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비상체제 전환 총무원에 반기
불교신문, 비상체제 전환 총무원에 반기
  • 이혜조
  • 승인 2007.01.2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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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직원에 전가말라"…운영위 주1회 전환 공식 통보

주1회 축소발행을 공식 통보받은 불교신문(사장 향적 스님)은 전격적으로 전체직원을 '주1회 축소발행 결정에 따른 직원대책위원회' 소속으로 전환하고 축소발행의 근거와 비전 등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종단에 요구키로 했다.

대책위는 불교신문의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종단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47년만에 운영위를 꾸린 경위 등에 대해서도 따진다는 방침이다.

대책위에 자동 편입된 불교신문노동조합도 뜻을 같이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회사의 분할 확대 축소 등의 사안은 단체교섭의 대상에 해당하는 사안으로 보고 노무사를 통해 법률적 검토를 거친 직후 단체협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총무원은 지난 10일 총무원장의 지시로 불교신문 주1회 축소발행을 준비해왔으며, 총무부장 현문스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12명의 운영위를 최근 구성했다. 비록 기관지령 7조에 운영위원과 운영위원회 구성 및 업무가 명시돼 있긴하나 창간후 47년동안 시행하지 않던 제도를 갑작스레 추진하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불교계 소식에 전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 불교신문 재정적자는 경영진의 무능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아무리 기관지라지만 공평보도가 생명인 언론에 총무원이 직접 개입토록 하는 기관지령 7조 규정은 언론기본법에 위배하는 중대한 법률오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교신문은 기관지라는 미명하에 총무원 집행부의 입맛에 맞는 기사 양산을 종용하면서도 경영부분에서의 지원은 아주 미미한 상태여서 타종단(교)이나 정부의 기관지와는 다른 희한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진각종에서 운영하는 밀교신문의 경우 직원 급여를 포함한 제반 비용을 종단에서 지원하되 종단 사찰 신도 등은 광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불교언론의 이해(한국학술정보(주) 펴냄)를 저술한 김영재 불교닷컴 편집위원은 "천수경은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부터 시작되며 선(禪)에서는 불립문자라 하여 섣부른 언설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데 불교의 이러한 언설관은 현대사회에서 언론제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매스컴포교에서의 열세는 사회적 영향력 감소와 대중사회에서 점차 소외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아무리 고매한 사상을 지녔다 할지라도 대중적으로 활발하게 유통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불교가 불교언론 제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문자관, 언설관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직설했다.

다음은 불교신문 노동조합이 총무원장에게 드리는 글 전문이다.

총무원장 스님께 드리는 글 

불법홍포와 불교의 발전을 위해 진력하시는 총무원장 스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22일, 노동조합에서는 불교신문과 관련해 중대한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주2회 발행 체계를 주1회로 전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적지 않은 고민과 숙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가운데 내린 총무원장 스님의 결단이란 점에서 저희 불교신문 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겸허히 수용할 뜻이 있음을 우선 밝혀드립니다.

하지만 주1회 전환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라며, 몇 가지 우려되는 사항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는 지난 2002년 주2회로 전환하면서, 2천만 불자를 상대로 한 불교 언론의 사명에 대한 약속을 너무 쉽게 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입니다. 스님께서 익히 알고 있듯이 언론뿐 아니라 모든 조직은 그 체계를 바꾸는데 있어 신중하고 폭넓은 논의를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신문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배제한 운영위원회를 통해 일방적으로 주1회 전환을 통보받아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특히 지난 1월 초 열린 총무원장 스님과의 간담회에서 구성원의 이익과 요구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회사 경영자가 선임한 간부들에게만 의견을 구한 점, 회사 구성원이 전혀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문사에 대한 진단과 주1회 전환 결정이 이뤄진 점 등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주1회 전환은 구성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보다 신중하게 그 시기와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주2회가 경영압박의 직접적인 원인인지에 대한 적절성 여부입니다. 그동안 저희 불교신문 노동조합 구성원을 비롯해 전 임직원은 적은 인원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2회 발행을 지켜왔습니다. 이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수시로 상여금이 지연 지급되는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였으며, 임금이 수년째 동결되는 상황도 감수했습니다.

반면 최근 2~3년 사이 경영수지가 압박되면서 주1회 전환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노동조합에서는 수차례에 걸쳐 회사에 경영 비전을 요구해왔고, 구성원들은 차기년도 운영계획과 예산을 요구해 왔지만 경영진에서는 별다른 대안과 비전을 제시한 바 없습니다. 이에 노동조합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주1회로 전환을 하는 것이라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우선 진단해 줄 것을 요청 드립니다. 주1회 전환은 기존 독자의 감소로, 다시 경영수지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높습니다. 경영진단이 없이 주1회로 전환한다면 수 년 내 또다시 불교신문은 적자의 늪에서 헤맬 것이 자명합니다.

셋째로, 불교신문의 발전은 곧 불교의 포교역량과 대사회역량 강화라는 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타종교 언론은 날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모 방송매체는 매일 발행되는 무료 일간지를 통해 해당 종교의 입장을 사회에 전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건너온 SGI는 올해를 언론발전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개신교가 지원하는 한 일간지의 경우 매년 수십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언론의 발전이 곧 해당 종교, 종파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일간지도 하나 갖지 못한 불교계에서 불교신문을 통해 주2회라는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다시 뒤로 돌린다는 것은 불교의 입지를 스스로 줄이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존경하는 총무원장 스님!

저희들은 처음에 밝힌 바와 같이 주1회 전환에 대해 총무원장 스님께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란 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확정하기 위해 우선 경영수지 적자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우선 도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1회로 전환 한다면 우선 독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가장 적절한 방식과 시기를 택해야만 자칫 우려되는 위의 사항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총무원장 스님께서 종도 뿐 아니라 독자, 그리고 구성원과 보다 폭넓은 대화를 통해 불교 언론을 대표하는 본지의 미래를 보아 주시길 요청 드립니다.

불기 2551년 1월 23일
불교신문 노동조합 조합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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