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에서 삼매를, 버림 속에서 기회를
혼돈 속에서 삼매를, 버림 속에서 기회를
  • 이혜조
  • 승인 2006.01.20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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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에게 한 개 피의 담배를 거절하는 집행관은 없습니다. 황우석, 그는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처절할 정도로 6개월의 시간을 달라는 마지막 외침을 합니다. 연일 뉴스의 타이틀을 장식하는 줄기세포 문제를 짚어 봤습니다. 1. 무엇이 진실인가? - 피해자와 가해자 소위(所謂) 심성(心性)은 상무념(常無念)일새 고명위불변(姑名爲不變)이니라’ 했습니다. 즉 ‘마음의 본성本性은 항상 망념망상(妄念妄想)을 떠나 있어서 청정하고 변함이 없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무명(無明)으로 말미암아 물든 마음 즉 탐심이나 시기, 질투 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황 교수 사건을 보노라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명이 두터운가를 엿 볼 수 있습니다. 서로를 불인정하며 폄하하고, 솔직함 보다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침없는 거짓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황교수가 2005년도 논문 조작에 연루된 것은 학자로서 씻을 수 없는 잘못입니다. 모든 결과는 그 동기와 원인이 있습니다. 지금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전말이 밝혀질 것입니다. 이번 황교수 논문 조작 사건은 사건 그 자체를 떠나 방송의 취재 과정이나 서울대학교의 조사과정에서 온당치 못한 언행으로 적지 않은 물의를 야기했습니다. MBC PD수첩팀과 YTN의 방미 취재 시 취재 윤리를 위반하여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대학교 조사위원회마저 보고서 상으로는 '사람 난자에서 핵이식을 통한 배반포 형성 연구 업적과 독창성은 인정되며 관련 지적재산권의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스너피는 체세포 복제에 의한 것임을 확인’ 하고서도 언론 발표 시는 황 교수개인이나 연구 성과들을 일방적으로 폄하해 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지난 10일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황 교수 팀을 제외하고 조금이나마 성공을 거둔 곳은 영국 뉴캐슬대학의 앨리슨 머독 연구팀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단 한 개의 배반포 형성에 그쳤다’고 밝혀 독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서울대 조사위의 견해와는 다른 평가를 한 것도 주목됩니다.그동안 전개 과정을 보면 황우석 박사, 노성일 원장 등 주변의 관련자들과 서울대 조사위원회나 언론들은 진실의 추구 보다는 아전인수식 말들을 쏟아 내고 있습니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검찰의 수사 진행은 이제는 황 교수가 사건의 중심인지? 다른 제 삼자가 핵심 인물인지? 누가 협잡과 음모의 피해자이며 가해자 인지, 와전⋅각색⋅혼돈 그 자체입니다. 2. 연구 성과마저 사장 시켜? - 기회를 박탈해야 하나 한 과학자가 논문을 조작한 여파는 세상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전적으로 황 교수를 두둔할 마음은 없으나, 그가 인지하지 못했을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아직 섣부른 판단이기는 하지만 ‘음모’의 피해자일 경우도 상정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황 교수로부터 기회를 아주 박탈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아울러 영웅을 거부하는 우리 사회에 한 말씀드립니다. 우리민족은 세계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고, 세계인 모두가 감탄하는 석굴암을 조성했으며,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에 대한 신비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입니다. 세계문화사에 빛나는 우리의 고려청자나 백자를 볼 때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수없이 도자기에 망치를 들이댔을 선조 도공의 의지와 집념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짐은 우리 국민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바입니다. 생명을 살리고 치유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야 하는 생명공학이나 의학연구에 대해 우리는 쉽사리 긍정이나 부정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는 종교계등 훌륭한 선지자 여러분들의 논쟁과 지도가 필요합니다.정직한 삶을 요구하는 종교인들마저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아집이 있으며, 누구보다 정직해야할 정치인들은 수없이 파렴치한 행위로 교도소를 들락거려도 다시 표를 얻습니다. 결국 밝혀질 진실 앞에서마저 솔직해야 할 용기를 포기하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줄기세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의 반목 질시 불신은 마치 깨져 흩어진 도자기 조각들과 같습니다. 감정의 대립은 사금파리처럼 날카롭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파편들을 딛고 성숙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양보와 관용의 자세가 필요합니다.도자기 가마에서 꺼낸 도자기를 망치로 깨는 도공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도자기 파편 더미만을 보고 도공으로부터 가마에 불을 지필 기회를 박탈했다면 세계인이 감탄하는 청자나 백자는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는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하는 웃지 못 할 현실입니다. 황 교수가 독보적인 실력이나 기술이 있다면, 그를 따르는 연구원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그로 하여금 깨진 도자 파면의 사금파리 위를 맨발로 걸어서 다시 가마에 불을 지피도록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이번 사건으로 억울한 자가 있거나 진실이 은폐돼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혼란 속에서 고요함을 유지하고 버리려는 순간 한숨 돌려서 보석을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3. 검찰은 구국의 자세로 수사를 - 사회 정의구현의 모범돼야 검찰 외 이번 문제를 수사할 국가 기관은 없습니다. 수사권이 전적으로 검찰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도 있고 반면에 중범죄인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거리를 활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불교의 법(法), 다르마(dharma)는 진리, 본체 그리고 질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회의 법이나 불교의 법은 상통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생과 업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지고 대 자유인이 되는 것이나 죄과를 치루고 홀가분한 인간으로 거듭난 것도 비슷합니다. 황 교수가 단순히 개인 욕심으로 논문조작외 음모가 있다면, 그 음모가 거대하고 우연이라면 이 파도를 누군가 타고 조정 했을 것입니다. 사회적 관심이 지대한 만큼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를 거듭 주문합니다. 마치 진리(眞理)의 원천(源泉)인 본심(本心)은 지극히 공평한 까닭에 생각과 행동이 자유자재(自由自在)하듯 말입니다.황교수 문제의 핵심은 ▶음모가 있었다면 이권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어떻게 동시다발적인 오염사고가 발생했는지 ▶최초 제보자의 동기는 무엇인지 철저한 수사를 요청합니다 ▶연구 동물들을 몰살 시킨 정전 사고만 해도 그렇습니다. 무정전 시스템 전기공사를 왜 안했는지 의문이며, 연구팀에 정전에 대한 사전 조치를 충분히 강구했는지도 살펴보실 것을 주문합니다. 특히▶서울대 조사위원회는 검찰에 피조사자 54명에 대한 50시간 분량의 녹취록을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이는 1인당 평균 한 시간 정도의 녹취록입니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한 사람당 한 시간 정도의 녹취록은 매우 적은 양입니다. 중요 부문만 편집 한 것은 아닌지, 전체조사(심문) 녹취록이 존재 하는지, 정밀하게 확인 수사해야 합니다. 4. 불교계의 숙제 - 자랑스런 불자상에 걸맞는 조치를 황교수는 18년전 의학적으로는 테이블데쓰(table death)라고 하는, 수술도중에 죽는 확률이 70%가량인 중병을 앓던 중 수술 후에도 거의 몸을 거동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병문안을 온) 한 친구가 바람쐬러가자고 해서 어렵게 온 곳이 바로 전등사였다고 합니다.그 때 처음으로 부처님께 절을 했으며 너무나 마음이 맑아졌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내가 만약 살아난다면 매달 한번은 이곳 전등사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기 위해 찾아오리라.” 했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18년 동안 이 약속을 단 한번 어겨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황교수는 2004년 5월 조계종이 선정한 제1회 ‘자랑스런 불자상’을 수상했으며 국내 언론 및 각종 단체에서 ‘올해를 빛낸 인물’로 선정됐습니다. 불교계를 대표할 정도의 신분이 된 황 박사가 조작된 논문의 주인공으로 추락하고 그 여파는 사회적 문제로 번졌습니다. 경책과 진실 규명의 노력 없이 침묵만 한다면 본연의 자세가 아닙니다.그가 잘못이 있다면 그의 사회적 신분에 걸 맞는 참회를 하도록 하고, 사회적 가치가 있는 연구 성과나 연구의 여지가 있다한다면 이어가게 하는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줄기세포 자체를 찬성하거나 부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줄기세포 문제가 사회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기에 불교계가 침묵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다만 그 방법은 어디 까지나 성찰과 참회 그리고 명징한 조사가 선결되어야 하는 것으로, 이를 감시하자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그리고 불교계는 생명 윤리 문제에 대하여 폭 넓은 연구와 토론을 주문합니다. 5. 불교 및 천주교 측의 황우석을 보는 시각 가. 불교계 황우석 지지의 시작 과 그 진행 황우석 교수가 불교계와 인연된 것이 공식 보도를 타고 나간 것이 2004년 5월 25일 전후입니다. 고 인곡당 법장스님이 개인적 친분으로 연구실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불교계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고, 가톨릭은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한다는 양분된 시각을 우리사회는 갖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2004. 7월 생명윤리 정립 및 실천프로그램개발을 위한 연구회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가시화 될 정도였습니다(법보신문 2004. 10. 27). 불교계는 가톨릭과는 대조적으로 성체줄기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으며, 언급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 종교적 배경이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2005년 종교계 결산기사 (2005-12-26)를 보면 “◇종교계로 번진 황우석 논란=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종교간의 대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황교수 연구를 반대했던 반면 불교계는 지지의 목소리가 대세를 이뤘다. 이는 배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교리상의 차이에서도 기인했지만 황교수가 독실한 불교신자라는 점도 만만치 않게 작용했다. 결국 신임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스님이 지난 3일 황교수 연구에 대해 전격적으로 지지 선언을 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MBC ‘PD수첩’ 보도 이후 황교수 연구가 조작됐다는 결론이 나면서 종교계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며 종교계가 황우석 사태에 대한 희비가 엇갈렸다고 기사작성 하고 있습니다. 나. 천주교측, 황우석 줄기세포 연구 반대의 시작과 진행 김수환 추기경은 황우석 연구를 반대했고, 정진석 대주교는 ‘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 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 한다'고 밝혔습니다. 가톨릭계는 2001년 8월20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등 48개 단체를 모아 공동캠페인단을 구성,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조속한 생명윤리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지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지난해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100억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위원회줄기세포 토론마당을 2002년5월24일 개최,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매일경제 2002-05-11]. 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성명을 통해 '황우석 교수의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 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복제 인간 출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YTN 2005-06-11 ] 김수환 추기경도 2005년7월22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의 연구에 대해 "인간 생명과도 같은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배아를 인간생명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면서 지난 달 반대성명을 발표한 정진석 대주교와 같은 입장임을 표명 했다고 연합뉴스 (2005-07-22)는 보도 했습니다. 6. 황 교수 문제 등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어른이 없는 사회 현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며 해답은 무엇인지 결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중생과 부처는 양극입니다. 그러나 부처와 중생은 하나라고 명쾌한 논리로 정리합니다. 아무리 사회가 양극화 돼도 결국은 사람의 일이며 같은 땅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모두가 이웃이며 하나라는 애정 어린 보살심을 갖는 다면 해결치 못할 국가나 사회적 문제는 없습니다.아울러 우리 사회의 불행한 현상중 하나가 종교나 사상을 떠나 공통적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할 의무가 있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조차 반목하는 현실입니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하기를 건의 합니다. 종교지도자들이 회합하여 사회적 문제로 확대돼 극단으로만 치닫는 이번 문제를 여법하게 해결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검찰 수사가 종결되고 위법한 사항들이 있어서 향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다 해도 어느 한 측은 좋지 않은 감정이 앙금으로 남을 것입니다. 종교지도자들은 황교수나 줄기세포 문제를 떠나 좀 더 깊고 넓게 대승적 차원에서 현실을 관조할 것을 주문합니다.그간 황교수 문제만 보더라도 의혹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종단의 최고 책임자가 황 교수를 병원으로 찾아가 일방적으로 손을 든 것이나, 카돌릭의 수장이 황 교수 연구를 살인에 비유한 사례들은 설사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확신적 행동이라 해도 사회를 대립으로 치닫게 함에 일조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문제로 비화된 이번사건에 대해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할 의무가 있는 여러 종교 지도자들은 극단으로만 치닫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조속하게 매듭지어야 합니다. 사회가 안정되고 건강하게 발전되도록 종교적 가치와 가원에서 그 소임을 다해 줄 것을 주문합니다.끝으로 사형수에게 한개 피의 담배를 거절하는 집행관은 없습니다. 황우석, 그는 지옥으로 떨어지면서 처절할 정도로 6개월의 실험시간을 달라는 마지막 외침을 하고 있습니다. 사기꾼은 절대 사기 재현의 기회를 달라 하지 않는다 합니다. 空者 一切生死 不空者 謂大涅槃 헛된 것은 지각없는 생활이요 헛되지 않은 것은 본래의 의미를 회복하는 삶이다. - 元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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