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정권의 흉기에 당하다
한국불교 정권의 흉기에 당하다
  • 法應 스님
  • 승인 2010.10.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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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에 정신팔린 사이 구멍난 4대강 구간 마애보살좌상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고려불화대전-700년 만의 해후'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내에 소장된 고려불화 외에 일본ㆍ미국ㆍ유럽 등 전 세계에 흩어진 고려불화를 한 자리에 모음으로써 평소 한두 점 관람하기도 쉽지 않은 고려불화 수십 점을 한눈에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같은 땅 한구석에서는 고려의 불상이 수십 미리의 드릴 총을 맞고 법(法)의 선혈(鮮血)이 낭자하다. 한국불교와 전 승려, 전 불자의 가슴에 인위적 천공이 생겼다. 고통과 분노를 느껴야 한다.

문화재청은 지난 14일 4대강 사업이 한창인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서 고려시대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보살좌상(화강암에 높이 220㎝, 너비 157㎝ 규모)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 4대강 낙단보 공사 중 의성 생송리에서 발견된 마애보살좌상, 발파구멍이 뻥 뚤려있다 (사진:문화재청)
고려 마애불상 발견에 <오마이뉴스>의 글(제목:천년 전 마애보살이 4대강 공사를 중단시키다.2010/10/16)한 대목을 소개함으로서 문제점을 요약한다.

『4대강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는 전체 면적 2억9230만㎡에 달하는 드넓은 4대강 유역에 대한 문화재 지표조사를 지난 2월부터 시작하여 불과 한달 반만에 해치웠다. 수중지표조사는 아예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공사를 강행하면서 말이다. (관련기사: "4대강 문화재 지표조사 부실... 3진아웃 돼야" - 오마이뉴스")

마애보살좌상은 우측 상단 후광의 윤곽선이 맞닿은 부분에 커다란 발파구멍이 뻥 뚤리고, 구멍 주변이 허옇게 긁혀서 훼손되었다. 발파 구멍 주변뿐만 아니라 여러 군데 긁힌 자국이 선명하다. 마애보살좌상은 공사로 훼손된 부분을 제외하면 천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원형이 그대로 잘 보전되어 있다. 전체적인 윤곽선이 아주 얕고 가늘게 새겨졌지만 어느 하나 사라지지 않고 뚜렷하며, 눈과 코와 입도 그대로 또렷하다. 빙긋이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입술의 살짝 도드라진 모습은 압권이다. 』

정부가 4대강사업을 하면서 사전에 문화재조사를 제대로 했다면 고려불상이 대형 드릴로 인해 천공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책사업에 의한 종교탄압과 성보의 훼손임이 분명하다. 매장불교문화재가 지천인 국토에 정밀한 매장문화재 조사를 회피, 나태 했다면 정권에 의한 종교탄압이다. 공사 중 적당히 묻어 버리거나 후대 발견 가능한 문화재가 영원히 매몰될 수 있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고려마애불의 발견과 정부공사에 의한 훼손확인 즉시 문체부장관과 문화재청장은 조계종으로 총무원장스님을 예방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불교계 내부에 있다. 이 정도면 불교계 전체가 4대강 공사 전 지역에 대한 공사의 중단과 전면적인 문화재 재조사를 목청을 높여서 요구해야 함에도 너무나 조용하다. 사실상 정권에 의한 훼불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데도 눈을 감고 있다. 한국불교의 지혜와 권위와 자비의 상징인 자금광(紫金光), 거신광(擧身光)이 소진된 것 같아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4대강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은 이번 사태에 분노하고 정부에 4대강공사의 즉각 중단과 강력한 항의,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관련법의 위반여부를 확인하여 관계자를 직접 고소해야 한다.

고려불화가 전시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다음달 11일 개최되는 서울G20정상회의의 첫날 만찬이 개최된다고 한다. 세계정상에게 문화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내세우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로 불과 몇 시간 거리에서는 천년의 고려마애불이 굴삭기와 천공드릴로 훼손되었다. 허상과 화려함 뒤에 감춰진 야만이다.

/法應(불교환경연대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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