 씨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20년 이상 토지를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에 봉은사는 공무원의 잘못으로 토지 소유권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18년 1심은 봉은사가 잃은 토지의 시가가 약 100억 원에 달한다는 감정결과를 반영해 국가는 80억 원을 봉은사에 배상하라는 판결했다. 하지만 봉은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공무원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보면서도 봉은사가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를 20년이 지나도록 방치한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봉은사가 HDC현산 등 업체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벌인 것은 이 재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시와 문체부 한국전력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등과도 연결된 법적 대응으로 읽힌다.

주목되는 점은 봉은사가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한경은 “봉은사가 ‘억울하게’ 소유권을 침해당하긴 했지만 땅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민법에서는 권리가 없는 것을 모르고 땅을 취득한 선의 점유자에 대해서는 10년이 지나면 소유권을 인정해준다.”고 분석했다.

또 봉은사 관계자가 “잘못한 주체는 정부이지만 정부의 손해배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절차로 현 점유자들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점도 덧붙였다.

또 HDC현산 등과 한국전력은 또 상황이 다르다. 한국전력 옛부지는 조계종단이 매각한 땅이다. 한국전력이 보유하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 등 영동대로 일대 33만여㎡는 강남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 해당 부지를 3.3㎡당 5300원씩 총 5억3천만원에 정부에 매각했다. 한전은 이 가운데 일부(현 GBC부지)를 3.3㎡당 4억3879만원에 지난 2015년 현대차에 매각했다.

조계종 봉은사는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봉은사 소유였다가 빼앗긴 한전부지의 소유권을 회복하겠다면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지난 2월 19일 공개했다.

당시 봉은사 주장은 1970년 정부청사 이전을 위한 봉은사 소유 토지 매각 과정이 위법해 무효라는 것이다. 또 순차적으로 봉은사 소유 토지의 등기를 이전 받은 한국전력의 등기 역시 말소해 달라는 주장이다.

봉은사는 소송을 통해 △과거 상공부와 서울시, 문화공보부 합작으로 봉은사 소유 토지 약 10만평을 불법 취득한 점 △봉은사 토지 매매계약에서 원소유자인 봉은사 명칭이나 주지 스님의 날인 없이, 총무원과 상공부 관계자가 계약 당사자로 체결된 점 등을 강조하며 과거 정권에 의해 자행된 불교계 재산 침탈 과정을 밝히고 봉은사 옛 토지에 대한 권리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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